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모터쇼의 세 가지 그림

2018 부산국제모터쇼가 부산의 여름 바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앞다투어 신차로 유혹하는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다음 세 흐름이다.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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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영화의 도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비경쟁 영화제이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부산이 영화제의 성공만으로 영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금년에 개봉한 <블랙팬서>가 부산에서 촬영했듯이 세계의 모든 영화 제작자들을 환영하는, ‘영화 만들기 좋은 도시’라는 평판이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든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부산 모터쇼는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항구 도시 부산이라는 사실 하나로 자동차의 낭만을 이야기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런데 2018 부산국제모터쇼는 달랐다. 전야제부터 그랬다.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전야제이지만 사실은 사뭇 진지했던 것이다. 모터쇼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전야제는 미래차를 두고 벌인 세미나 현장 같았다. 그리고 브랜드들이 주최한 두 곳의 전야제는 좀 더 비장했다. 그 하나는 금년 상반기 업계와 소비자의 마음을 졸였던 한국지엠이 주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디젤 게이트 이후 자숙 기간을 가진 아우디가 복귀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형 이벤트가 부산 모터쇼였기 때문이다.

 

 

 

부활, 그리고 부활  
한국지엠은 창원에 공장이 있다. 그러니까 만일 협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극단적인 결정이 내려졌다면 지역 모터쇼 성격이 강한 부산 모터쇼에는 초대형 악재가 될 뻔했다는 뜻이다. 한국지엠은 전야제를 통해 미국 본토에서 날아온 터프한 형제들을 선보였다. 모두 건장한 SUV와 픽업들이었다. 우리나라에 공식 출시된 이쿼녹스가 막내였고, 그 위로 ‘미국 기준’으로 중형 SUV인 트래버스(Traverse), 마지막으로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픽업인 콜로라도(Colorado)가 무대 위로 쑥 등장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와 밀접한 제너럴모터스가 저절로 떠오르는 터프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한국지엠에게는 제너럴모터스라는 큰형이 미국에 있다는 것이었다. 필요하다면 형들이 도와줄 수 있다는, 지엠의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듯한 이벤트였다. ‘Chevy Rocks’라고 이름 붙은 전야제에서 혁오밴드와 부활이라는 세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가 공연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으리라. 부활. 한국지엠의 부활은 부산 모터쇼에도 절실하니까.
아우디의 전야제는 전열을 가다듬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Vision Night’였다. 곧 선보일 새로운 라인업의 하이라이트와 가까운 미래를 위한 콘셉트카를 무대에 올렸다. 첫 시작은 역시 시장의 대세인 SUV 라인업 Q2와 Q5. Q2는 지금 뜨거운 콤팩트 SUV 시장에 프리미엄 바람을 더하고, Q5는 중심에서 전체 SUV 라인업에 힘을 더할 것이다. 그리고 몇 해 후면 실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레벨 4 완전 자율 주행 콘셉트카인 일레인(Elaine)을 선보였다. 전기차(El)와 인공지능(AI)의 합성어인 일레인은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소개된 바 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지금 - 우리나라는 내년에 - 구입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레벨 3 자율 주행 자동차인 아우디의 기함 A8이었다. 즉, 시장의 요구에서 시작해서 미래로 갔다가 대장의 등장으로 마무리한 풀 라인업의 귀환 선포식이었던 셈이다.

 

 

 

1, 2위의 전술 게임 
‘압도적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 곳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무대였다. 프레스 행사에서 몇몇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과 미래 전기 콘셉트카인 EQA 등을 소개해 화려하고 스케일이 크긴 했지만 기대를 넘지는 못하는구나 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대 왼쪽의 커튼이 열렸다. 거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클래식 카들이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몇 대가 아니었다. 공개된 전시 면적과 거의 같은 크기의 클래식 카 전시 공간이 그곳에 있었다. 마치 ‘우리는 자동차 그 자체야’라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언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동차를 시작한 과거였고, 자동차를 이끄는 현재의 제왕이며, 따라서 - 그리고 콘셉트카들이 보여주듯이 - 미래에도 여전히 리더일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달까.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략이 과거 - 현재 - 미래를 잇는 수직적 전술이었다면,  BMW는 현재 동원 가능한 모든 세력을 전면 배치하는 수평적 전술이었다. 그것은 브랜드의 본질인 달리는 즐거움, 미래와의 조우, 그리고 시장 개척에 중요한 실질적 모델을 BMW, 미니, BMW 모터라드 등 자사의 브랜드들을 총동원해 제시한 것이다. 달리는 즐거움은 M5를 중심으로 한 M 브랜드와 미니 JCW 라인업, 그리고 곧 출시될 BMW Z4 로드스터 콘셉트 모델이 담당한다. 미래와의 가교로는 i8 로드스터와 몇 가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세웠다. 현재 시장이 요구하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는 최신 모델 X4와 X2를 선보였다. 그리고 BMW 모터라드의 전기 스쿠터인 C 에볼루션은 재미와 친환경, 그리고 개인용 교통수단에 대한 BMW 그룹의 비전을 제시했다. BMW는 ‘우리는 다 있어요!’라고 유혹하는 종합 선물 세트였다.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친환경에 대처하는 그들의 방법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매우 흥미로웠다. 브랜드 이미지는 ‘귀족 차’, 즉 고급스럽지만 약간 올드한 느낌이다. 게다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미지가 랜드로버 브랜드의 강세에서도 느껴진다. 그래서 재규어 랜드로버는 단숨에 뒤집으려 한다. 전기차의 실험실이자 친환경과 고성능, 그리고 재미를 한꺼번에 실증하기 위한 레이스인 포뮬러 E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가 바로 재규어다. 그리고 21세기 자동차 시장을 리드하는 프리미엄 SUV의 리더인 랜드로버는 그만큼 배출 가스와 환경 보호에 대한 부담이 크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종류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급격한 전동화 라인업의 확대를 꾀했다. SUV 후발 주자인 재규어는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 SUV인 E-페이스로 단숨에 선두 주자를 노린다. 늦은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보수적 브랜드이기에 응원이 간다.
거대한 자본이 투여된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유럽 브랜드들의 전시관에 비해 일본 브랜드들은 생활 밀착형 드라마와 같은 실용주의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주무기가 하이브리드. 토요타는 봄에 출시한 막내 프리우스 C에 기함인 아발론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이며 하이브리드 풀 라인업을 완성한다. 렉서스 역시 주력 모델인 ES의 신세대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출시했다. 닛산은 글로벌 크로스오버 시장의 강자인 X-트레일을, 그리고 인피니티는 QX50을 출시했다. 네 브랜드 모두 전기나 수소 연료 전지차, 개인용 초소형 교통수단 등 다양한 콘셉트카를 출시했지만 역시 주력은 실제로 고객이 관심을 가질 모델들이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자동차 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위기를 겪고 있다. 디젤 게이트는 아직 진행형이다. 이런 와중에 부산 모터쇼가 절묘한 기회를 얻었다. 크지는 않더라도 강하고 특색이 있는 강소(强小) 모터쇼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지역 업체의 단단한 뒷받침과 개성 강한 항구 특성의 소비자가 호응을 보내주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부터 시작해서 자리를 잡았다. 부산국제모터쇼도 2001년부터 시작했다. 이젠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WRITER RAH YOON SUK  

 

 

 

 

더네이버, 자동차, 2018 부산국제모터쇼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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