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해가 지면 깊어지는 여행지

모든 것을 생생히 비추는 낮의 풍경과 달리 밤의 풍경은 사물을 선택적으로 보여준다. 그곳이 대자연이든 시인의 자취 가득한 골목이든 화려한 빌딩 숲이든, 빛과 그림자의 조우는 풍성한 영감을 선사한다.

2018.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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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술  과   은  하  수   사  이 
미국 텍사스 마파

1950년대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야생의 사막 텍사스 마파는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가 부지를 매입하고 아트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1970년대 이후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저드 파운데이션과 치나티 파운데이션을 중심으로 아트 신이 형성되면서 지금은 미술 애호가를 비롯해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이 깊숙한 미서부 지역을 찾는다. 도널드 저드, <길 위에서>의 작가 잭 케루악 등 예술가들은 먹이를 찾아 헤매는 영양 떼와 롤링 부시가 굴러다니는 사막에서 영혼의 목소리를 들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텍사스 엘 패소(El Paso)로 가는 비행기는 하루 두 편이고, 내려서도 차로 4시간여를 달려야 하는 곳. 그럼에도 마파를 방문하는 이유는 끝 모르게 펼쳐진 대지의 에너지에 감응하기 때문일 터다. 1950년대 집시 스타일의 카라반에서 묵을 수 있는 엘 코스미코(El Cosmico)는 마파의 밤을 즐기기에 최적의 선택이다. 장밋빛 만월이 산맥 너머로 떨어지는 풍경 이후, 순식간에 캄캄해진 사막의 하늘에선 천체망원경 없이도 쏟아질 듯 밤을 밝히는 은하수를 볼 수 있다. 치나티 파운데이션에서 하루 두 번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를 듣거나 마파 인근에 위치한 맥도널드 천문대를 방문하는 것도 이 대지를 보다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한  밤  의   고  요  를   벗   삼  은   야  간   스  키 
캐나다 밴프 레이크 루이스
360도로 펼쳐진 로키산맥의 가운데서 환상적인 풍경을 보며 스키를 탈 수 있는 곳. 캐나다 앨버타주 밴프는 세계의 스키 명소 중 하나다. 꼭대기 슬로프에 한번 오르면 내려오기까지 반나절이 걸리는 여정은 장엄한 산의 세월을 느껴보기에 충분하다. 병풍처럼 둘러진 낮의 산맥이 눈부시게 아름답다면 한밤의 고요는 야간 스키를 결코 지나칠 수 없게 한다. 달빛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시원한 소리는 중독처럼 매력적이다. 밴프에서 가장 많이 찾는 스키장 세 곳으로는 선샤인 빌리지(Sunshine Village), 노퀘이(Norquay), 밴프 시내에서 차로 40~5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레이크 루이스 스키 리조트가 있다. 레이크 루이스 리조트에서는 로지에서 묵으며 야간 스키 후 모닥불(Torchlight)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고, 시츠마크 라운지(Sitzmark Lounge)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식사할 수도 있다. 야간 스키 후 먹는 캐나다 국민 간식, 그레이비 소스를 뿌린 푸틴의 맛도 신비로운 로키산맥의 밤과 함께 오래도록 추억에 남는다. 

 

 

