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COLLABORATE MORE LUXURIOUSLY

마세라티와 제냐가 손을 잡았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의 실내를 제냐의 원단으로 꾸며 내놓은 거다. 이탤리언 럭셔리의 바람이 한층 거세질 것 같다

2015.07.23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게 정말 많다. 아마 아이들이라도 피자와 스파게티는 다 알 거다. 10대 중 후반으로 올라가도 패션이란 단어가 자연스레 튀어나올 테고, 만일 차를 좋아한다면 스포츠카도 쉽게 생각해낼 것이다. 축구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월드컵의 극적인 승부를 봤다면 더욱 그럴 거다. 30대라면 피렌체의 두오모가 무척 그립던 시절도 있었겠다.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때문이다. 물론 무솔리니가 주창한 파시즘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고 기행으로 유명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이곳 사람이다. 음…. 파시즘과 베를루스코니는 잊자.

어쨌든 이탈리아의 음식과 다른 문화는 이제 세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이미 대중화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패션과 스포츠카는 다르다. 패션은 여전히 프레스티지의 역사를 쌓아올리고 있고 스포츠카는 아직도 수제 생산방식을 고집하며 커스터마이징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부호들의 곁엔 늘 이탈리아의 패션과 스포츠카가 마치 상징처럼 따라다닌다.

 

 

마세라티와 에르메네질도 제냐(이하 제냐)는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브랜드다. 물론 그보다 비싼 제품도 있고 더 후한 평가를 받는 브랜드도 있다. 윗동네 프랑스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탈리아 내에서도 그런 브랜드들이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가장 먼저 세심한 사운드 메이킹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어루만졌고, 제냐는 원단부터 직접 만들어 의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책임졌다. 이는 곧 브랜드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나름대로의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그런 두 브랜드가 협업을 공언하고 나섰다. 한시적인 게 아니다. 앞으로 쭉 이어질 거다. 물론 전부터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회사의 협업은 종종 있어왔다. 국내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는 에르메스와 협업해 만든 ‘에쿠스 by 에르메스’를 발표했었다. 판매용으로 만든 차도 아니고, 심지어 비싼 가죽이라고 취재기자들조차 만져보지도 못하게 했지만 어쨌든 에르메스가 에쿠스의 실내를 가죽으로 감싸 다듬어 협업을 완성했던 경우다.

마세라티와 제냐는 이와 다르다. 현대차와 에르메스의 협업은 보여주기용 ‘쇼카(ShowingCar)’를 만들기 위한 단발성 이벤트였다. 반면 마세라티와 제냐는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는 동반자 관계가 됐다. 먼저 제냐로부터 공급받은 내장재 원단으로 꾸민 ‘제냐 에디션’을 출시한다. 패션 회사가 자동차 회사에 내장재를 공급하는 방식의 협업은 지금까지 단발성으로만 있었다.

판매에 들어갔다 해도 한정 생산해 일부에게만 공급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없었던 일을 지금부터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세계 각지의 기자들을 이탈리아로 불러 모은건 그 때문이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프리미엄 브랜드가 한시적도 아닌 채로 손을 잡은 건 단순히 격을 올리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 었다. 여기엔 기업의 미래도 함께 걸려 있었다.

 

 

 

두 회사는 공식 행사의 첫 번째 일정인 프레스 콘퍼런스부터 온갖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꽤 많이 노력했다. 콘퍼런스 장소는 이탈리아 스트레사의 그랜드 호텔 데 질 보로메스였다. 그중에서도 헤밍웨이 스위트였다. 이 호텔은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집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헤밍웨이가 소설을 집필한 방이 바로 헤밍웨이 스위트다. 물론 헤밍웨이가 유명해진 후 이 방의 이름도 바뀌었다. 장소만 특별했던 건 아니다. 마세라티는 물론 알파로메오와 아바르트를 함께 이끌고 있는 하랄트 베스터 CEO와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원단업체에서 세계적인 패션 기업으로 키운 질도 제냐 CEO가 함께 자리했다. 콘퍼런스는 딱딱하게 문서나 읽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럴 거면 강당이 낫지 굳이 헤밍웨이 스위트는 어울리지 않았다. 콘퍼런스 전 우리는 헤밍웨이가 좋아했다는 모히토를 마셨고 서로 첫인사도 나눴으며 분위기도 살짝 풀어져 있었다. 당연히 편한 대화가 어울렸다. 눈치를 보니 이미 그렇게 짜인 순서였다. 자리엔 스크린도 없었고 빔프로젝터도 없었으며 컴퓨터도 보이지 않았다. 베스터 CEO는 약간 경직된 느낌도 있었으나 제냐 CEO는 마치 친구나 동생을 만난 듯 의자 등받이에 한껏 기댄 채 다리까지 꼬고 앉았다. 참고로 베스터 CEO는 독일인, 제냐 CEO는 이탈리아인이다.

