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ECH 기분 좋은 드라이빙 체로키

새로운 체로키를 타고 LA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달리며 든 생각은 하나다. 아, 기분 좋다

20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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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5일 오전 9시. 한국에선 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거센 한파가 몰아친 그때 난 미국 LA 공항에서 짐을 찾고 있었다. 공항에서 나오자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온몸을 휘감았다. 불과 12시간 전만 해도 두꺼운 거위 털 점퍼의 지퍼를 턱 밑까지 끌어올리고 잔뜩 움츠린 채 인천공항에 들어섰는데 LA 공항을 나설 땐 얇은 봄 재킷 하나로도 충분했다. 낯선 날씨와 낯선 공간.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에 머리가 잠시 멍해졌다.


지프는 얼굴과 파워트레인을 새롭게 매만진 새로운 체로키의 글로벌 시승 행사 장소를 LA로 정했다. 사시사철 따스한 햇살이 반겨주는 LA는 시승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날씨가 좋으면 차를 타는 기분도, 차에서 느끼는 감정도 좀 더 좋을 게 분명하다. LA 국제공항에서 북쪽으로 6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포시즌스 웨스트레이크 빌리지가 체로키 시승 행사의 베이스캠프다. 지프에서 보낸 크라이슬러 퍼시피카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지프에는 미니밴이 없어서 한 가족인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를 보냈나 봐요.” 한국에서 우리와 함께 온 홍보 담당자가 웃으며 말한다. 푸근한 시트에 몸을 파묻으니 사장님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을 보니 12시간의 비행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듯하다.


다음 날 아침, 지프에서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러 호텔 1층으로 내려갔다. 20평 남짓한 스튜디오에는 새로운 체로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 체로키처럼 네모난 헤드램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매가 달라진 체로키가 한층 듬직해 보인다. 솔직히 이전 체로키의 쭉 찢어진 헤드램프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성 있어 보인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고급스러우면서 당당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얼굴부터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그랜드 체로키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헤드램프 디자인을 바꾸고 보닛 높이를 좀 더 높여 웅장해 보이도록 매만졌죠.” 치프 디자이너 브라이언 닐랜더가 체로키의 새로운 디자인을 설명했다. 얼핏 봐도 달라진 부분이 꽤 많다. 점점이 박힌 주간주행등은 하나의 선으로 날렵하게 다듬었고, 2단으로 배치했던 헤드램프가 하나로 정리되면서 좀 더 단정한 모습이 됐다. 그 아래 안개등은 크롬 장식을 둘러 밋밋함을 덜었다. 범퍼 아래 커다란 공기흡입구가 강한 인상을 보인다. 달라진 얼굴이 흐뭇하다.    


“그냥 디자인만 바꾼 건 아닙니다. 새로운 체로키는 상향등과 하향등에 모두 LED를 적용한 바이 LED 프로젝터 헤드램프를 달았습니다. 안개등 역시 LED를 넣었고요.” 브라이언 닐랜더는 체로키의 달라진 헤드램프를 다시 한번 자랑했다. 뒷모습 역시 테일램프를 둘러싼 LED 라이트 덕에 분위기가 좀 더 세련돼졌다. 굴곡 있는 라인 대신 선을 강조한 뒷모습에서 남성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크게 변화한 겉모습에 비해 실내에선 달라진 모습을 단박에 알아채기 어렵다. 에어컨 송풍구와 변속 레버를 둘러싼 크롬 장식이 얇아졌다는 것만 빼면 또 다른 변화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디자인을 바꾸기보다 소재에 좀 더 신경을 썼습니다. 도어 패널과 암레스트, 인스트루먼트 패널 위쪽에 진짜 가죽은 아니지만 가죽처럼 보이는 소재를 사용했죠.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대시보드 아래쪽을 밝은 톤으로 처리했고요.”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실내가 좀 더 고급스럽고 아늑한 느낌이다. 그는 골프 클럽을 가로로 넣을 수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반영해 트렁크 공간의 폭을 넓혔다고도 강조했다. “지금은 골프 클럽 두 세트를 여유 있게 실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체로키는 골프클럽을 가로로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 폭을 넓혔다. 변속기는 ZF의 라이선스를 받아 FCA 인디애나 변속기 공장에서 생산되는 9단 자동을 얹었다.

 

뒤이어 폴 스미스 엔지니어가 파워트레인과 첨단 장비에 관한 설명을 이어갔다. “새로운 체로키는 우선 세 가지 휘발유 엔진을 얹습니다. 270마력을 내는 2.0리터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과 271마력을 내는 3.2리터 V6 펜타스타 엔진 그리고 180마력을 내는 2.4리터 타이거샤크 멀티에어2 엔진이죠. 이 중 2.0리터 터보 엔진은 우리가 새롭게 개발한 엔진입니다. 터보차저를 실린더 헤드에 직접 연결해 배출가스를 줄이고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터보 지체  현상도 줄였고요.” 그는 새롭게 손본 9단 변속기도 설명했다. “이전 체로키와 마찬가지로 ZF의 라이선스를 받아 FCA 인디애나 변속기 공장에서 생산되는 9단 변속기를 얹었지만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반응성과 변속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변속 타이밍을 개선했죠. 체로키의 9단 변속기는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해 RPM을 되도록 낮게 유지합니다.” 


