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SUV 전성시대의 주역은 소비자일까?

갑자기 SUV가 많아지고 있다. 진정 소비자들이 원해서 많아지는 것일까?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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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높고 기름값이 낮아서 SUV로 소비가 몰린다고?

 

 

요 며칠 SUV 성장세를 피부로 실감했다. 편집장은 지난달 미국에서 벤틀리 최초의 SUV 벤테이가를 시승하고 왔다.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차”라고 말하며 궁금증을 더했다. 2월 말에는 앞바퀴굴림 섀시를 깐 뉴 BMW X1을 시승했다. 3월 초엔 볼보의 2세대 XC90 출시회에 다녀왔다. 이미 수많은 해외 언론과 자동차 평가단체에서 ‘최고의 SUV’라는 찬사를 받은 모델이다. 다음 날은 아우디의 2세대 Q7을 탔다. 최첨단 엔지니어링과 전자 기술을 뒤집어쓴 이 차는 내가 타본 SUV 중 가장 진보된 기술력을 보여줬다.


3월 둘째 주에는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마세라티 최초의 SUV 르반떼를 시승하기 위해서였다. 가는 도중 독일 뮌헨 공항에 전시 중인 재규어 F 페이스를 우연히 만났다. 재규어 특유의 화려한 듯하면서 절제된 디자인에 매료돼 눈을 떼지 못하니, 관계자가 팸플릿을 건네며 미소를 던졌다. 마세라티 르반떼도 인상적이었다. SUV의 실용성과 마세라티 특유의 스포츠 감성이 적절히 혼합된 꽤 매력적인 SUV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기아의 하이브리드 SUV 니로 미디어 설명회에 초청을 받았다. 마감 때문에 가지 못했지만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모델이다. 마감이 끝난 3월 넷째 주에는 쉐보레 캡티바 미디어 쇼케이스와 피아트 500X 국내 론칭이 기다리고 있다. 한 달 사이에 9대의 SUV가 직간접적으로 내 신경계통을 자극했다. 몇몇 차종은 뇌리에 균열을 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최전방에서 SUV 성장세를 피부로 실감한 기분이다.


실제로도 SUV는 많이 팔린다. 중국은 2011년부터 저속 성장기에 접어들어 2014년 전체 산업 성장지수가 한 자릿수(7.4퍼센트)인데, 같은 기간 SUV 시장은 37.0퍼센트나 급성장했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가 1747만 대 판매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 중 픽업을 포함한 SUV 비중이 54퍼센트에 이른다. 국내도 세단과 SUV 판매 비율이 59:41까지 좁혀졌다.


그런데 삶의 질이 높고 기름값이 낮다고 SUV로 소비가 몰린다는 건 설득력은 있어도 완벽한 이유는 아니다. 나는 그 이유를 거꾸로 생각했다. 수요가 있어서 공급이 생긴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했다고.  


요즘 차 좋다. 특히 SUV 잘 만든다. 예전에는 무게중심이 높아 좌우로 휘청거리는 SUV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서스펜션 제작 기술이 좋아져 휘청이거나 낭창이지 않는다. 소재 개발도 많이 이뤄지면서 이전보다 차체 무게를 수백 킬로그램씩 낮췄다. 덕분에 연비가 좋아지고 운동성도 유리해졌다. 스포츠카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달리는 SUV도 많다. 그러니 짐차로만 여겼던 SUV에 대한 인식의 장벽이 점점 낮아졌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장벽이 낮아지고 관심이 높아지니 메이커에서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소비 장벽을 더 낮추기 위해 SUV를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변형해 마치 SUV가 아닌 것처럼 소비자를 유혹했다. ‘크로스오버’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서 말이다. SUV는 세단처럼 형식과 형태의 틀이 단조롭지 않아 형태 세분화도 자유롭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크로스오버는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언어였다. 물론 이 단어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만들었다. 수많은 크로스오버가 쏟아져 나왔고 소비자들은 가장 트렌디한 소비로 이끌렸다. 그러자 지난 100년 동안 SUV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나 타는 차로 여기며 거들떠보지 않던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SUV 세분화 및 고급화 트렌드는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것이다. 더 많고 다양한 차종을 만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갑다. 하지만 생산자가 이끄는 소비 트렌드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사용 의도와 목적에 맞는 스마트한 소비를 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소비의 주체는 소비자다. 당신이 진정 SUV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CREDIT

EDITOR : 이진우PHOTO : MOTE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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