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이탈리아 포장마차

해방촌의 오스테리아 쿠촐로에서 김지운 오너셰프를 만났다. 재벌가 둘째인 그가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유는 순수하고, 명료했다.

201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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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테리아 쿠촐로는 문을 연 지 1년 조금 넘었다. 테이블 3개, 바에 있는 의자 10개 정도가 전부.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식 실내 포차’라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파스타와 돼지감자로 만든 퓌레가 유명하고, 워낙 예약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지운 오너셰프는 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의 차남이다. 재벌 2, 3세가 요즘 F&B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은 터. 그런데 다들 운영과 마케팅 쪽에 관여하지 직접 요리하는 재벌 3세가 있다는 이야기는 김지운 셰프가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요리하기를 좋아했어요.” 어떻게 요리를 하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김지운 셰프는 이렇게 답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유학을 갔다. 유학 시절이나 서울에 돌아와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요리를 곧잘 해주었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좋았다. 특히 파스타는 다들 엄지를 치켜들 정도였다. 그는 크고 작은 레스토랑에서 여러 번 일했다. 한식당 비채나에서는 설거지를, 비비고 레스토랑에서는 주방 보조, 영국 유학생 시절에는 동네의 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 생기면 일해보고 싶은 마음부터 생긴다는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요리하는 것에서 찾는다. 한때는 요리 연구가 이종국 선생 밑에서 한식도 배웠다. “거기서 먹고 자면서 설거지도 하고, 요리 수업 준비도 돕는 스태프였어요. 이종국 선생님이 요리 수업을 하는 모습, 갈라 디너를 준비하는 모습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았어요. 요리를 대하는 태도,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중요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사람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는 것 등을요.” 사실 레스토랑을 열기 전, 유학을 갈지 고민했다. 그러나 그는 요리 유학 갈 돈으로 레스토랑을 열기로 했다. 실전에서 경험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돈은 아버지에게 빌렸다. 이자도 꼬박 갚고 있다.

 

 

 

1 오스테리아 쿠촐로는 와인을 비롯하여 보드카, 샴페인 등 다양한 주류를 갖추고 있다. 와인에 조예가 깊은 김지운 셰프는 애초에 술을 염두에 두고 메뉴를 구성했다고. 2  투명한 비닐 너머로는 해방촌 골목이 보인다.

 

“제가 유명한 요리 학교에서 공부를 한 것도,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한 것도 아니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는 레스토랑을 혼자 운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양한 경력을 지닌 셰프들과 함께죠. 우리는 서로 새로운 것을 알려주기도 하고, 배우기도 해요.” 메뉴는 한국에 잘 없는 것, 본인이 평소 좋아하는 것 위주로 구성했다. 그에게 쿠촐로다운 메뉴를 물었더니, 카치오 에 페페와 트리니티 파스타를 꼽았다. 카치오 에 페페 같은 경우는 치즈와 후추, 면이 재료의 전부다. 파나 버터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재료 본연의 맛과 셰프가 재료를 다루는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메뉴다. 김지운 셰프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군더더기 없이 정직한 맛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며 이 메뉴의 매력을 설명했다. 트리니티 파스타는 그가 개발했다. 안초비와 페르노, 선드라이 토마토가 트리니티를 구성하는 세 가지 재료다. 오래된 시실리 요리책에서 안초비와 페르노가 잘 어울린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응용을 못하다가 선드라이 토마토를 넣어 파스타로 만들었다.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이 중독성을 지녔다. 그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여행 갈 때는 평소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을 하루에 다섯 곳 이상 찾아가고, 이탈리아 요리책은 아마 현재 출판된 것은 모두 소유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요리책을 쓰는 사람은 몇십 년 이상을 연구해서 쓴 건데, 그 책을 통해 단 5퍼센트만 느끼더라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 경험은 대단히 심도 있는 간접 경험이라 할 수 있죠.” 해외 요리책 레시피는 항상 30~40% 부족하다. 때문에 그는 직접 만들어보면서 현지화한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의 플레이팅은 심플했고, 재료를 다루는 테크닉은 올바르고 정직했다. 지금도 시간만 있다면 외국에 나가 레스토랑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김지운 셰프. 그에게 요리하는 이유를 물었다. “제 목표는 레스토랑 경영을 효율적으로 해서 음식 가격은 낮추고 퀄리티는 높이는 것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와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요. 그리고 셰프들이 모두 요리를 연구하고, 배울 수 있는 레스토랑을 만드는 것이 지금 저의 목표입니다.”

 

 

 

1 레스토랑은 저녁 6시부터 문을 연다. 셰프들은 낮부터 분주하다. 파스타 면과 치즈를 직접 만들다 보니 일찍감치 준비할 수밖에 없다 2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며 술 한잔에 안주 한 입. 작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드는 밤 풍경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3 이곳의 인기 메뉴인 버터 레몬 치킨.

 

CREDIT

EDITOR : 김은정PHOTO : 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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