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꽃보다 건축

우리는 종종 현대 건축물에서 마치 꽃이 피어난 듯한 형상을 보는 신비를 경험한다. 우연이 아니다. 꽃이 피어날 때 보이는 균형미는 건축 구조와 구성에 적합한 형태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차가운 콘크리트 땅에서 신기루처럼 피어오른 새로운 건축물의 개화(開花)를 모았다.

2018.03.02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Tianjin Binhai Library By MVRDV 
은은하고 말간 하얀색 구. 그리고 주변을 겹겹이 둘러싼 수많은 책장 레이어.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한 백색 공간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금세 ‘자연’을 떠올린다. 동그란 물방울에 밀려 유영하는 물결의 흩어짐, 또는 꽃봉오리가 얼굴을 들어 꽃잎이 층층이 펼쳐지는 형상. 정지된 건축 화면에서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을 연상시키는 공간의 주인공은 네덜란드 건축 스튜디오 MVRDV가 톈진 도시 계획 디자인 기구(TUPDI)와 협업해 완성한 톈진 빈하이 도서관(Tianjin Binhai Library)이다. “건물 내부는 동굴 같은 연속적인 책장으로 구성했습니다. 건물의 볼륨을 건드리지 않은 채 강당을 볼 형태로 만들어 건물 속으로 집어넣었고, 그 곁에 책장을 둘러싸게 함으로써 미디어와 지식 사이의 ‘포옹’을 표현했죠.” MVRDV의 공동 창업자인 건축가 비니 마스는 건물 안쪽 가장자리에 두른 수많은 책장을 책꽂이인 동시에 좌석, 계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수많은 레이어 구조로 설계했다. 거대한 꽃 속으로 들어가 세포 곳곳을 탐구하는 듯한 기묘한 여행. 책 1200만 권이 꽂혀 있는 1, 2층은 독서와 라운지 공간, 그 위층은 회의실, 사무실, 컴퓨터실로 구성되었다. 보고, 읽고, 느끼는 총체적인 시각의 경험이 꽃을 감상하는 즐거움에 감히 견줄 만하다. © MVRDV

 

 

Mathematics by Zaha Hadid Architecture
‘수학을 아름다움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또는 아름다움을 수학으로 표현하는 일은 가능할까?’ 런던에 자리한 윈톤 갤러리 내의 ‘수학(Mathematics) 갤러리’를 보기 전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는 마치 ‘꽃이 왜 아름다운지’를 설명하는 일과도 비슷해 보였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손에 잡히지 않는 수수께끼를 보란 듯이 건축의 언어로 풀어냈다. “수학의 논리와 기하학은 자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직관적인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 한편, 계산 도구를 활용하면 미묘한 자연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지요.” 자하 하디드는 수학적 접근법의 원칙을 기반으로 가상의 공기 흐름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했다. 수학이 얼마나 우리 삶과 밀접한지 단번에 알 수 있게 그 원리를 건축으로 가시화한 것이다. 공간 전체를 압도하는 탐스러운 곡선과 그 안을 가로지르는 선, 터질 듯한 역동적인 굴곡은 마치 꽃이 피는 순간의 폭발적인 에너지와도 닮았다. “수학이 단순히 학문적인 개념만은 아니에요. 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는 데 훌륭한 재료기도 하죠.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쥘 앙리 푸앵카레의 기하학 역시 인간의 사고를 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우리 디자인 팀도 학문 이면의 수학을 표현하려고 하는 야망이 있었죠.” 진작 수학 갤러리 같은 공간이 한국에 생겼다면, 수학과 조금은 더 친해졌을지도 모르겠다. © Matt Danby

 

 

 

