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수상한 랜드마크

의심과 경계, 뜬금없고 수상한 생각. 올해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건축물을 마주하면 기이하고 낯선 것 투성이다. 땅과 하늘 사이, 수직과 수평 구조의 관념과 공식을 완벽히 탈피한 건축물은 예술 설치 작품에 더욱 가깝다.

2018.10.10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올라퍼 엘리아슨의 신비로운 작품이 천장에 달려 있다. Olafur Eliasson, ‘Fjordhvirvel’, 2018, Stainless steel, Coloured glass (blue, green), LEDs, 468 x 700 x 700 cm.

 

포물선의 비정형적인 디자인 덕분에 층마다 다른 표정의 바다를 관찰할 수 있다.

 

2009년부터 작업해 2018년 6월 완공한 피오른후스.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의 첫 작품이다.

 

바다 위로 자라난 건물
Fjordenhus_Studio Olafur Eliasson

덴마크의 도시 바일(Vejle)에서 항구 쪽으로 열차를 타고 가다 보면 바다 위에 떠 있는 기이한 건물을 볼 수 있다. 물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언뜻 헛것을 본 것처럼 느껴진다. 자연, 과학, 철학, 건축 등을 관통하는, 예측 불가능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과 건축가 제바스티안 베만(Sebastian Behmann)이 함께한 건물 피오른후스(Fjordenhus). 두 사람은 ‘스튜디오 올라퍼 엘리아슨’이라는 회사를 만들고, 첫 작품으로 이 건물을 지었다. 투자 회사 키르크 캐피탈(KIRK KAPITAL)의 사옥으로 지었지만 다리 건너 닿을 수 있는 1층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위에서 보면 4개의 둥근 원형 실린더가 옹기종기 모인 모양새다. 하지만 일률적이지 않은 높이와 각도를 가진 포물선 형태로 뚫려 있어 옆에서 보면 마치 바다에서 자란 거대한 식물처럼 느껴진다. 외관은 톤이 다른 벽돌로 마감했다. “썰물과 밀물, 바다 표면 위의 반짝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에 유기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묘수는 층마다 모양이 다른 창으로 보이는 바다와 28m 높이의 천장 중심에 뻥 뚫린 구멍으로 보이는 하늘에 숨어 있다. 숨구멍처럼 그곳으로 드나드는 빛은 벽과 계단을 따라 통하고 막히면서 건물에 그림을 그린다. 밀물로 바다 수면이 1층 높이와 맞닿을 때는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을 듯한 상상도 든다.

 

 

 

 불투명 창문과 샌드 콘크리트가 아늑한 내부를 만든다. 

 

수직, 수평을 탈피한 창문 모양과 건물 형태가 인상적인 글라셀 스쿨 오브 아트 휴스턴 뮤지엄. 

 

그저 비딱하게
Glassell School of Art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_Steven Holl Architects

2011년에 시작해 올해 완성된 스티븐 홀 아키텍츠(Steven Holl Architects)의 건축물은 평지에 비딱하게 솟아 있다. 네모 또는 세모라고 부르기 애매모호한, 비일률적인 창문 형태와 L 자 구조로 지어진 건물 형태. 묘한 것투성이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심심하다고 할 정도로 간결하지는 않다. 이 애매모호함은 사실 건축가가 의도한 것이다. “휴스턴 미술관 내 미술 학교 건물을 확장하는 일이었다. 간결한 디자인이 최고다(Less is More)라고 말한 건축가 미스 판 데어 로에 건물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건물 안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푸른 하늘과 자연이 있는 건물 밖도 느낄 수 있는,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한 호기심 넘치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 일그러진 네모 형태의 현관문 앞에서 잠시 멀뚱거릴 수도 있다. 계단처럼 점점 낮아지는 긴 건물 형태에 당황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불투명 창문으로 조심스럽게 새어 들어오는 빛에 슬며시 웃음이 날 수도 있다. 창의적인 생각이 고이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노련한 건축가의 유머다.

 

 


나무 기둥이 건축물 전체를 지지한다. 투숙객은 보트를 타고 호텔에 올 수 있다. 

 

자연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된 스바르트 호텔. 빙하 지대에 위치한 유일한 파워 하우스 호텔이다.

