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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Neighbor / Car &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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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아닌 미래

전기차를 앞에 두고 ‘트렌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 그것은 미래지만, 현실이다. 전기차를 둘러싼 새로운 빅 픽처. 그 실체를 미리 보고 왔다.

2017.12.11

미래적인 디자인의 아우디 에이콘

 

전기차는 이제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옵션’이 아니다. 앞으로의 자동차에서 전기 모터가 자동차 동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담당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최근의 모터쇼들이 이미 이런 흐름의 변화를 보여주었고, 얼마 전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이른바 자동차의 전동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체계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지금부터 탈 수 있는 전기차 모델의 확대다. 거의 대부분의 메이저 브랜드들이 ‘20**년까지 **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라는 보도 자료를 약속이라도 한 듯 발표했다. 조금 전에 들은 이야기를 다시 듣는 줄 착각할 정도로 많은 브랜드들이 똑같은 형태로 이야기한 점이 이채로웠을 정도다.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이전에 볼보가 2019년까지 5가지 순수 전기차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면서 전 라인업에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벤츠는 2022년까지 순수 전기차 10여 개와 전동화 모델 50여 가지를, BMW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12개와 전동화 모델 25가지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한술 더 떠서 2025년까지 전동화 모델 80가지를 출시하고, 2030년까지는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의 300가지가 넘는 모든 모델에 최소한 하나의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내가 직접 확인한 분위기는 ‘이제는 현실이다’라는 것이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순수 전기차나 친환경차 전용 브랜드의 론칭은 브랜드 홍보나 기술 개발을 위한 쇼케이스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확히 달라졌다.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주류 상품이라는 각성이 자동차 업계에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BMW i 비전 다이내믹스.

 

두 번째는 전기차를 브랜드의 전환점으로 삼는 적극적 태도다. 전기차를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받아들이는’ 수동적 태도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재규어의 E-페이스이다. 사실 재규어는 한 해 판매가 10만 대에도 이르지 못하는 작은 브랜드다. 옛날에는 ‘오너 드라이버용 롤스로이스’라는 말이 보여주듯 영국의 귀족 차를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주인이 여러 번 바뀌는 어려운 시절을 지내는 사이 한 급 아래로 치부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규모 면에서는 물론이고 시장 흐름에서도 완전히 주도권을 가져가버렸다. 이에 재규어도 XE로 독일 3사의 안방인 프리미엄 D세그먼트 세단 시장을 공략했지만 결과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재규어는 독일 3사의 룰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을 파는 추억의 브랜드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혁신을 시작했다. 지금 재규어는 거의 모든 모델에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양산 브랜드가 됐다. 이는 아우디도 엄두 내지 못한 매우 공격적인 행보였다. 그리고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인 I-페이스도 아무렇지 않게 ‘쑥’ 내놓은 것. F-페이스로 뒤늦게 럭셔리 SUV라는 21세기 트렌드에 합류한 재규어는 순수 전기 SUV인 I-페이스로 혁신을 이어가는 것이다. I-페이스는 150kW(204마력) 모터 2개를 앞뒤축에 각각 사용해 최대 출력 400마력을 발휘하고, LG화학의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로 고성능-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모델이다. 즉 재규어의 전기차는 고성능과 럭셔리라는 브랜드의 가치는 그대로 간직한다는 뜻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시판용 I-페이스 옆에 I-페이스의 원메이크 레이싱 모델인 I-페이스 e트로피 레이싱 카도 함께 전시한 것이다. 첫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그 모델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시판 전기차 전용 레이스를 함께 선보이며 한 발을 더 ‘쑥’ 내디딘 것이다. 이렇듯 전기차는 재규어에게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가장 중요한 무기로 활용되었다.

 

과거의 영광을 파는 대신, 가장 과감한 혁신을 펼치고 있는 재규어.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인 I-페이스는 그 혁신의 증거다.

 

세 번째로 다양한 전기차 방식이 서로 협력하는 큰 그림을 보였다는 점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특징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점의 변화다. 지금까지 수소연료전지차는 대형 배터리를 탑재한 장거리용 순수 전기차와 대립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에 인터뷰한 복수의 브랜드 관계자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았다. 연료전지차를 엄연한 순수 전기차의 한 가지 종류로 보면서 상호 보완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상적인 용도, 생활 반경 내에서는 배터리식 순수 전기차로 대부분의 상황을 커버할 수 있지만, 빠른 충전과 인프라에 구애받지 않는 기동성이 필요한 모델에는 연료전지차가 더 어울릴 수 있다는 접근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순식간에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한적한 곳까지 전기 충전 인프라를 갖추는 것보다 연료전지차에 수소 주유소(?)나 주유차를 운영하는 것이 오히려 저렴하기 때문이다.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부터 수소연료전지차까지, 전동화 기술이 이제는 역할을 분담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었다. 

 

미래의 자동차지만 시빅 1세대 모델의 디자인 DNA를 대폭 차용한 혼다의 어반 EV 콘셉트 모델.

 

마지막으로 기술보다 상품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두드러졌다. 기술적인 면은 이미 보쉬나 컨티넨털, ZF 등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기술 전문 업체들이 거의 기성품으로 전동화 및 자율 주행 모듈을 제공할 정도로 상업화 개발이 성숙했다. 따라서 자동차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어떻게 전기차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재미없고 환경만 생각하는 초식남 같은 이미지였다. 물론 테슬라가 이 시선을 바꾸고 있기는 하지만 대세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자율 주행과 만난 자율 주행 차는 카 셰어링과 접목되면서 내 차가 아닌 대중교통 수단처럼 치부될 우려가 있다. 그냥 신발이 되는 것이다. 자동차 브랜드에게는 부가가치가 사라질 위험 상황이었고, 미래의 자율 주행 전기차도 우리의 좋은 친구라는 감성적인 면을 강조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자율 주행 전기차를 집, 사무실에 이은 제 3의 공간 확장으로 규정했다. 전기 구동이 선사하는 정숙성과 안락함, 끊김 없이 연결되는 커넥티비티, 피곤과 위험에서 보호하는 자율 주행이 달리는 응접실, 혹은 집무실을 글자 그대로 완성하는 것이다. 아우디의 에이콘, BMW의 i 비전 다이내믹스, 메르스데스-벤츠의 EQA 등이 대표적. 대중 브랜드 역시 감성적인 면을 고민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그중 가장 눈을 끈 모델은 단연 혼다의 어반 EV 콘셉트 모델이다. 효율성을 강조한 박스형 모델이 대부분이던 것에 비해 이 모델은 기능성에서는 미래의 자동차지만 이미지는 혼다의 대표 모델이자 헤리티지인 시빅(Civic) 1세대 모델의 디자인 DNA를 대폭 채용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오마주라고 불러도 아쉽지 않을 감성 돋는 군계일학이었다. 시대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적인 패스트 팔로어였던 우리나라가 리더가 될 수 있는 평생 유일의 기회가 지금이다. 이번에 놓치면 패스트 팔로어도 쉽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라인업 ‘EQ’의 첫 시작인 EQA.  

 

 

 

 

 

더네이버, 자동차,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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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전기차,아우디,BMW,재규어,혼다,메르세데스 벤츠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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