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공예를 말하다

예술을 두고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공예가 예전과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적 변화에 응답하는 건 예술의 의무다.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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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리고 현재의 한국 공예에 대하여

공예는 사전적으로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를 뜻한다. 이 속에는 암묵적으로 ‘손으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공예 작품은 장인의 숙련된 기술과 혼이 담긴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릇, 한복, 대청마루 등 의식주를 이루는 각종 생활 문화, 심지어 어머니들이 규방에서 만든 조각보 한 장에도 공예적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여전히 공예를 전통과 연결하여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분명한 점은 최근 한국 공예는 그전보다 대중화되고, 현대인의 일상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밀라노 트리엔날레의 한국 공예전 기획을 맡은 갤러리 팩토리의 홍보라 대표는 공예를 지극히 보편적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공예를 ‘만드는 행위’로 보고, 공예와 사유가 어떠한 유기적 연결성을 갖는지, 또 공예가 어떻게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지에 대해 관람객과 함께 탐색해보기로 한 것. 이를 통해 공예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의미가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녀의 생각은 적중했다. 약 4만4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한국 공예전을 방문했고, 그들은 전시의 아카이브 라운지 공간에 설치된 칠판에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각양각색의 생각을 적었다. 공예계 밖에서 관찰한 공예의 사회적 의미는 그렇게 세계적으로 공유되었다. KCDF(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최정철 원장 역시 이 의견에 뜻을 모았다. “지금 시대에는 공예를 생활 예술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전통과 현대를 자르듯 구분하지 않고, 옛것을 탄탄히 다진 기반 위에 현대의 감각과 기술을 쌓아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앞서 말했듯, 공예는 장인의 혼이 담긴 결정체다.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장인>이라는 책에서 장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무언가에 확고하게 몰입하는 특수한 인간의 조건으로서 실제적인 일에 임하여 몰입하면서도, 일을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인간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 인간의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장인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은 배제될 수 없을 터. 그렇기에 그 작가의 문화적 정체성은 작품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즉, 굳이 ‘한국성’, ‘한국의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작품 속에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담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공예의 측면에서 ‘국가적 정체성’ 찾기에 목말라 있는 듯하다. 홍보라 대표는 이에 대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의 싱가포르관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한국관 바로 옆에 위치한 싱가포르관은 일본인 큐레이터가 전시를 맡았어요. 국가명을 내세우기보다는 하나의 주제 안에서 아시아 전역의 작가와 디자이너, 공예가를 아우른 형태의 전시였죠. 그 전시에는 한국의 이광호 작가의 작품도 있었고요.” 한국과 공예 전시 방법론과 방향, 기본 전제가 근본적으로 다름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한국관에도 미미하나 변화의 흐름은 포착되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김의 작품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크리스티나 김은 미국 국적의 디자이너이자 공예가, 예술가 그리고 기업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세계 곳곳의 장인과 협업하여 작업도 하고, ‘DOSA’라는 디자인 브랜드도 운영한다. 홍보라 대표가 한국관에서 그녀를 소개한 이유는 장인 정신과 예술성, 거기에 기업가 정신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예가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세운 후, 전 세계와 소통하고,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본인만의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형성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공예는 보통 한 작가가 평생 동안 하나의 재료나 기법을 마스터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옛것을 전승하되 그 위에 계속해서 현대적 감각을 쌓아 올리며, 단단한 하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완벽한 융합이 이루어졌을 때, 진정한 예술적 가치가 발현된다. 그리고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지점이 협업이다. 공예를 일상생활 속에 조금 더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서. 윤현상재의 최주연 이사는 공예 작가는 기본적으로 작업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하지만, 일정 부분 디자이너로서의 면모 또한 지녀야 할 필요가 있다 말한다. 그리고 공예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공예 작가들이 다양한 장인과 협업하며 다양한 재료와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감성을 일상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드는 일임은 분명하다. 공예 문화가 견실해지고, 깊어지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밟아가야 할 단계들이 있다. 작가들이 일상생활에도 사용할 수 있을 법한 공예품을 만드는 노력, 공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작가 정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대중의 태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 공예를 지속 가능한 문화 영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CREDIT

EDITOR : 김은정PHOTO : 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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