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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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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ER OF TWO EVILS

두 미국식 풀사이즈 럭셔리 SUV가 한국 땅에서 격돌했다. 승부는 의외의 부분에서 갈렸다. 하지만 두 차 모두 우리를 완벽하게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2018.02.16

 

길이 5미터, 무게 2.5톤이 넘는 풀사이즈 럭셔리 SUV. 크고 고급스러운 차에 유독 목매는 국내 시장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던 놈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SUV 장르 다양화와 유가 하락의 바람을 타고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렉서스, 인피니티, 아우디 등도 오래전에 이 세그먼트에 뛰어들었고 색깔은 조금 다르지만 전통적인 강자 랜드로버와 최근 합류한 벤틀리도 있다. BMW와 롤스로이스도 각각 X7과 컬리넌으로 이 시장에 발을 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풀사이즈 럭셔리 SUV 시장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1998년 데뷔해 3번의 세대교체를 거치며 거대한 몸집과 웅장한 디자인을 내세워 ‘부의 상징’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GLS는 벤츠가 그간 쌓아온 ‘럭셔리 7시터’에 대한 고찰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M 클래스부터 제공해온 3열 시트 옵션과 미니밴 R 클래스에서 얻은 노하우를 집약해 2006년 선보인 GL 클래스가 그 시작이니 말이다. 


우리가 여러 경쟁자를 두고 이 둘을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성격이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다. 둘은 풀사이즈 럭셔리 SUV의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 할 수 있는 미국을 정확히 겨냥한 모델이다. 따라서 구성과 색채 모두 미국적이다. 생산지마저 둘 다 미국이다. 자, 과연 미국식 풍요로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킬 자는 누구일까?

 

 

칼럼 타입 기계식 변속레버는 럭셔리와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다.

 

주행 품질 및 핸들링
사실 이런 부류의 차에겐 승객을 안전하고 안락하게 ‘모시는’ 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무겁고 무게중심도 높은 럭셔리 대형 SUV라면 급작스러운 상황에서의 주행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고가 모델인 만큼 고급스러움과 안락함도 중요하다.


에스컬레이드에선 보디 온 프레임과 리지드 액슬의 단점을 대폭 개선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노면에서 비롯된 진동이나 소음이 몰라보게 줄었고 고속에서도 주행 안정성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6.2리터 V8 엔진의 여음을 즐기는 여유가 일품이다. 이진우 기자도 짐작했던 것보다 괜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훌륭한 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좋은 느낌은 매끈한 노면에서 직진할 때만 전달되기 때문이다. 작은 요철이라도 만나면 리지드 액슬 방식의 뒤쪽 서스펜션을 타고 전달된 진동과 소음이 공명되어 실내 전체로 퍼지고, 차체가 노면에서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뒷바퀴의 접지 감각이 희미해진다. 


사실 이렇게 크고 높은 차체와 무른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을 조합한 모델에서 정교한 조종 성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코너링을 시작할 때는 바깥쪽 앞바퀴가 하중을 못 이기고 주저앉으며 언더스티어를 내다가 이내 가벼워진 뒷바퀴가 코너 바깥으로 흐르며 오버스티어로 돌변한다. 코너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면 진입 후 가속페달을 다소 깊게 밟으면 된다. 주행안정장치 덕분에 ‘비극’은 일어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중이 뒤로 가면 안정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번에는 6.2리터 엔진의 생생한 토크가 뒷바퀴를 한계로 밀어붙인다. 오버스티어로 돌변하기 직전의 외줄 타기는 (그것도 이렇게 거대한 차로) 짜릿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섬뜩하기도 하다. 물론 미국식 대배기량 모델 고유의 맛도 있다. 이번 달부터 ‘헤드 투 헤드’에 합류한 구본진 기자가 모험가 기질이 다분하다며 에스컬레이드를 좋아했던 이유를 알겠다.


많은 개선과 미국식 호쾌함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사소한 부분들은 여전히 아쉬웠다. 일단 이 거대한 차에 운전석 풋 레스트가 없어 좌우로 사정없이 흔들리는 몸을 지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운전대 센터도 맞지 않는다. 시트 중심에서 오른쪽으로 약 1.5~2센티미터 치우쳐 장거리 운전에 허리가 아플 듯하다. 거대한 센터콘솔은 운전대를 돌릴 때 팔꿈치에 자꾸 걸린다. 그런데 이를 조합하면 에스컬레이드에서의 운전 자세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여유롭게 오른손으로 운전대 12시를 잡고 왼팔은 암 레스트에 걸고 순항을 즐기는 것이다. 


