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방백과 그들 언저리의 한강

‘방’과 ‘백’이 한강공원으로 걸어왔다. 방백 노래의 ‘지나가는 강물과 바람과 지나가는 연인과 구름’처럼, 방준석과 백현진, 두 남자의 한강과 서울과 음악을 둘러싼 사연들이 봄의 오후와 함께 지나갔다.

2016.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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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방백(Bahngbek)은 음악감독 방준석과 아티스트 백현진이 만나 시작한 듀오 프로젝트다. 그들의 독자적인 스타일이 만나 탄생한 첫 앨범 <너의 손>은 아름다운 어른의 소리를 담고 있다.

 

 

Q 한강에 자주 나오세요? 오늘 양화한강공원에서 뭐가 가장 눈에 들어오던가요?

A 방 날이 좋아서 그런지 오늘은 사람이 많네요. 한강에 오더라도 사람이 없을 때 나오곤 하는데 간혹 몇 년에 한 번씩 이럴 때 나와서 보면 이 시기, 오늘 이 시점의 사람들 모습이 쭉 보이는 것 같아요. 재미있어요.

A 백 아까 형이랑 버드나무 예쁘다는 얘기도 했어요. 버드나무 보는 거 좋아해요.

 

Q 두 분 세대한테는 한강에 대한 각별한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앨범 <너의 손>에도 ‘한강’이라는 노래가 있잖아요. 녹음할 때 모든 연주자들에게 각자의 ‘한강’을 상기시켰다고요?

A 방 한강에 대한 느낌이 연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던 것 같아요. 각자의 한강이 다를 테고 구체적이지 않을 거 아니에요. 몇십 년을 봐왔기 때문에 누구나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상이니까요. 

A 백 구체적이기보다 생각을 환기시키는 정도였죠. 

 

Q 작사자 입장에서는 지시어로 드러나는 한강이 있잖아요.

A 백 사실 특별한 가사가 아니잖아요. 바람, 이어폰 낀 사람들, 음악이 있고, 저녁에 날벌레가 날아다니고, 비행기가 보이고. 사소한 얘기들이에요. 한강이라는 어떤 구조만 만들어놓고 연주자들이 한강을 생각하며 기운을 불어넣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한강은 구체적이면서도 비어 있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아가씨한테 ‘한강 가서 치킨에 맥주 한잔 하실래요?’라고 할 때 누구한테는 즐거운 제안일 수 있고, 어떤 사람한테는 너무 궁상맞고 싫은 제안일 수 있잖아요. 각자 다르게 들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한강에 얽힌 즐거운 추억이 있나요? 

A 방 어렸을 때 스케이트 타던 기억이요. 동생이 스케이트를 선물 받았는데 90년대엔 스케이트 탈 데가 없었잖아요. 그때 마침 한강대교에 조그마한 스케이트장이 있었어요. 대교 위에요. 재미있죠. 다리 중간 즈음에 지금 선유도처럼 살짝 튀어나온 공간이었죠. 정말 옛날 얘기네요.(웃음)

 

Q 그 시절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죠. 한강 풍경이….

A 방 한강은 정말 변화무쌍해요. 뉴욕에 있는 허드슨 강은 30년이 지나도 변하질 않아요.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요. 심지어 나무 한 그루도 그대로 있는데, 한강은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A 백 가끔 친구들이랑 ‘서울에 한강이 없다면 어땠을까?’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한강이 없었으면 우리 삶의 질이나 정서적·심리적인 측면이 굉장히 달라졌을 거 같아요. 뜬금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아주 많이 달랐겠구나, 고마운 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클리셰 같긴 한데 ‘서울의 젖줄’이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클리셰가 아닌 클리셰? 

 

 

Q 한강이라는 젖줄을 끼고 있는 서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이 도시에 대한 감정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엔 서울이 어떻게 보여요?

A 백 서울에 산이 많잖아요. 그게 그나마 이 도시를 버티게 해주는 것 같아요. 아줌마 아저씨가 등산복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싫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괜찮아 보여요. 도시 안에서 좀 과해 보이긴 해도 이렇게 산이 많은 환경이라면 완전히 생뚱맞은 것도 아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등산복 입고 산에 쭉 앉아 있는 사람들도 예뻐 보이고, 산에 가는 차림으로 저 큰 강에 모여 있는 모습이 희한해 보일 수 있지만 서울은 그런 것들이 다 어울리는 도시 같아요. 서울에 애정이 생겼다기보다 점점 싫은 것들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A 방 몇 년 전에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슬로건이 있었잖아요. 다이내믹이 결국 높낮이, 폭의 차이가 크다는 건데 진짜 서울은 다이내믹한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정신 차리고 살기 쉽지 않아요. 서울은 정말 공격적인 도시거든요. 이제 굳은살이 좀 붙어서 그렇지 웬만한 사람들은 버티기 힘든 곳이에요. 

