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안녕, 홀덴

홀덴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호주 자동차 산업도 막을 내렸다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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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호주의 자동차 산업을 기리기 위해 잠시 묵념. 홀덴 코모도어 SS-V 레드라인이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GM의 홀덴 남호주 공장을 떠났다. 이 차는 호주에서 디자인하고 만든 마지막 차로 기록됐다. 전설적인 모델 48-125로 호주의 ‘마이카’ 시대를 연 홀덴은 70세를 맞지 못하고 호주에서 생을 마감했다. 1856년부터 마구를 만든 홀덴은 1908년 자동차업계에 들어섰으며 1931년 GM의 식구가 됐다. 포드와 토요타가 그랬던 것처럼 GM도 공식적으로 호주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배경엔 자동차 제조 산업에 재정적 지원을 중단한 호주 정부의 탓도 있지만 다른 요인도 있다. 호주 사람들이 호주 태생 자동차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건 호주의 대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홀덴 코모도어의 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 1998~2003년까지 홀덴은 매년 평균 8만8000대의 코모도어를 팔았다. 그런데 2010년 들어 연간 판매량이 4만7000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점입가경으로 2016년엔 2만60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1948년 11월 호주의 자부심을 담은 48-125가 세상에 나왔다. 1940년대 유행했던 소형 쉐보레 디자인에 기반을 두긴 했지만 홀덴이 직접 만든 최초의 차다. 높은 토크를 자랑하는 엔진 덕에 운전하기가 어렵지 않은 이 차는 딱 호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에서 팔린 신차 두 대 중 한 대는 홀덴 엠블럼을 붙이고 있었다. GM과 경쟁을 벌이던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자동차 취향에서 미국인과 호주인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1960년까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호주 차는 미국 차의 축소판으로 시작했다. 1958년에 나온 홀덴 FC 시리즈는 1955년에 유행한 쉐보레 차를 줄여놓은 것 같았고, 1960년에 등장한 홀덴 FB 시리즈의 앞모습과 테일 핀은 1957년형 쉐보레를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 들어 상황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1963년 산뜻한 스타일로 등장한 홀덴 EH 시리즈는 미국의 GM 스타일이라고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1971년엔 크라이슬러 최초로 호주인이 디자인한 바리안트가 나왔다. 1966년 잭 텔낵이 설립한 포드의 호주 디자인 스튜디오는 1972년 호주 현지에서 만든 팰컨을 선보였다. 이 차들의 스타일과 설계, 기계적인 특징에선 미국의 색깔이 언뜻 보였지만 모두 독특하고 유일무이했다. 이후 4도어 홀덴과 팰컨뿐 아니라 바리안트 세단과 왜건, 2도어 쿠페, 뒷좌석에 창문이 없는 소형 밴, 소형 트럭, 심지어 롱휠베이스 버전의 바리안트도 나왔다. 이 차들은 모두 호주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그리고 제조 전문가 손에서 탄생했다. 회사의 중역들은 미국 본사에서 넘어와 순환 근무를 했다. 에드셀 포드 2세는 1978~1980년 포드 호주의 세일즈와 마케팅을 총괄했다. GM의 마크 루스는 2008~2009년 홀덴을 이끌었다. 포드의 전 CEO 잭 내서와 지금 GM 디자인 수장을 맡고 있는 마이크 심코는 호주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호주 자동차 산업은 현재 심각할 정도로 좋지 않다. 그동안 커다란 패밀리 세단만 만들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춰왔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호주인들은 작은 해치백과 SUV 그리고 네바퀴굴림 픽업트럭을 찾게 됐다. 이들이 호주에서 만든 차를 계속 원했다면 그리고 호주 정부가 계속 지원했다면 GM과 포드는 홀덴과 팰컨을 호주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단 이외의 새로운 차를 만들기 위해 공장을 재정비하기엔 비용에 무리가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수요에 맞게 수입하는 게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이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장을 유지하려면 내수보다 수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수천 명의 호주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들은 과학과 기술로 잘 훈련됐고, 산업과 유행도 익혔다. 하지만 이제 호주의 자동차 산업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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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홀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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