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페라리의 기똥찬 쿠페

4인승, 4WD, 4스티어링. 페라리가 기똥찬 쿠페를 만들었다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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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 루쏘는 페라리 FF를 잇는 새 모델이다. 언뜻 보기에 FF와 비슷하지만 안팎으로 조금씩 모두 바뀌어 전혀 새로운 차다. FF가 아닌, 새로운 이름을 붙인 이유이다. 그랜드 투어링 쿠페(GTC)라는 이름은 1960년대의 아름다운 페라리에서 따오고 숫자 4는 2인승이 당연한 페라리에서 4인승임을 강조한다. 또 네바퀴굴림이라는 뜻도 있는데, 이번에는 네바퀴 스티어링이라는 뜻도 더했다. 루쏘는 럭셔리라는 말이다. 이름이야 어쨌든 루쏘는 네바퀴굴림의 4인승 럭셔리 그랜드 투리스모 쿠페로 페라리 안에서도 독보적이다.

 

독특한 형상의 슈팅브레이크 디자인은 그대로다. 슈팅브레이크는 최고의 럭셔리카를 추구한다. 옛날부터 유럽의 귀족들은 2도어 쿠페를 주로 탔고, 사냥을 가기 위해 엽총과 사냥개를 차에 실어야 했을 때 그들의 쿠페를 왜건형으로 개조했다. 수요가 많지 않은 차는 코치빌더에게 주문생산을 했기에 그 희귀성이 남달랐다.

 

페라리는 자신의 최고급 모델로 독특한 장르를 골랐다. 페라리가 주장하는 GT의 성격에 슈팅브레이크의 공간 여유가 어울렸다. 페라리 루쏘는 균형 잡힌 디자인 속에 개성이 녹아들었다. 미래적이면서 또 클래식하다.

 

 

 

루쏘는 플라비오 만조니가 이끄는 페라리 자체 디자인에서 손보았다. 정성을 다한 루쏘는 페라리 FF의 조금은 전위적이던 모습에서 한결 세련되고 정갈해졌다. 한없이 길어 보이는 보닛 라인에 20인치 휠은 슈퍼카에서만 가능한 실루엣 같다. 낮게 뒤로 연장한 지붕선은 거의 쿠페처럼 보인다. 펜더에 3개의 루버가 달린 에어벤트는 엔진룸과 휠하우스의 내부 압력을 낮춰 저항을 줄이고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특히 4개의 원형으로 되돌아간 테일램프는 페라리 고유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널찍한 뒷모습에 위엄이 넘쳐난다. 낮고 넓은차에 존재감이 뚜렷하다. 드래그 수치도 6퍼센트로 좋아졌다.

 

대시보드 모양이 여느 페라리와 상당히 달라졌다. 세련미와 더불어 새차 맛이 가득하다. 독특한 개성의 페라리 스티어링휠은 그대로인데, 작은 에어백과 가운데 달린 경음기 등세세한 조정이 이루어졌다.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는 마네티노 스위치는 스노, 웨트, 컴포트, 스포츠, 그리고 ESC 오프 모드로 꾸며졌다. 다른 페라리와 달리 레이스 모드가 없는데, 이 차는 스포츠카가 아닌 GT라고 강조하는 것같다. 어쨌든 ESC 오프 모드는 끝장을 보자는 거다.

 

운전석을 조절하니 스티어링휠이 높이 달려 이탤리언 운전자세가 만들어진다(손을 뻗고 다리를 오므리는 자세). 대시보드 한가운 데는 10.25인치의 HD 터치스크린을 달았다. 계기반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어 멀고 가까운 지도 2개를 놓고 운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니터에는 애플 카플레이까지 지원하는 최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담았다.

 

조수석은 별도의 모니터가 제공되는 트윈 콕핏 콘셉트이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도 스포츠 드라이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페라리에서만 가능한 재미로 내비게이션, 스피드와 G포스, 계기반 내용과 인포테인먼트 등을 조수석에 보여준다.

 

 

 

루쏘는 쓰임새가 큰 4인승이다. FF 오너는 뒷자리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경우가 60퍼센트에 달했다. 그래서 루쏘는 뒷자리 무릎공간도 1.6센티미터 늘렸다. FF 오너는 다른 페라리보다 평균 열 살 어리다고 한다. 다른 페라리보다 주행거리가 50퍼센트 많고, 75퍼센트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여행 한다. FF 오너는 주말뿐만 아니라 매일 타고 싶다고 했다. 더 높은 출력은 필요 없지만 차를 다양하게 쓰고 싶다고 했다. 페라리는 유일한 4인승 4WD인 루쏘의 쓰임새가 다른 페라리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너들이 FF는 보통 때 시끄럽다고 해서 루쏘는 4500rpm 아래서는 조용하다. 컴포트 모드로 하고 오토로 달리면 아주 조용하다. 그러다 스포츠 모드로 돌리면 페라리 고유의 울부짖음이 살아난다. 한 대의 차에 두 가지 성격을 담았다.

 

페라리에 12기통의 의미는 중요하다. 슈퍼카 페라리는 V12로 완성된다. 엔진은 FF에서 쓰이던 6.3리터 V12 그대로지만, 압축비를 12.4:1에서 13.5:1로 높이고 실린더헤드 디자인을 변경해서 최고출력이 30마력 오른 690마력/8000rpm이다. 소프트웨어와 다중분사 인젝션을 개선하고 엔진 무게를 줄이는 등 모든 부분이 업그레이드됐다. 그래서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이 FF보다 0.3초 줄어든 3.4초가 됐고 최고속도는 시속 335킬로미터에 이른다. 루쏘의 4RM 에보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FF의 개량형으로 앞바퀴용 기어박스를 크랭크샤프트 앞쪽에서 따로 빼내 할덱스 다판 클러치로 연결한다. 이 작은 앞바퀴용 기어박스는 전진 2단과 후진기어로 되어 있다. 루쏘는 구동력의 20퍼센트를 앞바퀴로 보낸다.

