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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막이 오른 뒤

늘 당당한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다. 돈 내고 오는 관객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그는 두려움을 열정으로 극복한다. 본의 아니게 몇 개의 공연이 겹치면서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칼린. 넘치는 카리스마 뒤로 매년 연말 친구들을 위해 칠면조를 굽는, 아주 낯선 박칼린도 있었다.

2017.12.12

그레이 컬러의 슬리브 타이 니트 풀오버, 에스카다.

 

가을 무렵 시작된 그를 향한 러브콜은 3개월여가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연출가로, 음악감독으로, 그는 요즘 쉴 틈 없는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뮤지컬 <미스터쇼>를 시작으로, <에어포트 베이비>, 국악 퍼포먼스 <썬앤문>, 그리고 내년 1월 초연을 앞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까지. 이 모든 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박칼린을 둘러싼 일상이다. 11월 10일 <썬앤문>의 첫 무대가 올려진 직후, 그는 잠시 짬을 내어 카메라 앞에 섰다. 껑충한 큰 키에 캐주얼한 패딩 재킷에 날렵한 운동화를 신은 박칼린이 에코백을 어깨에 멘 채 스튜디오를 찾았다. 대중에게 각인된 그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강인한 모습 그 자체다. 어느 덧 6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대중에게 박칼린은 <남자의 자격> 합창단 속 카리스마 ‘쩌는’ 선생님으로 남아 있으니.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 지금이야 무뎌진 타이틀이지만, 혼혈, (아직은 어린) 20대, 그리고 여성이라는 완벽한(?) 핸디캡을 딛고 일군 박칼린의 타이틀은 그저 흘려낼 한 줄의 커리어가 아니었다. 20여 년이 훌쩍 흐른 지금, 뮤지컬계에서 박칼린이라는 이름은 신뢰, 보증이라는 단어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안주’ 대신 ‘도전’을 즐긴다. 얼마 전 무대에 오른 뮤지컬 <미스터쇼>, <에어포트 베이비>, <썬앤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박칼린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 무대를 맡았을까 싶어진다. 한데, 그는 아직도 두렵다고 말했다.  

 

 

화이트 캐시미어 넥 워머 니트 톱, 블랙 송치 퍼 코트는 모두 에스카다. 

 

