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밤이라는 선물을 즐기는 법

작열하는 낮을 지나 밤공기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무렵, 본격적인 여름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밤이 선사하는 낭만과 공기의 자유로움. 지역과 연령을 불문하고, 오로지 밤을 위해 설계된 아름답고 특별한 이벤트가 여름밤을 더욱 찬란하게 물들인다.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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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뮤지엄에 어둠이 내린다는 축복 
EUROPEAN MUSEUM NIGHT

가히 뮤지엄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랑스에서는 매해 5월 셋째 주 토요일이 되면 전국의 뮤지엄 대부분이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2005년 프랑스 문화부의 발의로 시작된 이 행사 ‘유럽 박물관의 밤(European Museum Night)’은 이제 프랑스를 넘어,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 그리스, 영국, 러시아 등의 유럽 국가 다수가 참여하는 유럽의 블록버스터급 문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올해 행사에는 총 3000여 곳의 뮤지엄이 참여, 200만 명의 관객이 관람했을 정도. 뮤지엄을 지역 커뮤니티의 기반이자 온갖 문화예술의 성소로 생각하는 이들인 만큼, 이날 진행되는 행사들엔 문학과 음악, 역사, 퍼포먼스와 놀이가 경계 없이 교차된다. 올해, 그랑팔레에서는 테크노뮤지션 슈퍼포즈(Superpose)가 제안하는 미래의 악기 퍼포먼스가 펼쳐진 한편,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는 1950년대 뉴욕을 재현한 재즈 공연이 열렸고, 피카소 뮤지엄은 아티스트 르노 오귀스트-도르메유의 촛불 설치 작업 ‘I Will Keep A Light Burning’을 미술관 앞마당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작은 시골 미술관에서는 횃불을 들고 뮤지엄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횃불 투어, 시 낭송회를 열고 루브르, 퐁피두, 베르사유 같은 명망 있는 뮤지엄은 미디어 파사드 작업,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콘서트 등을 여니, 이 밤을 누릴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넓다. www.nuitdesmusees.culture.fr 

 

 

밤과 영화, 그리고 역사적 장소의 화학 작용
LUNA CINEMA

“우리의 영화 라인업이 발표되면 사람들은 곧 날씨가 따뜻해질 거라는 전조를 느낀다.” 루나 시네마 설립자 조지 우드의 말이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루나 시네마는 말 그대로, 달빛 아래서 즐길 수 있는 야외 영화 상영회로 매년 4월부터 10월 영국 전역에서 열린다. 루나 시네마의 강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장소! 자신들이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현대적이고 기품 있게 활용하는 영국인의 센스가 영화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얼마 전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의 결혼식이 열린 켄싱턴 궁전, 매년 유명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넵워스 하우스, 영화 <오만과 편견>의 촬영지인 채츠워스 하우스, 웨스트민스터 사원, 리젠트 파크 등,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온갖 궁과 공원 약 175곳에 야외 스크린이 설치된다. 역사적 장소와 영화의 내용을 엮는 이들의 기획력은 감탄스럽다. 윈스턴 처칠이 태어난 장소인 블레넘 궁전 앞마당에서 그의 생을 다룬 영화 <다키스트 아워>가, 빅토리아 여왕이 태어난 켄싱턴궁에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왕실의 모습을 충실히 재현한 영화 <빅토리아&압둘>이, 런던 왕립 공군 박물관(RAF Museum)에서는 <탑건>이 상영되는 식이다. 음식과 술을 판매하는 작은 바가 마련되며, 직접 음식을 가져오는 것도 허용돼 피크닉 분위기를 즐길 수도 있다. www.thelunacinema.com

 

 

