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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에서 신창까지 166.7킬로미터 구간을 전철로 여행했다. 뜻밖에 좋은 추억이 됐다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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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지하철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딱 하나, 밖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서 가끔은 막힐 걸 뻔히 알면서도 버스나 승용차를 고집할 때가 있다. 그런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여행을 떠났다. 북쪽 끝인 소요산역에서 남쪽 끝인 신창역까지 가는 코스다. 한 번도 내리지 않고 직행하더라도 4시간이 걸린다. 고난과 역경은 이제 나와 ‘절친’이 된 것 같다. 출발지인 소요산역은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다. 역 이름은 아주 솔직하다. 소요산이 정말 근처에 있다. 출구에서 나와 300미터 정도만 걸으면 초입에 다다른다. 소요산은 별로 험한 산이 아니다. 높이도 해발 587미터로 그리 높지 않다. 산행에 굳은 각오까지 필요한 건 아니란 얘기다.

소요산역에서 출발했다. 지하철이 아니고 전철이다. 다행이다. 밖이 보인다. 네모난 창문이 꼭 액자 같다. 너머로 보이는 한적한 농촌 풍경이 푸근해 보여 좋다. 이렇게 여유롭게 풍경을 만끽하며 전철을 타본 적이 있었나? 그래도 주말 새벽녘의 전철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처음 내린 곳은 도봉산역이다.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서울창포원이 있다. 한글 이름은 서울창포원이지만 영어 이름인 ‘서울 아이리스 가든(Seoul Iris Garden)’이 좀 더 어울린다. 창포보다는 붓꽃과 꽃창포 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포는 천남성목이며 붓꽃과 꽃창포는 백합목이다. 서로 다른 종이다. 그리고 아이리스는 모든 붓꽃류를 통틀어 이른다. 아무튼 창포는 단오에 머리를 감는다는 그 창포다. 창포원에서는 붓꽃을 비롯해 다양한 수생식물과 약용식물 등을 볼 수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적하게 산책할 수 있다. 도봉산과 수락산의 중간쯤에 있어 등산을 염두에 두고 와도 좋다. 

다시 지하철을 탔다. 서울로 진입하니 확실히 사람이 많다. 열기가 느껴진다. 온풍이 나오지도 않는데 지하철 안팎의 온도차가 크다. 사람들의 온기가 이렇게 후끈했나 싶다. 이어서 내린 곳은 동묘앞역이다. MBC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지드래곤이 ‘패피’의 완성을 위해 쇼핑했던 구제시장에 들렀다. 이곳에는 매일같이 좌판이 열리고 옷가지를 비롯해 온갖 물건이 주인을 기다린다. 주말엔 장이 더욱 크게 열린다. 바로 근처에는 황학동 벼룩시장이 있어 구경거리가 많다. 한 정거장 다음인 동대문역에는 최근 동대문 성곽공원이 생겼다. 이화여대 동대문병원이 없어진 자리에 공원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한양의 도성이던 서울성곽의 일부가 보존돼 있어 성곽공원으로 꾸며졌다. 공원 꼭대기에는 한양도성박물관도 있어 함께 둘러볼 만하다.

약국이 많은 종로5가를 지나면 종로3가역이 나온다. 11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종묘와 맞닿는다. 종묘는 조선시대의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기 위해 만든 곳이다. 신주가 모셔진 곳은 정전이다. 가로로 101미터나 되는 매우 웅장하고 압도적이며 아름다운 목조건축물이다. 여기엔 공덕이 높은 19명의 왕과 그들의 왕비 30명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그 밖의 왕과 왕비의 신주는 영녕전에 모셨다. 종묘는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대장경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 의미도 훌륭하지만 나무와 풀숲이 우거져 풍경이 예쁘고 산책하기에도 참 좋다. 사계절 언제라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덕수궁 돌담길 평일엔 한가로운 덕수궁 돌담길도 주말이면 북적거린다. 노란 파라솔을 펴고 이런저런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활기찬 분위기를 만든다.

종각을 지나 다다르는 시청역에도 가볼 곳이 많다.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덕수궁 대한문이 보인다. 여기선 하루 세 번 수문장 교대식이 열린다. 시간이 좀 있다면 덕수궁을 구경하는 게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돌담길을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다. 단, 예전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았는데 최근엔 행사가 많아 조금 시끌벅적하다. 구경거리가 많아진 대신 사색하긴 어렵게 됐다. 돌담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서울시립미술관이 있다. 김환기, 백남준, 박서보 등 많은 대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특별전이 아닌 한 무료로 개방된다. 이런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건 정말 뿌듯한 일이다.

