LIFESTYLE 범상치 않은 소녀들

동화는 아이들을 세뇌시키기 위한 고약한 발명품이다? <마틸다>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아시아 최초의 한국 공연, 뮤지컬 <마틸다>를 향한 ‘마틸다앓이’가 이미 시작됐다.

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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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른 매체에서 이야기한 바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화에 늘 의심을 품는 편이다. 사전적으로 동화는 ‘어린이를 위해 동심으로 지은 이야기’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사실적으로 동화는 ‘어른을 위해 흑심으로 지은 이야기’라는 게 평소 생각이다. 즉,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신이 바라는 인간형으로 훈육하기 위해 고안한 발명품이 동화라는 뜻이다. 더 거칠게 표현하면, 아이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고안한 고약한 발명품이다. 동화에는 기성세대의 욕망이 집약되어 있고, 그런 이유로 필자는 동화를 순수한 마음으로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물론 당연히 모든 동화가 어른의 욕망으로 얼룩진 것은 아니다. 성인 문학을 능가하는 문학적 성취와 인식의 확장, 그리고 정서의 순화에 성공한 동화도 있다. 이러한 동화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을 함부로 도구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힘을 길러 주체적으로 자신의 난관을 극복하게끔 만든다. 그렇다고 쓰러져가는 집안을 일으키는 가장이 되라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는 단지 문학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뮤지컬 <마틸다>가 그 훌륭한 전범일 것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로 알려진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작가의 생전 마지막 작품으로 30년 전인 1988년 발표되었다. 배경은 영국의 한 작은 마을. 주인공은 조숙하고 예의 바른 다섯 살 소녀 마틸다다. 게다가 머리도 똑똑해 한 살에 말을 떼고, 세 살에 신문을 읽었으며, 네 살에 암산으로 곱하기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천재 소녀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틸다를 둘러싼 환경은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사기꾼 아빠,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엄마. 무엇보다도 <마틸다> 속 최고의 악역은 마틸다의 학교 교장 미스 트렌치불 몫이다. 그러나 모든 어른이 악당인 건 아니다. 마틸다의 담임선생인 허니와 도서관 사서인 펠프스는 마틸다를 이해하는 선한 어른이다. 작품은 마틸다가 친구들과 함께 잔인한 트렌치불 교장 선생을 혼내고,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모의 곁을 떠나 진정한 자아를 찾고 허니 선생과 함께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마틸다가 숨은 초능력을 발휘하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번에 공연되는 뮤지컬 <마틸다>는 영국을 대표하는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2011년 제작한 버전이다. 여담이나, 뮤지컬 <마틸다>의 최초 초연은 1990년이었다. 아무튼 2013년 로열 셰익스피어가 제작해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마틸다>는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극본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하고, 드라마데스크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공연되었던 <마틸다>가 이번에 비영미권으로는 최초로 한국에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건 주인공 마틸다 역을 맡은 4명의 소녀들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소년들이 빌리앓이를 낳았듯, <마틸다>의 네 소녀들이 벌써부터 마틸다앓이를 전염시키고 있다. 이들 4명 외에도 공연에는 아역 배우가 16명이 출연하는데, 이들 중에는 <빌리 엘리어트> 출신들도 상당수다. <빌리 엘리어트> 때부터 익힌 안무는 성인 배우들과의 칼군무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마틸다의 첫 등교일, 알파벳 큐브가 입체적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화려한 안무를 선보이는 ‘School Song’과 트렌치불을 혼내준 아이들이 자유를 노래하며 성인 배우들과 칼군무를 보이는 ‘Revolting Children’, 무엇보다 객석 마지막 열까지 점프할 듯 거대한 그네를 타고 부르는 ‘When I Grow Up’ 장면은 <마틸다>의 명장면 중 명장면이다. 자녀를 순종적인 아이로 키우려는 고루한 어른들에게 <마틸다>는 불편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녀를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키우고픈 열린 어른에게 <마틸다>는 좋은 교보재가 될 것이다. 물론 아이들만 배우는 건 아니다. 무릇 좋은 동화는 어린이는 깨우치고, 어른은 반성하게 만드니까.

※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Cooperation 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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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일송PHOTO : 마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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