 

루쏘가 F F와 다른 점은 4휠 스티어링으로, 미끄러운 노면에서 조종성이 향상되고 트랙에서 민첩성이 좋아졌다. 어떤 노면에서도 최상의 그립을 추구하는 4RM-S는 네바퀴 굴림 시스템 4RM 에보와 네바퀴 스티어링 그리고 SSC4로 완성된다. 페라리의 4세대 사이드 슬립 컨트롤 시스템(SSC4)은 F1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 전자식 안정화 장치, SCM-E 마그나라이드 가변식 댐퍼, ABS, 토크 벡터링 등이 함께 움직여 완성된다. 항상 안정되고 예리한 핸들링을 위한 SSC4는 센서로 슬립 앵글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필요한 조치를 계산해 어떤 조건에서도 최상의 그립과 안정된 성능을 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은 ESP와 E-디퍼렌셜, SCM-E가 작동하고 돌아가는 지점에서는 E-디퍼렌셜과 리어 스티어링, SCM-E가 작동하며 다시 코너를 빠져나가는 순간에는 4RM-S와 SCM-E가 작동한다. 복잡한 엔지니어링이 단계마다 진행되는데 운전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페라리가 루쏘의 4WD 성능을 뽐내고 싶었는지, 이탈리아의 북쪽 끝 사우스 티롤 지방을 시승 코스로 잡았다. 페라리는 루쏘의 4RM이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미끄러운 노면을 대비한 것이라 했다. 페라리로 달린 돌로미티 지역은 하늘로 치솟는 거대한 돌산이 많아 구불거리는 산길은 비좁고 포장도 거친곳이 많았다. 고소공포증에 떠는 나에게 한쪽이 절벽인 급경사 코스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71.1kg·m에 이르는 최대토크의 80퍼센트를 1750rpm부터 뿜어대는 차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강력한 힘으로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 할 수 있다. 줄기차게 치솟는 가속감이 가슴 터질 듯한데, 가속할 때마다 이 세상과 동떨어져간다. 충분한 힘과 즉각적인 반응으로 차는 내가 원하는 위치로 순간이동을 한다. 루쏘는 가볍게 날아 점 찍듯이 달린다. 급하게 속도를 줄이면 배기음이 펑펑 터지며 몸을 움츠린다. 강력한 세라믹 브레이크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강한 스트레스에도 한결같은 성능을 보여주었다. 스티어링휠은 딱 알맞은 무게와 날카로운 감각이 좋았다.

 

자연흡기 엔진의 루쏘는 조작과 반응이 내 몸과 하나가 된 듯하다. 알루미늄 스페이스프레임으로 만든 차는 엔진을 프런트 액슬 뒤로 충분히 밀어 배치하고, 기어박스는 뒤 액슬에 달아 47:53의 이상적인 무게배분을 이루었다. 유연한 몸놀림은 내가 갈 다음 자리를 예측 할 수 있었다. 코너를 돌때 칼로 도려내듯 예리한 선을 그리며 달린다.

네바퀴 스티어링에서 언더스티어는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조금 적게 돌려야 할 필요성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투명하고 우렁차고 마른 쇳소리가 계속 불어댄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재빠른 정도가 아니라 천둥처럼 내리친다. 일부러 기어를 낮추어 회전수를 8000rpm 이상으로 밟아대자 전혀 다른 차가 튀어나왔다. 페라리를 몰아치는 내 안의 욕망이 꿈틀댄다. 내 안에 잠재된 야성을 끄집어낸 것 같았다.

 

산길에서 고속으로 몰아칠 기회는 많지않았다. 왕복 2차로의 구불거리는 길에서 날카로운 핸들링을 맛보고 급가속과 급정거를 이어간다.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페달을 밟아대면 V12 엔진은 반응이 즉각적이고 트랙션은 거대하다. 자성유체 서스펜션의 진득한 승차감도 뛰어나다. 690마력은 타이트한 몸놀림과 가벼운 발동작으로 춤을 추는 듯하다. 2톤에 이르는 몸무게가 가볍기만 한데 차는 땅 바닥에 들러붙었다.

 

 

 

페라리는 성공적인 차 FF를 더욱 다듬어 완벽한 럭셔리 쿠페로 내놓았다. 요즘 슈퍼카는 운전하기도 편하다. 7단 듀얼클러치의 조작은 손가락만 까딱거리고, 가벼운 페달을 살짝 밟으면 차는 뛰쳐나간다. 첨단의 전자장비가 나를 완벽한 운전자로 만들어간다. 타고 내리기도 편한 차 루쏘는 매일 타는 슈퍼카로 진화했다. 루쏘는 일상적으로 타는 유틸리티 카로, 또 울부짖으며 달리는 슈퍼카로 임무를 다할 것이다.

 

페라리에 취하고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한 하루였다. 온종일 페라리를 몰고 알프스 자락을 헤매 온몸이 지쳐간다. 악을 쓰고 달린 하루였다. 나는 왜 페라리를 만나기만 하면 사디스트가 되는 걸까? 내 잘못이 아니다. 페라리의 숙명이다. 페라리는 오늘 나에게 자신이 보유한 능력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었지만 체력이 고갈된 나는 마냥 행복하다.

CREDIT

EDITOR : 박규철(편집위원)PHOTO :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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