A 백 맞아요. 그나마 우린 운이 좋아서 이 도시 안에서 즐겁게 살고 있는 거죠. 요즘엔 어디 가서 “서울 즐겁잖아요” 이렇게 얘기하기도 좀 조심스러워요. 

 

Q 언젠가 서울을 타이틀로 한 담담한 노래도 써보고 싶지 않으세요? 

A 방 그것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들은 전인권 선배의 

‘내가 왜 서울을’ 그 노래가 참 예뻤어요. ‘내가 왜 서울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내 사랑 만나던 신촌 거리를…’ 그런 가사가 있는데 들으면서 서울을 견딘 어떤 한 사람의 솔직한 언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뭔가 진짜 짠한 게 있어요. 왜 저런 곡을 쓰게 됐을까 생각해봤는데 아마 주변에서 “전인권 씨 서울 싫어하시죠?”, “음악하기엔 런던이 죽이죠.” 우드스탁 어쩌구 하는 얘기를 내내 들어왔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서울을 싫어했던 때도 있었을 거 같고요. 근데 어느 순간 “아니 내가 왜 서울을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면서 그 상황을 써 내려간 게 아닐까 해요.

 

Q 1월에 <너의 손>을 처음 들었을 땐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 다시 들어보니 봄에도 제법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발매 이후 <너의 손>을 둘러싼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A 백 하나 기억나는 게, 미국에 사는 어떤 중학생이 엄마 아빠한테 방백 음악 들어봤냐고 했대요. 누군가 그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너희 성공했다” 그러더라고요. 방준석, 백현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나라에 사는 한국 청소년이 방백을 즐겼다는 그 일이요.

A 방 함께 하는 멤버가 열 명 이상 되다 보니 같이 연주하는 게 나름 새롭고 즐거워요. 내일도 공연이 있는데, 앞으로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기대도 늘 있고요. 우리가 만족스러운 앨범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우리 음악이 자못 어떤 방향으로 향했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어요. 

 

Q 방백의 음악에는 왠지 우리들, 한국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정서가 있는 것 같아요. 

A 방 그건 서울을 떠나서 어떤 지역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그 지역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면 무조건 좋은 거 같아요. 그게 음악이든, 가구든, 음식이든요.

 

Q 음악이라는 말보다 ‘소리’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하셨어요. 결국 그 점이 방백이 추구하는 음악에도 깔려 있는 건가요?

A 방 당연히 깔려 있죠. 음악에서 소리, 소리로 가다 보면 파장이 있거든요. 파장과 진동의 지점에서 어쨌든 우리 모두는 소리로 감각하고 지각하고, 왔다 갔다 하는 거거든요. 물론 가사도 있고 소리가 주는 느낌들이 있지만 어떤 필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흡수되고 공유되는 그런 게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결국 태도랑 마음이 중요한 거죠.

 

Q <너의 손>을 만드는 시간을 ‘무언가를 덜어내고 삭제하는 과정’이었다고 표현했죠. 음악에서도, 미술에서도 과연 무엇이 ‘doing for nothing’으로까지 두 분을 데려왔나요? 

A 방 결국 마음에 대한 것 같아요. 말장난이 아니라 그냥 놔두면 된다는 어떤 마음이요. 욕심이나 잣대를 덜어낼수록 여지가 많아지거든요.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A 백 자기가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덜어내고 뭔가를 덜 하는 것. 존 케이지는 곡을 쓸 때 자신이 반만 완성했다고 생각했대요. 그리고 나머지는 연주자가 채우는 거라고 생각해야 자기가 나중에 인상 쓸 일이 없다는 거죠. 방백 작업도 열려 있어요. 사람들이 와서 채워놓고 가고, 다시 와서 채우고….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 그래서 형이랑 이건 우리 둘의 작업이 아니라는 얘기를 했었던 거예요. 

 

Q 두 분을 지탱하는 건 뭔가요? 

A 방 저는 그때그때 너무 다른 것 같아요. 

A 백 저도 마찬가지죠. 어느 때는 친구들이랑 나눈 담소일 수도 있고, 비장한 예술가의 다짐일 때도 있고, 어느 때는 다 부질없다 싶어서 뭔가 내려놨을 때 오히려 생기는 힘이기도 하고요. 어느 날은 점심에 먹은 갈비탕이 너무 맛있어서 몇 시간이 유지되기도 하죠. 그러다가 어떤 기계를 재미있게 만지면서 몇 계절을 보낼 때도 있고. 그렇게 그 시절을 지탱하면서 사는 거죠. 

 

Q 방백을 이어주는 건요? 

A 방 저희는 뭐, 우정이죠. 

 

CREDIT

EDITOR : 전희란PHOTO : 최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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