제냐 CEO는 일단 자랑부터 하고 들어갔다. 소재 개발 얘기였다. “우리가 마세라티에 입힌 건 비단(Silk)입니다. 문 안쪽 트림은 물론 시트에 들어간 그것도 실크로 만들었어요. 제냐는 원단을 만든 지 벌써 106년째 되는 회사입니다. 역사와 전통이 쌓이는 동안 기술도 함께 발전했죠. 제냐의 직조 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의아했다. 시트에 들어간 소재가 비단, 즉 실크란다. 천연 소재의 경우 일반적으로 내구성이 그리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크로 만들었단다. 다른 부분도 아니고 시트에 사용한 소재까지 실크라니 설마 싶었다. 그때였다. 앞줄에 앉은 프랑스 기자가 제냐 CEO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음이 통했는지, 실크가 약하진 않은지 물었다. 그는 또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실크는 매우 고급스러운 소재예요. 그리고 강합니다. 질기죠. 여기에 제냐의 기술이 더해진 겁니다. 

우리가 납품하는 원단은 강도 높은 내구성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시트에 쓰일 수 없겠죠. 그 부분, 제일 빨리 닳는 곳 아니에요?” 맞다. 제냐의 원단이 들어간 곳은 엉덩이와 등이 닿는 부분, 결국 제일 잘 닳는 위치였다. 오래된 차는 이 부분이 쭈글쭈글 울기까지 한다.

 

 

 

제냐에서는 아마도 원단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을 거다. 쓸데없이 문제가 발생하면 제냐가 100년 넘게 쌓아올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때문이다. 아울러 잘만 하면 제냐로서는 자동차 내장재 납품을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 당장이야 마세라티에 독점 공급하겠지만 반응이 좋으면 다른 회사에서도 충분히 원단 공급을 요청할 수 있다. 제냐로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욕심 낼 만한 시장이다. 자동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고급차 시장이 그렇다. 제냐 입장에서는 유리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다. 고급 옵션으로서 선택받을 만한 인지도가 있다. 아울러 최고급 브랜드 중 몇 안 되는 원단 제조사이며 직조 기술 수준도 높다. 원단을 직접 개발 및 생산해 납품할 수 있다.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와 소비층이 겹친다. 제냐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탐낼 만한 사람들이 타는 차부터 이미 시작한 상황이다. 이후 제냐를 선망하는 쪽으로 소비자층을 확대 공략할 수 있다. 제냐 CEO는 이런 상황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마세라티와 제냐의 협업을 ‘얼티밋 라이프 타임 익스피리언스(Ultimate Life Time Experience)’라고 표현했다. 해석하자면 궁극의 인생 경험쯤 되겠지만 그의 표정과 말투로 보았을 때 ‘죽이게 고급진 드문 경험’ 정도로 느껴 졌다. 그만큼 제냐 CEO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한동안 잠자코 있던 하랄트 베스터 CEO도 말문을 열었다. “마세라티와 제냐의 100년 넘은 깊은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아닙니다. 차곡 차곡 쌓아올려진 전통입니다. 그 둘이 손을 잡은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번 기회가 반가운 건 마세라티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마세라티는 지금 엄청난 성장을 기록 중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년에 2000대를 팔지 못하던 마세라티였다. 그러나 2013년 1만5393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1만대 벽을 넘어서더니 지난해에는 무려 3만6448대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말 그대로 ‘폭풍성장’이다. 이 같은 놀라운 실적의 주역은 단연 기블리다. 기블리는 작년에만 2만3500대 판매됐다. 기블리 하나만으로 전년 기록을 간단하게 넘어선 거다.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마세라티는 중국 시장에서 총 94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148퍼센트나 확대된 수치다. 규모로 치면 북미 시장에 이은 세계 2번째 시장이나 성장률로 따지면 최고다. 마세라티는 조만간 중국 시장이 제1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길 바라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더 많이 판매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베스터 CEO의 말이다. 이번 협업의 주요 타깃을 물으니 대답이 바로 나왔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남달라요. 우리 고객의 대부분은 40대 미만입니다. 기블리보다 콰트로포르테가 더 잘 나가는 시장이기도 하죠. 여성 소비자도 절반 가까이 됩니다. 다른 시장의 통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곳이에요.” 어쩌면 이번 협업의 주요 목표는 중국 시장 확대일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미 다른 고급 브랜드들의 입지가 확고한 곳이다. 특히 포르쉐와 벤틀리 제1의 시장이 바로 중국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차별화다. 성능의 차별화가 아니다. 드러낼수 있는 고급감에 대한 차별화다. 어떤 차가 더 좋고 합리적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기블리보다 콰트로포르테가 더 많이 팔리는 유일한 시장이란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란 의미기도 하다. 중동에서 온 기자가 물었다.