야외 클래식 콘서트의 황홀 
KLASSIK AM ODEONSPLATZ

뮌헨은 클래식 애호가에게 ‘오케스트라의 도시’다.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뮌헨필하모닉 등 도시를 대표하는 교향악단만 해도 여러 개. 뮌헨시에서 마련한 야외 클래식 공연이 있으니 바로 2000년에 시작된 야외 콘서트 ‘오데온 광장에서의 클래식(Klassik am Odeonsplatz, Classic on Odeonsplatz)’이다. 매해 7월의 주말 이틀간 열리는 이 콘서트의 독특한 점은 뮌헨을 대표하는 투톱이라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바이에른방송교향악단, 뮌헨필하모닉이 번갈아 하루씩 콘서트를 연다는 점이다. 야외 콘서트이니만큼 그 장소 역시 역사적 의미를 지녀야 할 터. 루트비히 거리에 인접한 오데온 광장은 17세기에 지어진 테아티너 교회와 바이에른 전쟁 영웅을 기리기 위해 만든 용장기념관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명소다. 오케스트라는 두 명의 용맹한 장군상이 설치된 이 기념관을 무대로 앉는데, 그곳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과 마치 오케스트라를 호위하는 듯한 사자상은 콘서트에 대한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황홀한 기분을 선사한다. 베를린필하모닉의 발트뷔네콘서트와 빈필하모닉의 쇤부른궁콘서트의 명맥을 잇는 야외 클래식 공연으로, 두 콘서트에 비해 규모가 작고 사운드가 훌륭한 편이라 음악 감상에는 더 적격이라는 평. www.klassik-am-odeonsplatz.de

 

 

대자연 속 밤의 실루엣 
BRYCE CANYON ASTRONOMY FESTIVAL

미세먼지 수치 검색이 일상이 되고, 파란 하늘엔 자동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현실. 그러나 굳은 결심만 있다면, 잠깐의 도피처가 없는 건 아니다. 손 내밀면 잡힐 듯 쏟아지는 별빛 아래 서는 경험, ‘Night Sky Program’에 참여하는 건 어떨까. 미국에서는 수많은 국립공원이 자체적으로 ‘별 관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중 유타주의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은 매년 6월, 별빛을 관측할 수 있는 축제 ‘Bryce Canyon Astronomy Festival’을 연다. 축제는 나사(NASA)의 천문학자가 동행하며, 약 2박 3일 동안 진행된다. 저녁 때는 천체 관측에 앞서 배경 지식을 알려주는 브리핑이 진행되고, 밤 10시 30분부터는 관측 포인트에서 마침내 별자리를 관측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유타대학과 솔트레이크 천체 관측 소사이어티가 제공하는 거대한 천체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으니, 장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후에는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의 레인저스가 개별적으로 별자리 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좀 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한 달 중 보름달이 뜨는 이틀만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하는 ‘풀문 하이킹’이 있다. 손에 잡힐 듯한 은하수나 평평한 고원 위로 둥실 떠오른 보름달 모두 SF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고양감을 주긴 부족함이 없을 듯. www.nps.gov  

 

 

흥이 넘치는 밤 축제의 끝판왕 
AMORI NEBUTA FESTIVAL

일본 특유의 토속신앙 ‘신도(神道)’ 문화에서 비롯된 ‘마쓰리(祭り, 축제)’는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데, 요즘은 제사 의미보다 마을 전체가 들썩이는 지역 축제의 의미에 더 가깝다. 아오모리현에서 매년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2일에서 7일까지 펼쳐지는 ‘아오모리 네부타 마쓰리(Aomori Nebuta Festival)’는 연간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불의 축제’다. ‘네부타(ねぶた)’는 일본의 무사 인형이나 가부키, 신화의 장면을 재현해 만든 대형 등불인데, 이 축제는 전국의 장인, 혹은 기업이 만들어 출품한 네부타를 대형 가마에 싣고 행진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네부타를 싣고 행진하는 1000명에 가까운 ‘하네토’들은 ‘랏세라~’라는 구령을 하며 리듬에 맞춰 행진하는데 그 에너지와 네부타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어우러지는 장관이야말로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마지막 날이 되면, 출품된 네부타 중 수상작으로 뽑힌 네부타를 싣고 해상 축제를 벌이며, 북과 피리를 연주하면서 불꽃놀이도 화려하게 펼친다고. 옆에서 함께 구령을 외치며 축제의 대열에 서보는 것만으로도 일본 토속 문화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 www.nebuta.or.jp 

