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가전 박람회(CES)의 중심이 전자제품에서 자동차로 옮겨가는 흐름은 지난 2010년 이후부터 급격히 시작됐다. 스마트 가전에 집중하던 전자 및 IT 기업이 똑똑한 지능의 연결 대상을 전자제품에서 가정으로 확대했고, 일정 부분 연결이 이뤄지자 또 하나의 연결 대상물로 자동차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도시의 모든 사물과 연결되면 도시 전체가 똑똑해지는 스마트시티가 탄생하게 된다. 2018년 CES 현장은 한마디로 자동차 중심의 미래도시 건설의 각축장이었다. 

흔히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차이를 꼽으라면 이동 여부를 꼽는다. 그래서 고정된 공간에 위치한 전자제품은 단순히 커지고 외부와 연결성이 강화되는 게 전부인 반면 자동차는 연결과 지능, 하드웨어, 서비스 등이 종합적으로 묶였다는 게 차이점이다. 대표적으로 TV와 냉장고 같은 제품은 집집마다 공유하지 않지만 자동차는 공유할 수 있다. 냉장고는 인공지능(AI)이 요리법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자율주행처럼 직접 요리는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2018년 CES가 던지는 메시지의 중량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불과 10여 년 만에 가전 박람회가 자동차로 전환된 것도 그렇지만 자동차회사 홀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 자체도 매우 벅찬 시대로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래는 누가 먼저 연결을 하느냐가 곧 주도권이며 주인공은 자동차와 IT, 통신, 건축 모두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출발 종목은 모두 달랐지만 하나의 결승점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분야의 산업이 융합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래서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말은 푸념에 불과하다. 2018년 CES에 등장한 자동차 부문의 변화를 보며 누구나 내뱉는 말이지만 그게 현실이고 진화 속도다. 자율주행차를 먼 미래로 여길 때 이미 자율주행차 공유 서비스가 등장했고, 스피커 대신 차체를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바퀴에 구동, 제동, 조향, 현가장치를 모두 통합시킨 시스템도 시선을 끌었다. 

그래서 CES에선 수많은 미래지향적 전자부품 기업들이 자동차를 향한 구애 작전을 펼쳤다. 일부 미래학자는 공유 회사가, 그리고 첨단 인공지능 회사가 훗날 직접 자동차 제조에 뛰어든다고 말하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라는 제조물을 만들기 위해 수반되는 투자와 노하우를 갖추긴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대안으로 기존 자동차회사와 손잡는 게 지름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선두기업인 오로라가 현대차 및 폭스바겐과 손잡은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그래픽, 보다 주변 상황 감지를 잘하는 센서, 보다 정확한 교통상황 정보 기반의 예측 주행 프로그램, 운전자의 상태를 보다 잘 파악하려는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자동차라는 제조물로 모여드는 형국이다.  

사실 자동차의 미래 권력을 두고 그간 IT와 통신의 힘은 막강하게 커져왔다. 훗날 우버와 같은 거대 공유 서비스 회사가 자신들의 사업 확대를 위해 전기화 기반의 자동차 직접 제조에 뛰어들 가능성도 커졌고, AI 발전을 위해 통신 대기업이 마찬가지로 전기화 기반의 자동차 제조에 뛰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동차 판매로 수익을 내려면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 가능한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 달성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토요타는 두 가지 모두를 전제한 e-파레트 콘셉트로 공유 전략을 드러냈다.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되 개별 사업자 스스로 필요한 기능은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모빌리티 제조사로 이동 수단만을 제공할 뿐 제조물을 활용하는 것은 개별 사업자의 몫으로 남겼다. 건물은 토요타가 짓되 활용 선택권은 이용자에게 넘겼다는 뜻이다. 건물을 구입한 사람은 공간 자체를 음식점으로 쓸 수도 있고 옷 가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제과점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서비스 업종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가능하려면 어쨌든 건물이라는 존재가 필요한 법이고, 토요타는 이런 개념을 자동차에 접목했다. 

e-파레트 콘셉트 개발의 주요 파트너를 보면 토요타의 미래 전략은 쉽게 읽힌다. 전통적 개념의 부품 회사가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아마존, 중국 내 최대 자동차 공유회사 디디추싱, 배달용 및 물류용 자동차 수요가 많은 피자헛, 세계 최대 자동차 공유회사 우버 등이다. 자동차로 사람 또는 물건의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든 제조 역량이 풍부한 토요타의 e-파레트를 활용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 수 있는 공유 기업의 진입을 막음과 동시에 대규모 공급처도 확보할 수 있다. 

재미나는 것은 이 같은 토요타의 행보 속에 감추어진 생각이다. 필요하면 토요타 또한 공유사업에 얼마든지 뛰어들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토요타 입장에선 우버와 디디추싱 같은 곳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제조물을 많이 사주는 주요 소비처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도록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만약 공유 기업들이 전기차 제조에 직접 뛰어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당장은 토요타의 설명대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포머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긴 결과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동 서비스 사업의 미래 진화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들이 직접 자동차 제조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미래 대비에 철저한 모습을 나타냈다. 연구개발 부문 황승호 부사장은 연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동차를 연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자동차 안에서 다양한 시스템 간의 연결이다. 이를 통해 고장을 예측하면 사용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자동차와 자동차의 연결은 사고 회피와 교통정체 해소에 유리하고, 자동차와 사람의 연결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일이다. 연결의 목적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율주행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도 이런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는 “지금의 변화 속도는 말(馬)이 차(車)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변화”라고 인식하면서 내연기관에서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로 가면 우선 일하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의사결정 과정이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기업보다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현대·기아차의 체질도 그렇게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는 아니더라도 최고경영자의 이 같은 생각 변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리고 자동차와 IT, 자동차와 건축, 자동차와 도시의 연결이야말로 자동차 기업의 미래 생존 여부를 묻는다. 당신들은 여기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말이다. 2018년이 중요한 이유는 선택의 기로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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