Habitat for Orphan Girls by ZAV Architects
이란 심장부의 작은 마을 칸사(Khansar)에 노란 꽃잎처럼 피어난 고아원, 해비타트 포 오르판 걸스(Habitat for Orphan Girls). 정확히 말하면 고아원이 아니라 고아 소녀들을 위한 기숙사다. ‘부모가 없는 아이’라는 사회적인 낙인과 불쌍한 시선을 거두고, 교도소에 가까운 시설의 고아원 대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의 자선 프로젝트다. 대지에서 피는 꽃잎처럼 생긴 건축물에는 바깥으로 발코니가 붙어 있다. 감시의 눈길을 받는 고아 소녀들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게 하기 위한 장치인데, 건물 밖으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듯한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위트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이란 여성이 히잡과 차도르를 둘러 변신하는 것처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발코니에 천막을 둘러 새로운 분위기로 변신을 꾀하는 것. 도시의 역사적 기념물(Monument) 3곳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징도 특별하다. 먼발치에서 건물을 감싸안는 세 개의 기념물이 그들에게 부모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는 건축가의 바람이, 새삼 찡하게 다가온다. © Soroush Majidi

 

 

Rong Num Kaeng by TACHA Studio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은 건축물 외벽에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을 새겼다. 태국 논타부리(Nonthaburi) 지역에 최근 들어선 한 건축물 ‘롱 눔 깽(Rong Num Kaeng)’의 이야기다. 파사드 패턴으로 된 건물의 피부는 돌출의 정도, 빛을 받는 정도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바뀐다. 때로는 꽃이 피고 지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정교하게 접은 오리가미(Origami)를 연상시킨다. 사실 건축가가 의도한 것은 꽃도, 종이접기도 아닌 눈(Snow)의 형상이다. 육각형 얼음 결정을 포함하는 눈 조각은 롱 눔 깽을 대표하는 메타포로, 단단한 강판으로 이루어져 미학적 장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한다. 건축가는 건축주가 추구한 ‘직원 복지’에 대한 답을 ‘자연 채광’에서 찾았다. 빛이 충분히 드는 공간은 직원들로 하여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업무를 돕고, 동시에 힐링을 위한 공간도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상상해보라. 반투명 지붕에서 자연광이 내리쬐고, 건물 외관의 파사드 패턴을 통해 자연 환기가 되는 신선한(?) 사무실에서 보내는 하루를. 조금 과장하면 리조트에서 업무를 보는 듯한 착각에도 빠진다. 본래 설계 취지와 구조를 알고 다시 보니, 꽃은 자유로운 바람개비처럼 보인다. © Beer Singnoi

 

 

 

Tudor Apartments By Urko Sanchez Architects
케냐 동부 해안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몸바사(Mombasa). 사바나의 열대 기후를 품은 정열적인 이 도시에 최근 낭만적인 아파트가 들어섰다. 14개 동으로 구성된 튜더 아파트(Tudor Apartments)가 주인공이다. 사각 건축물을 둘러싼 반복적인 패턴의 필터링 외벽이 시선을 강렬하게 잡아끄는데, 이는 아프리카 스와힐리 전통 디자인을 연구한 끝에 완성한 패턴이다. 들판을 가득 채운 꽃의 무리 같기도, 꽃잎이 한장 한장 흩뿌려진 모습 같기도, 꽃잎의 숨구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한 외벽은, 어떤 식으로든 꽃을 연상시킨다. 이런 근사한 옷을 입은 것이 단지 시선 집중을 위해서일까? 단언컨대, 튜더 아파트 비밀의 80%는 벽에 숨어 있다. ‘자연적으로 통풍되는 공간일 것, 언제든 빛이 드는 공간일 것’. 통풍이 자연스럽게 되려면 프라이버시를 포기해야 할 때가 많은데, 절묘한 구조를 통해 통풍과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충족했다. 빛을 들이는 동시에 그늘도 품는 구조 역시 이 벽에서 온다.  © Javier Calljeas

 

 

 

 

더네이버, 건축, 건축물의 개화 

CREDIT

EDITOR : 전희란PHOTO :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