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인간은 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존재의 의미>.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그의 여정은 꽤 묵직하다.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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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아름다운 문제, 절묘한 결함

하버드 대학교에서 은퇴한 지 20년이 지난 생물학자가 얇은 책 한 권을 냈다. 짧은 여행 안내서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여행의 길이와 크기와 무게가 정말 거대하다. 우주의 시초에서 생명의 탄생을 지나 현존하는 인간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훑어준다. 우리가 궁금해하는 외계의 생명체는 어떤 모습일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저 너머로 날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한다. 저자는 저명하고 부유한 친구의 집에서 저녁을 먹던 때를 기억하며 말한다. 뉴욕 센트럴파크가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였다. 테라스로 나가니 저 멀리 공원에 있는 잔디밭과 두 개의 인공 호수도 눈에 들어왔다. 거기 있는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경치라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저자는 물었다. “그런데 왜 아름다울까요?” 그는 종교나 예술이 내리는 섣부른 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과학을 통해 그 답을 찾으려 했다. 인류의 조상은 어디에서 저 풍경을 보았을까? 어떻게 해서 저 아름다움에 반응하도록 진화했을까? “인간의 모든 문제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의견이 갈린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저자는 장 브륄레르의 소설을 인용하며 말한다. 그는 개미에 대한 연구로 시작해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평생 애써왔다.

 

그의 생각처럼 생물학이 이끄는 진화의 여행이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를 밝혀줄 것인가? 그럴 것 같다. 큰 틀에서는. 그리고 이 책이 그 해답에 관해 적지 않은 영감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여긴다. 이성과 감성의 독특한 결합물인 인간은 뇌와 감각계를 갖출 수 있는 수많은 유형 중의 하나다. 그의 본능은 동물과 닮았지만, 하등동물처럼 경직되거나 외골수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 몇 가지 가능성이 인간을, 그리고 저자가 찬미하는 인문학을 만들었다. 그것은 기쁜 일이나 들뜨지 말자. 저자의 경고까지 마저 들어야 한다. 세계 문명은 청소년기에 있고, 인간은 종교든 세속이든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되기를 원한다. 과학자들에 대한 실망도 전한다. “대개 자유민인, 그들은 자신이 배우고 봉급을 받는 협소한 전문 분야 내에서 만족하고 살아가는 지적 난쟁이들이다.” 이의 결과로 절묘한 인간적인 결함, 부족주의가 도처에 있다. 그로 인해 인류는 스스로 절멸의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

이 글을 쓴 이명석은 문화 칼럼니스트이다.

 

 

바로 지금, 여기의 인간

차량이 통제된 광화문 한복판에 서서, ‘도둑’에 대해 생각했다. 자연선택이론에 따르면 도둑의 유전자는 자신과 자식의 이익을 늘림으로써 진화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집단 내 나머지 사람들의 이익을 줄인다. 도둑의 유전자는 갈수록 늘어날 테지만, ‘한 생물 종에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생물처럼’ 집단의 다른 구성원을 약화시키면서 결국 도둑 자신 또한 약화시킬 것이다.?그렇다면 도둑의 반대편에 있는, 예를 들어 용맹한 전사라면 어떨까. 용사는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집단의 이익을 늘리지만, 자신은 일찍 전사하여 자손을 남기지 못한다. 그의 유전자는 자연선택이론에 따르면, 도태된다. 그렇지만 살아남고 번성하는 집단의 나머지 사람들은 영웅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영웅의 유전자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렇듯 간명하게 표준자연선택이론을 설명하면서 이를 한 줄로 요약했다. “집단 내에서는 이기적인 구성원이 이기지만, 이타주의자들의 집단은 이기적인 구성원들의 집단을 이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뇌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풀가동에 들어간다. 많은 것이 선명해지고, 또 많은 의문이 근원으로 치닫게 된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도둑이 활개치고 도둑질이 횡행하게 되었을까? 생각하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구마 줄기 같은 원인들이 발견된다.

 

에드워드 윌슨의 이 책, <인간 존재의 의미>는 그 의문의 줄달리기에 선명한 굵은 밧줄을 던져준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여기의 이야기다. 그 줄의 끝에 빛이 있다. “우리는 철저히 혼자인 듯하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점은 대단히 좋은 일이다. 그것은 우리가 철저히 자유롭다는 의미다. 그 결과, 우리는 그토록 부당하게 우리를 편 가르는 비합리적인 믿음의 병인을 더 수월하게 진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우리에게 두 가지 든든한 무기를 던져주었다. 과학과 인문학. 안팎으로 어우러지며 솔기 없이 하나로 이어진 이 성과들을 두 손에 쥐고, 우리는 명료한 시선으로 길로 나서길 끝을 바라볼 것이다.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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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설미현PHOTO : 홍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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