 

빙하로 착륙한 호텔
Svart_Snøhetta Designs 

노르웨이 건축 사무소 스뇌헤타 디자인은 자연과 인간, 건물의 상관관계에 대해 늘 물음표를 던지는 건물을 내놓는다. 자연에 순응하라고 말하는 대신 자연과 공생하는 기발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역설적이게도 매우 인공적인 건축물로 화답한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아스플란 비아크와 스웨덴 건설 그룹 스칸스카와 스뇌헤타 디자인이 힘을 모아 올해 초 노르웨이 북쪽 빙하 지대에 세운 세계 최초의 파워 하우스 호텔 스바르트(Svart)가 좋은 예다. 파워 하우스란 건물을 세우고 60년간 사용하고 철거하기까지 드는 총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을 말한다. 기존 호텔과 비교해 스바르트 호텔은 25% 정도의 에너지만 쓴다. 비법은 외계인 비행선처럼 바다에 착륙한 듯한 원반 모양 건축물 덕이다. 모든 건축 재료와 구조는 수력 에너지와 태양광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모으기 위해 설계했고, 전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 레스토랑, 객실 등은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물은 지열로 데운다. 낮이 긴 여름에 비축한 에너지를 겨울까지 배분해 쓴다. 물속까지 박힌 나무 기둥이 건물 전체를 지지하는데, 그 틈으로 투숙객을 나르는 보트가 드나든다. 빙하 사이로 오로라 기둥이 솟아 오르는 풍경을 360도 시야로 관찰할 때 자연과 공생하는 삶이 왜 필요한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곡물 이동 통로로 쓰인 콘크리트 관을 잘라 예술 조각품처럼 만든 헤더윅 스튜디오의 건축물.

 

건물 사방으로 볼록 유리를 달아 멀리서 보면 등대 같다.

 

아프리카 미술로 향하는 등대
Zeitz MOCAA _ Heatherwick Studio 

건축가 토머스 헤더윅. 그가 진두지휘하는 헤더윅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미술관(Zeitz MOCAA)은 둥글게 말려 있던 다빈치 다리가 3분 만에 펴지는 다리 건축물처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또 하나의 건축물이다. “‘오래 버려진 곡물 저장고의 기억을 살려라!’는 미션. 저장고의 외관은 살리되, 내부에 가득 찬 콘트리트 관을 다양한 방향으로 잘라 내부 공간을 확보하는 대대적인 작업이 진행됐는데, 관을 자르고 약해진 벽을 다시 두껍게 만드는 일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다. 자른 관은 조각품처럼 보이도록 밖으로는 윤을 냈고, 천장에는 볼록 유리를 달아 곡물이 이동하듯 빛이 관을 타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투과된다. 다른 건물은 사방으로 볼록 유리로 감쌌는데, 덕분에 멀리서 보면 바다 위 등대 같다.” 헤더윅 스스로도 가장 어렵고 힘든 도전이었다고 밝힌 이 건물은 실제로 척박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현대미술계의 등대 같은 존재다. 이곳에 방문한다면 하루를 온전히 내야 한다. 9층 높이의 규모는 물론 우아한 조각품 같은 콘트리트 관을 공간마다 구경하느라 미술 전시관까지 당도하는 데 한참 걸리니.

 

 

 

자하 하디드는 석유를 대체할 태양 에너지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과학적인 건물을 디자인하는 데 가장 급진적 시도를 했다. 

 

고대 이슬람 언어를 패턴화해 새긴 기도 공간. 여성 건축가로는 처음 디자인한 것이다. 

