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뇌부자들’이 떴다

상처받고 거칠어진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지는 이들. 연륜보다는 아직은 공감과 소통에 더 능한 젊은 정신과 의사들로 구성된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와 함께 책까지 출간한 ‘뇌부자들’ 5명과의 늦은 밤, 일일 상담소.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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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현  
85년생. 듬직하고 다부진 인상에 수줍은 소년 같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5명으로 구성된 <뇌부자들>에서는 ‘불안요정’을 담당하고 있다. 올봄 ‘연세 휴 정신건강 의학과’ 개원을 앞두고 있다.

 

 

김지용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를 함께 수료한 다섯 동기 중 나이로는 김지용이 가장 위다. 에릭남을 닮은 그는 83년생으로, 어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아이 둘을 둔 아빠다. 그는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다.

 

 

허규형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웃음, 더구나 말까지 잘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84년생으로 <뇌부자들> 첫 번째 발기인(?)이다. 현재 군의관으로 근무 중이며, 4월 자신의 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오동훈
<뇌부자들>의 귀여운(?) 막내로, 86년생이다. 나이는 어리지만 진행 솜씨와 숨은 언변으로 팟캐스트 진행을 주도한다. 현재 국립공주병원에서 근무 중이며,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임상 강사로 일하고 있다.

 

 

윤희우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포토그래퍼가 표정이 너무 맑은 영순위 모델로 꼽았다. 신뢰감 넘치는 그는 <뇌부자들>에서 ‘분량요정’을 맡고 있다. 동갑인 손정현과 ‘연세 휴 정신건강 의학과’ 개원을 준비 중이다.

 

 

■상담실 밖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 정신과 의사 5명으로 이루어진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시작된 지 어느덧 1년. 그 ㅁ인기를 실감하듯 최근 북 21의 문학 브랜드 ‘arte’와 손잡고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를 출간했다. 책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누적 조회 500만 건, 구독자 2만5000명. 인기 팟캐스트 <뇌부자들>이 <더 네이버>에 떴다. ‘정신과 입원 치료, 그것이 알고 싶다’, ‘연인의 과거에 집착하는 나, 왜 그런가요?’ 등 다양한 청취자의 사연과 질문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그들의 알찬 수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책까지 출간한 그들. <뇌부자들>에게 상담하듯 물었다. 늦은 저녁이었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김지용: <뇌부자들>의 인기 이후 여러 출판사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직접 만나본 후 우리의 생각과 콘셉트가 맞는 곳으로 결정했다. 손정현: 책 내용은 어렵지 않다. 시나리오 작가, 초보 엄마, 취준생 등 가공의 내담자 5명과 면담하는 형식이다.  
<뇌부자들>이 인기인데,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모두: 허규형의 얼굴에 시선이 멈춘다. 허규형: 내가 원래 게임, 먹방 같은 걸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방송을 자주 보는 편인데,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김지용: 규형이가 처음 제안했을 때 솔직히 팟캐스트가 뭔지 몰랐다. 얘기를 들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고 친한 동기들이 하나둘 모이게 됐다. 

 

 

정신과 의사들이 방송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김지용: 2주에 한 번 만나서 녹음하는데, 대본부터 진행, 편집까지 전부 우리가 한다. 허규형: 처음에는 긴장되고 떨려서 술을 한 잔씩 마시고 녹음했다(웃음). 윤희우: 생각보다 청취자의 반응이 빨리 왔다. 한두 달 지난 시점에 반응이 왔고, 아이튠즈 순위 2위까지 올라갔다. 기존에 정신과와 관련한 팟캐스트는 없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접할 루트가 없었던 거다. 허규형: ‘이런 증상이 있는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게 맞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이 아직 많은 것 같다.  
요즘 공황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윤희우: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전에는 ‘내가 이상한가?’ 라고 넘어갔던 사람들이 공황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증상을 자각하게 된 거다. 허규형: 한데 병원을 찾는 분 가운데 실제로는 공황 장애가 아닌 분도 많다. 김지용: 불안 증상일 때가 훨씬 많다. 공황 장애란 불안이 극단으로 치달아서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까지 이른 상태다. 나도 의대 재학생 시절 공황 장애는 아니고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다. 나중에야 그게 공황인지 알았다. 그래서 환자를 보면 더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윤희우: 나도 레지던트 때 공황 발작을 경험했다. 남산터널을 지날 때인데, ‘이 차에서 뛰어내려야 하나?’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눈앞이 하얘지고. ‘이게 공황 발작이구나’를 겨우 떠올린 다음에는 오히려 가라앉힐 수 있었다. 공황 발작 교육 때 ‘절대 이걸로 죽지 않는다’를 인식시킨다. 허규형: 어디부터는 불안이고, 어디부터는 공황이라고 딱 나뉘는 게 아니다.  