박칼린은 완벽주의자다?   
“<미스터쇼>는 도전은 아니었고, 필요에 의해 움직인 거죠. 아주 옛날에 써놓은 대본인데, 아! 이런 것도 했으면 좋겠다 싶었던 작품이에요. 한국 여자들은 재미있게 놀다가 남자 한 명만 끼면 내숭을 떨어요. 그런 게 너무 싫었어요. 내숭을 떨쳐버리고, 재미있게 놀자 싶었고, <미스터쇼>가 탄생했죠.” 국내 최초의 여성 전용 공연. 이곳에서 남자라곤 탄탄한 근육질의 남자 배우들이 유일하다. ‘여성들이여, 욕망을 깨워라!’라는 카피가 말해주듯 여성들의 숨은 본능을 자극하는 유쾌한 버라이어티 쇼. 2016년 초연 당시만 해도 다소 파격적인 콘셉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미스터쇼>는 대단한 철학은 없어요. 이슈를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답은 단순해요. ‘여자들이여, 즐겁게 놀자. 더티하지 않고 깨끗하게.” 누군가에겐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굴하지 않고 틀에 박힌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박칼린이라면 전혀 어색함 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에어포트 베이비> 역시 평범한 뮤지컬은 아니다. 제목에서 유추되듯, 미국으로 입양된 조쉬가 한국으로 엄마를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기에 이태원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까지 합세한다. 얼핏 플롯만 보면 진부하고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하나 그가 누군가. 사실 이 작품은 작가 전수양과 작곡가 장희선이 2009년부터 개발한 작품으로 2014년 쇼케이스를 거쳐 10월 정식 공연에 오르기까지, 8년이 걸렸다. “신파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울게 하려고 한 것도 아니에요.” 실화가 바탕이 된 스토리, 사연과 감정이 몰입된 아름다운 음악, 배우들의 꽉 찬 연기. 해외 입양아, 게이 등 다소 거리가 먼 낯선 이방인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우리 곁을 훌쩍 차지하고 만다. ‘워짜쓰까잉’을 ‘Watch out Sky’로 해석하는 영어, 한국어 그리고 사투리 안에 담긴 위트 있는 상황 연출은 또 어떻단 말인가. 웃음과 감동의 적절한 힘겨루기. <에어포트 베이비>는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드래그쇼 장면은 특히 고심이 많았던 신이에요. 원래 쇼를 할까도 싶었는데, 실제 그들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립싱크를 해보자 싶었죠.” 공연을 며칠 앞두고 급하게 곡을 만들었고, 녹음까지 포함해 1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된 곡은 딜리아와 게이 친구들이 함께 립싱크로 부르는 ‘이제 와 돌아보니’다. 공연이 끝난 후 안 사실이지만 이 노래를 부른 실제 주인공은 ‘인순이’다. 그는 음악만 듣고 흔쾌히 노래를 수락했고, 작곡가 김형석은 그 자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자처했다고. 그와 스태프의 고민은 딱 하나였다. 드래그쇼를 어떻게 오해 안 하고 이해시킬까. 그들의 고심은 정확히 통했다. 절제된 드래그쇼 안에 담긴 형언할 수 없는 회한의 노래는 삶의 그림자처럼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개인적으로는 ‘It’s ok’라는 뮤지컬 넘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물론 그 의미는 대충 넘긴다는 뜻이 아니에요. 별짓 다 해보고 최선을 다했기에 It’s ok!죠.” 그는 늘 최선을, 열정을 다한다. 특히 무대 위에서는 완벽을 향해 치닫는다. 연기도, 음악도, 조명도,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못한다. 그러니 공연 몇 편을 연달아 올린 지난 몇 달이 상상이 되질 않나. “공연 준비할 때는 하루가 36시간처럼 움직이죠.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연습을 하고. 이때는 우체국도 못 가요. 저녁에는 모니터하러 갔다가 10~11시에 작품 관리를 하고 밤에는 캐릭터 분석하고….” 이런 그의 열정이 사람들의 눈에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나 그의 완벽주의는 능력이 그 잣대는 아니다. “좋은 사람들을 캐스팅하면 못해도 밉지가 않아요. 사람 됨됨이가 좋으면, 10시간을 연습해도 힘들지 않죠.” 고맙게도 이제는 원하는 캐스팅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섰고, 그는 사람 됨됨이를 최우선으로 친다. 좋은 사람이면 조금 못해도, 설령 연습이 길어져도 전혀 힘들지가 않다고. 물론 모든 사람이 입맛에 맞을 순 없다. “그럴 땐 저 스스로 힘든 숙제를 만들어요. 니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인데, 이 작품이 끝나면 저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죠. 물론 상대도 몰라요. 스태프도.”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부대낀, 박칼린의 사람들이 이제는 제법 된다. “아무리 바빠도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연말은 꼭 아끼는 사람들을 초대해요. 직접 요리도 하죠. 3일 동안 칠면조를 굽고, 선물도 준비하고.”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왠지 상상이 가지 않지만 그 파티의 넘치는 에너지와 웃음소리는 보지 않아도 느껴진다. 순간, 박칼린의 힘은 완벽주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움직이는 힘. 그의 뮤지컬이 우리를 흔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1월 오픈할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오랜만에 다시 지휘를 맡는다. 수많은 무대를 올렸지만 여전히 돈 내고 오는 관객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두려움에 떤다는 그. 박칼린은 그 두려움을 무대 뒤 열정으로 극복한다. 연습실이 가장 편한 이유일 게다. “3월쯤 어디 도망갈 거예요. 아마.” 벌여놓은 일이 마무리될 때쯤 그는 훌쩍 여행을 떠날 참이다. 박칼린, ‘칼린’이라는 강한 이름은 그 어감과 달리 ‘아일랜드 소녀’라는 말랑말랑한 감성 또한 깃든 이름이다. 누가 뭐라든, 참으로 운명 같은 이름이지 싶다.   

Hair 종희 Makeup 장혜진 Assistant 황지수 Cooperation KCMI

 

네이비 캐시미어 넥 워머 니트 톱,  라이트 램 퍼 코트는 모두 에스카다.

 

박칼린의 선택
뮤지컬 <미스터쇼> 오직 여자들만을 위한 공연. 뮤지컬 <미스터쇼>가 12월 31일까지 올겨울을 뜨겁게 달군다. 신한카드 FAN[판] 스퀘어 라이브 홀, 이 욕망과 판타지의 공간 속으로 초대한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웃음과 감동, 올 연말 따뜻하고 유쾌한 공연 한 편을 선택해야 한다면. 박칼린 연출의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12월 31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에서 공연 중이다.

 

 

 

 

 

더네이버, 인터뷰, 박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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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뮤지컬,공연,박칼린,연출가,음악감독,미스터쇼,에어포트 베이비,썬앤문,안나 카레니나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김도원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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