 

사막에 떠오른 빙하
KAPSARC_Zaha Hadid Architects

먼지바람 휘날리는 사막에 웬 빙하? 뱃머리처럼 세모로 돌출된 새하얀 건물이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이한 모양새가 뭔가 수상한 일이 일어날 듯하다. 근데 이 건축물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라면? 미래를 위한 에너지 개발 연구 센터라면? 의심과 경계가 스르륵 풀린다. 여전히 세계 곳곳에는 자하 하디드가 생전에 남긴 기발한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사막 한가운데에 세워진 킹 압둘라 석유 에너지 연구 센터(KAPSARC)도 그중 하나. “그녀가 남긴 건축물은 과소 평가된 것이 많다. 이제야 그녀의 드로잉이 상상에 그칠 뿐이라는 비난을 벗고 사람들에게 설득되고 있으니까. 카지미르 말레비치, 라슬로 모호이너지 등 진보적인 화가의 추상 작품을 조각으로 재구성한 후 다시 건축으로 표현한 그녀의 예술적 건물은 미래적인 공간에 잘 어울린다.” 그녀의 철학을 잇고 있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PR팀은 최초로 건물 내에 무슬림 기도 공간을 디자인한 여성 건축가라는 말도 보탰다. 자하 하디드 개인적으로도 의미 깊은 건물인 셈. 내외부에 고대 이슬람 언어를 디자인적으로 새긴 점도 독특하다. 석유라는 선물을 준 것에, 대체 에너지를 찾는 것에, 간절한 기도를 신에게 올리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이 전해지는 건물이랄까. 신성한 기운이 먼지바람처럼 부는 듯하다.

 

 

 

5×4m의 콘크리트 큐브를 5층 높이로 쌓은 건물, 솔트.

 

최대한 자연광을 내부에 들이도록 디자인했다.

 

5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한 로비.  열린 개방형 구조로 내부를 설계했다. 

 

큐브에서 진짜 일어나는 일
Salt_MVRDV

서울로7017을 디자인해 우리에게 친숙한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 올해 이들이 암스테르담에 지은 NIC 빌딩 앰비션 건물, 프로젝트명 솔트(Salt)를 보자마자 영화 <큐브>를 떠올렸다. 5×4m의 콘크리트 큐브가 30m×30m×20m 크기로 블록처럼 쌓인 모양새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같은 공포와 혼돈은 전혀 없다. 그저 평화로움이 감돈다. 통유리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어 내부에서는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심플한 콘트리트 마감이 전부인 내부는 시원해 보이는데, 특히 로비는 5층까지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시야가 확 트였다. 창마다 다른 디자인 프레임 덕분에 모든 공간의 질감이 미묘하게 다른 것도 흥미롭다. 태양광 지붕까지 갖추고 있어 낮에는 빛을 한껏 흡수한다. 밤이 되면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한다. 밤에는 오히려 빛이 안에서 밖으로 쏟아진다. 큐브에서 발산하는 빛은 암스테르담의 어둑한 밤거리를 화려하게 밝힌다. 큐브에서 진짜 일어나는 일은 상상과는 다르다.

 

 

 

페낭의 계단식 산 지형과 해안선 지형에 영감을 받아 만든 더 아르테 S.

 

구불구불, 울퉁불퉁 
The Arte S_SPARK Architects

정교한 종이접기 작품 같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린 접시 더미 같기도 하다. 어떤 곳은 깨진 달걀 모양을 닮았다. 스파크 아크텍츠(SPARK Architects)가 올해 소개한, 말레이시아 페낭 부킷 감비어(Bukit Gambier) 언덕에 위치한 주상 복합 건물 ‘더 아르테 S(The Arte S)’ 이야기다.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 올린 화이트 컬러의 파사드를 입은 건물은 언덕 위가 아니라도 단박에 눈에 띄는 모습이다. 구불구불, 울퉁불퉁. 건물이 연기처럼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건축가의 아이디어는 종이접기도 접시도 아닌 페낭 주변의 계단식 산 지형과 구불구불한 해안 지형에서 영감 받은 것이다. 언뜻 과해 보이는 화이트 파사드는 낮이 되면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치열할 정도로 내리쬐는 빛을 적절히 가리며 부드러운 채광으로 집 안을 밝히는 것. 집은 통유리로 감싸 산과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35층 옥상에는 깨진 달걀 모양의 방을 배치했는데, 인도양의 너른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스릴 넘치는 자쿠지가 있다. 다른 방에는 인피니티 실내 풀이 있다. 먼바다에 나가지 않아도 바다를 나란히 바라보며 수영을 편히 즐길 수 있는 천국과 같은 곳이다.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건축

CREDIT

EDITOR : 계안나PHOTO : 더 네이버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