30분 남짓 되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시승을 하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갔다. 호텔 뒤뜰에는 각기 다른 파워트레인을 얹은 색색의 체로키가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가장 먼저 2.0리터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에 올랐다. 지프가 입이 아프도록 자랑하던 새로운 엔진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270마력이면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새로운 VC 터보 엔진보다 2마력이 높은 수치다. 오른발에 힘을 주자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치고 나가는 힘이 제법이다. 휘발유 엔진이라 움직임이 한층 경쾌하다. 복잡한 시내를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섰다. 도로표지판에 ‘멀홀랜드 드라이브’란 이름이 보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했더니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가 있었다. 이 도로에서 사고가 난 여자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태백의 와인딩 도로 같다. 좁은 2차로 산길이 끝도 없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급격하게 꺾이는 코너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중앙선을 넘을 수 있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왜 이곳을 차 사고의 배경으로 삼았는지 알 것 같네요.” 멀미가 날 것 같은 와인딩 길을 달리며 나도 몰래 혼잣말이 나왔다.   


하지만 체로키는 생각보다 잘 달려줬다. 구불구불한 노면을 잘 움켜쥐며 매끈하게 내달렸다. 급하게 코너에 진입하면 뒤가 살짝 도는 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불안하게 홱 돌아가진 않았다. 2.0리터 터보 엔진은 기대 이상의 힘을 토해냈다. 산길을 올라갈 때 사납게 울부짖긴 했지만 힘겨워하는 기색은 느낄 수 없었다. 적당히 무른 서스펜션은 출렁이는 맛이 좋았다. 요동치는 듯한 출렁임이 아니라 요람을 흔드는 듯한 잔잔한 출렁임이다. 체로키의 9단 변속기는 목적이 뚜렷하다. 연료효율을 위해 낮은 회전수를 고수한다. 산길을 오를 땐 RPM 게이지 바늘이 순간순간 치솟지만 고속도로를 정속으로 달릴 땐 2000rpm 아래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스티어링의 반응은 또렷하다. 명령하는 만큼 행동하는 게 응답성이 좋다.


2시간 남짓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산속에 있는 캐니언 랜치(Canyon Ranch)다. 지프는 이곳에 체로키를 위한 오프로드 코스를 만들었다. “이곳에선 트레일호크 모델로 갈아타셔야 합니다.” 코스 입구에서 지프의 행사 진행자가 우리를 막아섰다. 트레일호크는 지프 모델의 오프로드 버전이다. 외모부터 남다른데 아래에 빙 둘러 검은색 몰딩을 덧대고 엉덩이에 트레일호크 배지를 붙였다. 새로운 체로키는 세 종류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얹는다. 액티브 드라이브 Ⅰ은 필요한 순간 네 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발휘한다. 액티브 드라이브 Ⅱ는 여기에 오토와 스노, 스포츠, 샌드 앤 머드의 네 가지 지형을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을 챙겼다. 4WD 로 모드도 갖추고 있는데, 이 버튼을 누르면 앞뒤 드라이브 샤프트가 잠기면서 2.0 터보 엔진의 경우 크롤비가 51.2:1, 3.2 펜타스타 엔진의 경우 크롤비가 48.3:1이 된다. 액티브 드라이브 록은 액티브 드라이브 Ⅱ에 센터 디퍼렌셜을 잠그는 기능이 더해진다. 트레일호크는 바로 이 액티브 드라이브 록을 기본으로 얹는다. 차체도 접근각 29.9도, 이탈각 32.2도로 오프로드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우리 앞에는 커다란 구덩이와 둔덕이 연이어 있는 코스가 나타났고, 체로키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프로드 코스를 통과했다. 차체가 50도 이상 기울어지는 코스에서도, 모래가 뒤덮인 오르막에서도 움찔거리는 기색은 없었다. 가파른 내리막에선 힐어시스트가 열일을 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 슬금슬금 잘도 내려간다. 솔직히 랭글러도 아닌 체로키가 오프로드에서 이런 실력을 보일 줄 몰랐다. 이런 체로키라면 바위로 뒤덮인 산길도 거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남짓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하고 나니 온몸이 흥분으로 가득 찼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엔 2.4리터 휘발유 엔진을 얹은 모델로 갈아탔다.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3.4kg·m를 내는 2.4 타이거샤크 엔진은 2.0 터보 엔진보다 화끈하진 않지만 준수한 달리기 실력을 보인다. 느긋하고 진득하게 달리는 기분이 새롭다. 지프 엔지니어는 새로운 체로키가 80가지 이상의 첨단 안전장비와 보안 기술을 적용했다고 자랑했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은 물론 위급한 순간에 완전히 멈추는 기능까지 발휘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플러스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꾸면 부르르 떨며 경고하고 스티어링휠을 돌려 차선 안으로 넣어주는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 시스템을 비롯해 전방추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평행과 직각 주차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장비가 든든하다. 요즘 SUV에 유행처럼 달리는 핸즈프리 리프트 게이트도 흐뭇하다.

 

체로키는 지난해 국내에서 1817대가 팔렸다. 2016년 767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팔린 셈이다. 지난해 지프의 국내 판매대수가 7012대였으니 체로키가 지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된다. 참고로 지난해 체로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다음으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안 팔리는 데 이유가 있듯 잘 팔리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만큼 체로키가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는 뜻 아닐까? 4월 17일 새로운 체로키가 국내에 출시됐다. 우선 2.4 휘발유 엔진을 얹은 모델만 들어왔는데 하반기에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내가 경험한 체로키는 상품성이 두 배쯤 높아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디자인도 근사해졌다. 지프는 새로운 체로키에 기대를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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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FCA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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