“중동도 꽤 큰 시장입니다. 그들의 취향에 맞춘 옵션이 추가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하랄트 CEO가 답했다. “아직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곳은 중국, 중국입니다.” 그 의 입에서 중국 소리가 두 번이나 튀어 나왔다.

 

 

 

마세라티가 소속된 FCA의 세르조 마르키온 네 회장은 올 초 “오는 2018년까지 판매량을 70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있다. 지난해 FCA는 전 세계에서 약 475만대를 판매했다. 4년 내 200만대 이상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마세라티도 판매량에 대한 할당이 있다. 2018년까지의 목표는 7만5000대다. 마세라티는 판매량 증가를 위해 토리노에 새로운 공장을 지었다. 그리고 대량생산 방식을 받아들였다. 마세라티는 원래 수공으로 만들어졌다. 스포츠카인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는 물론 콰트로포르테도 모데나 공장에서 수제로 생산됐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만 모데나에서 수제 생산된다.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는 지난 2013년 3월 토리노에 신설된 조반니 아넬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이 공장은 원래 이탈리아의 유명 카로체리아이던 베르토네의 소유였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베르토네가 지난 2009년 매물로 내놓은 걸 피아트가 인수하게 됐고 2011년에 이 공장을 마세라티 생산공장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결국 마세라티의 판매 확대 계획은 이미 2011년 이전에 세워졌단 얘기다. 기블리가 잘 팔린다고 급조된 계획은 아니다.

제냐와의 협업도 마찬가지다. 제냐의 내장재 원단 개발 기간도 적잖이 걸렸을 터. 함께한 한 패션에디터는 “실크 특유의 자연광을 누르고 저렇게 높은 강도로 직조해냈다는 건 제냐의 기술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저 정도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개발해낸 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냐와의 협업도 치밀하게 준비한 실행 계획의 일부였는지 모른다.

제냐의 원단으로 꾸민 ‘제냐 에디션’은 우선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내년 선보일 레반테에도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세모델은 모두 조반니 아넬리 공장에서 생산된다. 생산라인을 돌며 로봇에 의해 차가 만들어지는 공장이다. 마세라티의 주요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수제차가 아니다. 하지만 마세라티는 “장인정신(Craftmanship)이 깃든 공장”이라고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실내 조립만큼은 사람의 손길로 완성된다는 의미에서다. 실제로 차체 조립은 거의 로봇에 의해 이뤄지지만 실내는 사람이 일일이 직접 조립한다. 물론 이걸 갖고 여전히 수제 생산 방식을 고집한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마케팅 포인트의 일환은 될 수 있겠다.

 

 

'

 

마세라티와 제냐의 협업은 목표가 뚜렷하다.마세라티로서는 중국 시장 공략이 1차 목표다. 2차 목표는 고급감 회복이다. 수제 생산 방식을 포기하고 기블리란 작은 모델을 출시한 데다 디젤 엔진까지 도입하며 스포츠 지향의 고급 이미지를 조금 깎아먹었기 때문이다. 제냐의 1차 목표는 자사의 기술과 명성이 자동차 업계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단 걸 보여주는 거다. 2차 목표는 본격적인 자동차 업계 진입이다. 고급 오디오 브랜드가 자동차 업계에 진출해 더 큰 명성을 쌓고 수익을 높인 것처럼 제냐도 비슷한 수순을 기대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목표가 어디까지 성취될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마세라티의 제냐 에디션은 국내에서도 곧 론칭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서 미리 사용 해본 바에 따르면 시각적으로도 확실히 고급스럽고 소재에 대한 이질감도 없다. 아울러 통풍시트도 지원한다. 지금까지 통풍시트는 가죽시트에만 들어갔다. 가죽 이외의 소재는 통기 구멍을 뚫어 놓으면 내구성이 떨어져 버티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냐의 원단에 통풍 기능이 들어갔다. 내구성도 기대할 만하겠다.

 

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마세라티

아이매거진코리아닷컴, 더네이버, 동방유행 ©imagazinekorea.com, ©theneighbor.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