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대한 리스트가 전부 공개됐다. 60회 그래미 어워드 말이다. 시상식은 1월 28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잡지사 시계는 바깥세상보다 한 달 빨리 돌아간다. 난 매달 20일 즈음 카오디오 일정을 잡는다. 그런데 이번엔 고민이 많았다. 그래미 수상작을 듣고 싶은데 어떤 곡이 상을 받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르라도 알면 오디오 시스템의 특성이라도 고려할 수 있지만 그걸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래서 난 크렐 오디오 옵션이 들어간 기아 K7을 섭외했다. 과거 클래식부터 일렉트로니카까지 다양한 장르를 무리 없이 소화하던 의외의 모습에 놀란 적이 있어서다. 구성이나 세팅이 요즘 추세와는 거리가 좀 있지만 말이다.

그래미는 1959년 시작된 세계 최대의 음악 시상식이다. 매해 부문별로 100개가 넘는 상을 수여한다. 하지만 그중 본상(General field)은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고의 신인 등 4개다. 신인상은 이름 그대로 갓 데뷔한 아티스트만 받을 수 있으니 최고의 영예는 사실상 3개 부문에 돌아간다. 작년에는 이 세 부문을 영국 출신의 아델이 모두 휩쓸었다. 설마 이번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시승차를 고르면서 고민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본상은 보통 ‘미국 팝’의 몫이지만 미국 팝도 컨트리부터 힙합까지 다양하니까. 그런데 이런 고민은 다 허사였다. 이번에도 한 아티스트가 세 부문을 모두 가져갔다. 주인공은 바로 2010년 데뷔해 단박에 슈퍼스타가 된, 스페인계 미국인 브루노 마스다(최고의 신인상은 알레시아 카라가 받았다). 

아델의 예술성과 대중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째 의외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That’s what I like’가 아주 흥겨운 곡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새로운 음악적 시도는 찾아볼 수 없다. 화성과 멜로디 진행도 평범하다. 펑크(Funk)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라도 있으면 또 모르겠다. 이 부분에선 차라리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가 더 흥미롭다. 지역색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강한 라틴 리듬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편곡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지난해 루이스 폰시(푸에르토리코)와 카밀라 카베요(쿠바)를 위시한 라틴 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올해의 곡 정도는 ‘Despacito’에 양보해도 좋지 않았을까. 

‘That’s what I like’는 심지어 가사의 수준도 떨어진다. 후보에 오른 나머지 곡들의 가사들도 그리 훌륭한 건 아니지만 연인에 대한 자기반성을 담은 제이 지의 ‘4:44’나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켄드릭 라마의 ‘Humble.’에 비하면 지나치게 세속적이다. 대중음악에 부여되는 예술성에 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24K Magic’이 올해의 레코드(프로듀서와 각 엔지니어가 함께 받는 상이다)를 차지한 것도 조금 떨떠름하다. ‘콜 앤드 리스폰스’를 반복하고 있는 단순한 구조인 데다 그리 인상적인 사운드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구성이 아주 정교하고 탄탄하긴 하다. 녹음에 참여한 모든 스태프가 듣는 이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을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런 계산 속에 양성된 그루브를 선호하지 않는다. 음악(音樂)은 말 그대로 즐기는 거다. 연구해야 하는 게(音學) 아니다. 

이번 그래미는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브루노 마스가 자격 미달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미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음악 시상식이다. 그들의 결정은 전 세계 음악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잡음이 생길 소지에 대해 조금 더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 다양성까지 고려해준다면 더 좋겠고. 

반면 K7의 크렐 오디오는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서브우퍼를 뒤 선반에 얹은 구성임에도 풍부한 저음(도어의 미드우퍼가 충실하게 보완했다)을 제공했고 고음역대 역시 맑고 섬세해 어떤 장르를 들어도 즐거웠다. 물론 불만도 있다. 센터 스피커의 볼륨이 좀 큰 편이라 귀가 쉽게 피곤해졌다. 하지만 고급 음향효과에서 ‘라이브 다이내믹’을 켜 음장감을 높였더니 이마저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  

K7의 크렐 시스템은 12개의 스피커로 구성된다. 서브우퍼가 뒤 선반에 있지만 도어의 미드우퍼가 강해 저음이 부족하지 않다. 각 스피커의 해상도도 높아 어떤  장르도 잘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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