 

 

모든 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행복할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정신 건강에 좋다는 기준 같은 게 있나? 허규형: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적당하다는 의학적 수치나 기준은 없다. 배우자의 죽음은 몇 점이라든지, 스트레스 척도를 나눠놓은 건 있다. 하지만 그 척도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 사람은 특정 스트레스에 병이 생기기도 하고, 안 생기기도 하고. 손정현: 같은 스트레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일지라도 어떤 사람은 평생 그것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한두 달 만에 털어버린다. ‘회복 탄력성’의 차이 때문이다. 회복 탄력성은 어릴 적 애착 관계, 타고난 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까지는 건강하고, 그 이후에는 병적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SNS나 인터넷 댓글을 보면 현대인은 타인을 공격하는 심리가 강해진 것 같다. 왜 그럴까? 윤희우: 평상시에 많이 참고 억누르다가 특정 방향으로 분출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 문화가 일반화한 것도 관련 있고. 일상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풀어야 하는데 그런 기회 자체가 줄었고, 인터넷상에서 소통하다 보니 SNS로 감정을 분출하는 것 같다. 손정현: 감정 중독이라고 한다. SNS를 통해 타깃이 생기면 우르르 몰려가 희생양을 정해놓고 푸는 거다. 김지용: 기사 콘텐츠나 대상은 중요하지 않다. 내 화를 갖다 붙일 수 있는 대상이 생기면 무분별하게 감정을 쏟는 거다. 오동훈: 건강하게 표출할 방법이 많은데, 너무 과격한 측면은 있다. 사소한 잘못이라도 타깃이 되어 비난받기 시작하면 그 순간 약자가 되는 거다. 감정을 쏟아내기 만만한 상대가 되는 거다. 허규형: 누구나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위협을 받으면 전치, 투사와 같은 방어기제를 쓴다. SNS의 분노 표출법 역시 그중 하나인데, 누군가는 상처받는 쪽이 생기는 거다. 그런 면에서 성숙한 방법은 아니다. 손정현: 정신과에서 감정, 기분의 전염성이라는 말을 쓴다. 기분이 감염되는 것처럼 부정적 감정이 한 사람에게 시작되면 옆 사람도 동질화된다. 카니발 현상처럼.   
 

 

문득 궁금하다. 혹시 SNS를 하나? 오동훈: 다 하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다. 허규형: 정신과 특성상 환자분이 우리를 사적으로 아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오동훈: 정기적으로 면담하고 이야기를 자상하게 들어주니, 내담자가 의사에게 호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정신과에서는 익명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치료자에 대한 편견이 생기면 감정을 드러내는 데 제약이 생길 수도 있다.    
현대인이 호소하는 또 하나의 고민은 집중력 장애다. 일상에서 활용할 만한 좋은 해법이 있을까? 김지용: 본인이 성인 ADHD인 거 같다고 병원에 오는 분이 꽤 있다. 그중 진짜 성인 ADHD인 분은 별로 없다. 대부분 집중력 부족이나 우울증 같은 경우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 일 외에 하는 게 너무 많다. 심지어 놀 때도 뭔가 계획적으로 남들이 하는 것처럼 딱딱 맞춰서 해야 하고. 그런 강박에 너무 시달리는 것 같다. 조금 삐끗하면 자기 비난과 자괴감에 빠지고. 오동훈: 맞다. ‘다음에 뭐 해야 하지? 내가 그때 왜 그랬지?’ 모두들 생각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나 과거에 가 있다. 정작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단기간에 많은 목표를 성취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불안을 내려놓지 못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내 생각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만 가져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손정현: 정신과에서는 다양한 치료법 중 하나로 명상을 활용한다. ‘마음챙김’이라는 건데, 거기에서 맨 처음 하는 절차가 건포도 하나를 쳐다보고 모양을 몇 분 동안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런 다음 입에 넣고 어떤 맛인지, 뭘 떠오르는지를 아주 천천히 살펴보는 거다. 오동훈: 일종의 현재에 집중할 매개체를 만들어주는 거다. 
벌써 자정을 향해 간다. 이쯤에서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겠나? 모두: 전 국민(하하). 윤희우: 병원 문턱을 못 넘는 분들. 김지용: 책 속에는 취준생, 아이를 키우는 엄마 등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꼭 상황이 같아야만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들 틈에서 분명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거다. 마음이 힘든 분도 물론이지만 정신과에서 어떤 치료를 하는지, 어떤 식으로 치료가 진행되는지 책을 보면 자연스레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정 무렵, 그들의 내일과 정신 건강을 위해 놓아주기로 했다. 못다 한 이야기와 질문은 책으로, 팟캐스트로 대신하기를 바란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은 계발서나 해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흔하지만 꼭 듣고 싶었던 말, ‘위로’일지 모른다.      

 

Photographer 박우진 Style Assistant 황지수 Cooperation 아르테

 

 

 

 

 

더네이버, 인터뷰, 뇌부자들

 

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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