 

 

한여름 밤의 재즈 
MONTREAL & SEOUL FOREST JAZZ FESTIVAL

유난히 혹독한 캐나다의 추위는 반대급부로 엄청난 스케일의 ‘여름 축제’를 탄생시켰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퀘벡주의 몬트리올에서 매년 여름 약 2주간 열리는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 프랑스인의 후예답게 ‘주아 드 비브르(Joie de vivre, ‘삶의 기쁨’이라는 뜻)’ 정신으로 무장한 이들은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여름이 되면 도시 전체를 아예 커다란 재즈 공연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주요 공연장은 플라스 데 자르의 윌프리드펠레티어 홀, 장뒤세프 극장, 콩플렉스 데자르댕의 대광장 등이며, 도시 전체에 걸쳐 500여 개의 콘서트가 마련된다. 2004년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 페스티벌’로 기록됐고, 매년 2000명의 뮤지션, 관람객 200만을 꾸준히 기록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70% 이상이 무료이며, 이 기간만큼은 거리 음주가 제한되던 몬트리올시에 야외 금주령이 풀린다고 하니, 한 손에 맥주를 들고 그 인파 속으로 들어가 짜릿한 여름밤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재즈가 이토록 여름, 그리고 밤과 어울리는 이유는 ‘흥’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재즈 장르 특유의 자유로운 정신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기지개를 켜고 있는 또 하나의 재즈 페스티벌이 있으니, 작년 서울숲에서 처음 열린 ‘서울숲재즈페스티벌’이다. 올해는 10월 6일과 7일에 열리며, 송영주 트리오, 주윤하, 최선배, 정기고 퀸텟 등이 무대에 선다. 특히 ‘자연과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춰, ‘포틀럭파티’ 등을 권장한다고 하니, 이 낭만적인 밤에 알맞은 매너를 장착하는 것도 잊지 말길. www.montrealjazzfest.com, www.seoulforestjazz.com

 

 

21세기, 밤의 동물원에서 
SINGAPORE ZOO NIGHT PROGRAM

아름다운 야경, 질서정연한 도시 계획, 동서양 문화의 절묘한 공존, 깨끗함 등 관광객을 매혹하는 싱가포르의 면모는 무척 다양하다. 그중 싱가포르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동물원이다. 울타리와 철조망을 최소화하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동물은 방목해서 기르는 등, 자연 친화적 생태 동물원으로 싱가포르 동물원은 늘 모범적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그 명성의 또 다른 축은 바로 밤의 도시 싱가포르와 어울리는 ‘나이트 사파리’ 프로그램. 여기에 올해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했다.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인 ‘모멘트 팩토리(Moment Factory)’와 협업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멀티미디어 나이트워크 프로그램 ‘레인포레스트 루미나(Rainforest Rumina)’를 선보이는 것. 관람객은 약 1km에 이르는 코스를 걸으며 모두 11개의 각기 다른 테마 존을 체험하게 되는데, ‘동물처럼 노래 불러보기’ ‘동물처럼 행동하기’ ‘야생의 소리’ 등 동심을 일깨우는 멀티미디어 체험과 더불어, 빛과 사운드 등 테크놀로지의 힘을 통해 좀 더 환상적으로 동물의 생태를 느껴볼 수 있다. 밤의 동물원에서 좀 더 우아한 경험을 원한다면, ‘Evening in the wild’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다. 저녁 7시 반, 칵테일 리셉션을 시작으로 프라이빗 트램으로 동물원을 투어한 뒤 특별 마련된 야외 텐트에서 파이어쇼, 그리고 야생동물의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3코스의 정찬을 즐길 수 있다. www.wrs.com.sg 