시청 다음은 서울역이다. 여기는 권하고 싶은 곳이 있어 굳이 들렀다. 구청사 앞에 있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이다. 그 자리는 강우규 의사가 일제강점기 3대 총독으로 부임했던 사이토 마코토의 마차에 폭탄을 던졌던 항일의거 터다. 강우규 의사는 우리 나이로 65세에 항거하고 66세에 사형을 당해 순국했다. “내가 평생 나라에 한 일이 없음이 부끄럽다. 내가 죽어 조선 청년 가슴에 인상만 준다면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마 누구의 동상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지면에나마 꼭 소개하고 싶었다.
 

 

 

신길역에는 강바람이 좋고 꾸밈없는 자연이 멋진 곳이 있다. 2번 출구로 나오면 샛강다리가 보이는데 이 멋진 다리로 연결된 샛강생태공원이다. 조성된 지 벌써 30년이나 된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이다. 자연생태를 보존하기 위해 매점이나 가로등은 물론 벤치도 세우지 않았다. 그래서 샛강다리 위에서 본 샛강생태공원의 풍경은 조금 낯설다. 늘 관리되고 꾸며진 조경만 봐왔기에 자연 상태 그대로 이뤄진 생태가 익숙할 리 없다. 심지어 여의도의 마천루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기까지 한다. 하지만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사실 한국의 전통 조경도 꾸밈없는 어울림이 핵심이다.

신길역을 끝으로 다시 서울을 벗어났다. 처음 마주한 곳은 의왕역에 있는 철도박물관이다. 2번 출구로 나와 남쪽으로 800미터쯤 내려가면 만날 수 있다. 아홉 점의 등록문화재를 포함한 철도 관련 유물이 총 4500여 점이나 전시돼 있다. 실내외 전시 규모도 약 4800제곱미터에 달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흥미롭게 볼만한 게 많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비둘기호와 통일호의 객차도 있고 보기 힘든 대통령 전용 열차도 실차 그대로 전시돼 있다. 다음에 들른 서호공원은 화서역 6번 출구 앞에 있는 서호꽃뫼공원 바로 밑에 있다. 서호는 1799년 정조의 명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 이름은 축만재다. 수원 화성의 서쪽에 있어 서호라고 불리게 됐다. 이곳 가운데 있는 섬도 그 당시 인력으로 쌓아올린 인공섬이다. 현재 이곳은 가마우지를 비롯해 흰뺨검둥오리와 중대백로, 청둥오리 등이 찾는 철새도래지가 됐다. 대도시 한복판에서 만나는 철새도래지라니 정조의 선견지명이라 해야 할까?

다시 전철을 타고 수원을 벗어났다. 오산대역 바로 앞에 있는 물향기 수목원에 가기 위해서다. 이곳은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도립 시설이다. 때문에 입장료도 저렴하고 관리가 잘돼 있다.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안에는 매점조차 없다. 총 19개의 주제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숲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단,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면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90분간의 코스인데 숲과 친하지 않은 도시인들에게 추천한다. 1호선의 막바지에는 온양온천역이 있다. 이곳엔 물론 온양온천이 있다. 온양온천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다. 백제 때는 온정, 고려에선 온수, 조선 때부터 온양이라 불렸다고 한다. 여행의 마무리로 온천욕을 하고 서울로 향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사정상 온천을 이용하진 못했다. 그리고 다음 역인 신창역으로 향했다. 대망의 종착역!

새벽부터 시작된 지하철 여행은 결국 저녁이 돼서야 끝이 났다. 지하철을 답답해하지만 1호선은 외부로 달리는 구간이 훨씬 많아 좋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예쁜 풍경은 1호선 전철 여행의 매력이다. 만약 연인과 사랑을 쌓아가는 중이라면 1호선 여행을 ‘강추’한다. 핑계 김에 옆에 꼭 붙어 앉을 수 있다. 그 설렘을 누가 마다할 수 있을까? 1호선은 정말 핫라인이다

 

이런 지하철은 몰랐을걸?
대전 지하철 대전 지하철은 2007년에 완전 개통됐다. 북서부인 반석역부터 남동부인 판암역까지 대전의 주요 구간 총 22개역, 22.6킬로미터를 운행한다. 요금은 10킬로미터 이내인 경우 1400원, 이를 넘어가면 1500원인데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150원 할인된다. 탑승권은 플라스틱 RF 토큰이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무인 모노레일 중 세계 최장 구간을 운행한다. 칠곡경대병원역에서 용지역까지 총 23.95킬로미터, 30개 역을 달린다. 주거 밀집지역을 지날 때는 주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창문이 흐려진다. 레일 설치 높이는 평균 지상 11미터로 모노레일에서 보는 노을이 장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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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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