빛  나  는   밤  의   요  새   속  으  로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흔히 ‘베네룩스’ 루트로 유럽을 여행할 때 잠시 쉬어 가는 코스로 등장하는 룩셈부르크는 흔히 상상하는 유럽 대도시와는 달리 소박한 분위기를 풍긴다. 도시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아돌프 다리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교의 면모를 여전히 간직한 채 빛나고, 다리 아래 강과 숲은 동화 속 작은 마을 같은 낭만을 품고 있다. 아르메 광장 주변으로 북적이는 노천 식당이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광장의 길거리 음악에 취해도 좋다. 고지대에 자리한 현대적인 건물들도 흥미롭다.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현대미술 박물관 무담(MUDAM)이 있다. 그가 설계한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처럼 유리를 활용해 포인트를 줬는데, 마주한 튕겐 요새의 과거 성곽 배열을 본떠 만든 건물이 인상적이다. 무담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카사블랑카 출신의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장파르크가 설계한 필하모니 룩셈부르크도 볼 수 있는데, 823개의 백색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파사드는 현대판 신전처럼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노  을  과   함  께  하  는   크  루  즈   디  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두바이의 환상적인 인공 도시 구축은 끝나지 않았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2020년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를 주제로 한 엑스포를 앞두고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준비 중인 두바이. 이곳을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 버즈 칼리파에 설치된 두바이 분수(Dubai Fountain)는 도시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45층 높이까지 치솟는 버즈 호수(Burj Lake)의 인공 분수 물줄기는 6600개의 슈퍼라이트, 25개의 컬러 프로젝터, 344개의 수중 로봇 등 최첨단 장치와 함께 장관을 연출한다. 웅장한 음악, 반짝이는 불빛, 시원한 물줄기. 이런 두바이의 야경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직접 요트를 타고 운하 위를 유람하는 것이다. 두바이 마리나에서 코스 요리, 재즈 음악과 함께 두바이의 붉은 노을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디너 크루즈. 최대 2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요트는 우아하고 로맨틱하고, 전면이 유리로 되어 멋진 경관을 즐길 수 있다. 선셋 크루즈와 디너 크루즈 중 취향에 맞게 선택 가능하다. 

 

 

밤  에   떠  나  는   문  화   기  행 
스페인 그라나다
시에라네바다산맥 북쪽에 자리한 그라나다는 해발 738m의 고지대에 생성된 고대 도시이자 안달루시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안달루시아의 관문인 코르도바에서는 동남쪽으로 약 130km 떨어져 있는 곳. 11세기 이슬람계 무어인들이 세운 그라나다 왕국은 이후 기독교 국가로 흡수됐으나 이슬람 왕국의 요새와 궁전, 사원 등 걸출한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포르투갈에 페소아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시인 로르카가 있다.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그라나다에서 생을 마감한 로르카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스페인을 여행하며 산문집 <인상과 풍경>을 썼는데, 책을 읽으면 그라나다의 밤 풍경이 한층 영롱하고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라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알바이신 지구를 돌다 보면 그라나다 황금 시대를 체감할 수 있는 동시에 페르난도 2세가 죽음을 맞이한 알람브라 궁전의 영적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산 니콜라스 전망대에 올라 멀리서 바라보는 알람브라 궁전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플라멩코 공연을 감상하며 신비한 두엔데를 마주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신화, 전설, 민담의 기운이 곳곳에 서린 도시의 에너지에 출출해질 때면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타파스 투어를 하면 된다. 

 

 

축  복  받  은   밤  의   도  시 

포르투갈 리스본
현지인처럼 살아보고자 리스본식 에스프레소인 비카를 마시다 보면 어느덧 밤을 잊게 된다. 리스본은 시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도시. 이곳을 여행하기 전 읽을 수 있는 가이드북은 수없이 많지만, 페르난두 페소아의 <페소아의 리스본>이라면 도시 곳곳을 보다 풍성하게 누릴 수 있다. 1920년대에 쓰였으나 리스본은 오늘날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그 족적을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다. “물길로 오는 여행자라면 아주 멀리서도, 햇살에 금빛으로 물드는 푸른 하늘 위로 떠오르는 또렷한 꿈속의 한 장면 같은 이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돔과 기념비와 고성들이 주택들 위로, 이 아름답고 축복받은 도시의 전령처럼 아스라히 늘어서 있다.” 그의 말처럼 황금빛 향수를 자극하는 리스본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스폿은 도시 곳곳에 있다. 시내 가운데, 카르무 성당 옆에 위치한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전망대에선 360도로 도시를 조망할 수 있다. 빨간 지붕들 너머로 보이는 테주강과 벨렘 타워, 호시우 광장, 세인트 조르주 성은 노란 불빛으로 반짝인다. 리스본의 밤에는 파두 라이브 공연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노란색 28번 트램을 타고 골목 골목을 누벼보자. 진정한 삶은 낯선 도시에서,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더네이버, 여행, 해가 지면 깊어지는 여행지

CREDIT

EDITOR : 이다영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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