 

 

밤의 거리에서 펼쳐지는 현대미술 축제 
ART NIGHT LONDON

프랑스에 ‘European Museum Night’가 있다면, 영국에는 ‘Art Night’가 있다. 그러나 그 차이는 명확하다. 프랑스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퍼져 나간 ‘유럽 뮤지엄의 밤’이 그들의 오랜 역사적 문화유산을 활용하는 반면, 아트 나이트 런던은 철저히 ‘컨템퍼러리 아트’에 방점을 찍는다. 행사 주최도 런던 컨템퍼러리 아트의 파워 플랜트라 할 수 있는 현대미술기관이며, 매해 명망 있는 큐레이터들이 행사의 주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수많은 현대미술가들이 런던 시내에 자신들의 신작 보따리를 펼쳐놓는다. 7월 7일 열린 올해의 행사는 저녁 6시부터 해가 뜨는 아침 6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진행됐고, 사우스뱅크센터의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배터시 화력발전소, 복스홀과 런던 남부의 나인 엘름 지역까지, ‘아트 나이트 런던’을 위한 트레일’이 마련됐다. 코번트가든 마켓에서는 영상이 상영되고, 유서 깊은 호텔 방, 지하철역에는 설치미술 작품이 전시되며, 그라피티로 가득 찬 터널에서는 춤판이 벌어지는 식이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유수의 갤러리가 화려한 클럽으로 변신하는 ‘클럽 나이트’. 올해는 애니시 커푸어와 줄리언 오피의 소속 갤러리인 ‘리슨 갤러리’가 클럽으로 변모했는데, 클럽(!)을 채우는 음악과 영상 모두 아티스트들이 마련했다. 모든 행사가 무료라는 점도 아트 나이트 런던을 ‘축제’로 만드는 매력적 요소다. http://2018.artnight.london/

 

 

서울에 뜬 뜨거운 밤, 루프톱
GLAD MAPO & LBIS STYLE MYEONGDONG & SEOUL DRAGON CIYT

몇 년 전만 해도 야외 루프톱 문화를 즐기려면, 홍콩이나 방콕 같은 도시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 웬만한 신규 호텔에는 모두 루프톱 바가 생길 만큼 대중적인 밤의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 별과 달, 바람과 술만 있어도 충분하겠지만, 호텔들은 이 장소에 걸맞은 다양한 콘텐츠, 음악과 음식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마포 글래드 호텔의 ‘조니123’에서는 8월 31일까지 ‘재즈 서머 나이트’ 프로그램을 마련해 매주 금요일 토요일 저녁 8시부터 9시 40분까지 다양한 레퍼토리의 재즈 공연을 선보이고, 이비스 스타일 명동 21층에 자리한 루프톱 바 ‘르 스타일’에서는 8월 31일까지 여름밤에 어울리는 매콤한 뷔페 메뉴를 선보이는 ‘레드 앤 스파이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조금 더 화끈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용산에 새로 오픈한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을 찾자. 호텔 31층에 문을 연 엔터테인먼트 공간 ‘킹스 베케이션’은 미슐랭 출신 셰프와 전문 바텐더, 뮤직 디렉터가 합심해 세계적 수준의 나이트 라이프를 제안한다. 클럽의 한 면은 투명한 유리 구조의 스카이워크로 만들어져 서울 야경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마치 관광객이 된 듯 하루쯤은 서울 시내의 바 호핑(Bar Hopping)을 해보는 것도 일상의 지루함을 덜어내는 근사한 선택일 듯.  

 

 

 

 

 

더네이버, 라이프스타일, 여행, 밤이라는 선물을 즐기는 법

CREDIT

EDITOR : 박지혜PHOTO : 더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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