파워트레인 세팅도 아쉽다. 조금 더 흉포한 사운드를 기대했지만 엄격한 환경 기준 때문인지 온순하기만 했다. 그리고 급가속 시 뒤 차축 부근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거슬렸다. 류민 기자는 “GM이 이런 종류의 차를 한두 번 만든 것도 아니고 설마 차축 문제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내 느낌이 잘못된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이 소음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았다. 에스컬레이드는 좀 더 와일드하고, 좀 더 세련돼져야 한다. 이율배반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GLS는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훨씬 세련됐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행 질감이다. 타이어에 버터를 바른 것처럼 매끄럽게 굴러간다. 4.7리터 8기통 엔진의 포효도 기분 좋게 들려온다. GLS는 ‘SUV의 S 클래스’라는 말이 실감난다. SUV 형태를 띤 고급차다. 그래서 ‘AMG’의 폭력성보다는 ‘500’의 풍성함이 더 잘 어울린다. 물론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엄청난 가속력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것은 여유를 강조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2.7톤의 차체가 묵직하되 매끄럽고 가뿐하게 움직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게 바로 럭셔리’라고 말하는 듯하다. 


언더스티어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재빠르게 움직이는 타입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노면을 누르며 안정적으로 달린다. 에스컬레이드보다 휠베이스가 10센티미터 이상 긴 것도 높은 안정감의 비결이다. 적지 않은 롤에서 비롯된 무게 이동을 바깥쪽 바퀴의 접지력 증대로 잘 활용하는 느낌이다. 안쪽 바퀴가 뜨면서 접지력을 잃는 에스컬레이드와 대조된다. 


타이어가 찌그러지는 것이 느껴질 만큼 섬세한 피드백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타이어가 한계를 넘는다 싶으면 주행안정장치가 아주 민첩하게 개입해 움직임을 다잡는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차가 자세를 잃으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GLS가 주는 안심감은 대단하다. 서인수 기자가 “에스컬레이드의 존재감에 끌리다가도 막상 운전석에 앉으면 GLS에 마음이 더 간다”고 표현한 것에 공감이 간다.

 

인테리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특히 센터페시아가 그렇다. 다음 세대에서는 와이드 콕핏을 볼 수 있겠지?

 

 

 

주행 성능과 테스트 결과
2.6톤과 400마력대. 두 차는 무게나 출력에서 큰 차이가 없다. GLS가 약간 가볍고 조금 강할 뿐이다. 토크의 양과 발생 시점에선 트윈터보 엔진의 GLS가 더 유리하지만 에스컬레이드는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의 즉각적인 응답성으로 맞선다. 


이런 특성은 가속 테스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단으로 끌고 가는 시속 40킬로미터까지는 기록 차이가 아주 미세하다. 에스컬레이드의 응답성이 GLS의 큰 토크에 잘 맞서고 있다. 다만 반복되는 테스트에서도 일관성을 보이는 GLS에 비해 에스컬레이드는 편차가 크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가속페달로 발을 옮기는 시간이 짧으면 토크컨버터가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정지 가속에서의 움직임도 큰 편이라 접지력도 일관성이 떨어진다. 


변속이 이루어질 때마다 두 차의 간격은 점점 벌어진다. 2단을 물린 시속 60킬로미터 도달 기록에서 0.5초였던 차이는 3단이 들어간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거의 1초까지 벌어진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9단 변속기가 에스컬레이드의 8단 변속기보다 훨씬 민첩하기 때문이다. 변속 시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두 모델 모두 3단에서 시속 100킬로미터를 돌파한다.


제동성능 차이는 이보다 더 컸다. 시속 80킬로미터와 시속 60킬로미터 테스트에서 모두 GLS가 2~3미터 앞서 멈췄다. 에스컬레이드의 제동성능이 부족한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초기 제동력, 즉 ‘이니셜 바이트’가 약하다. 제동력이 페달 깊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커지는 세팅이기 때문에 이런 제동 테스트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짧은 휠베이스와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긴 제동거리에 한몫한다. 무게가 앞쪽으로 쏠리며 주저앉는 다이브 현상과 뒷바퀴가 뜨는 리프트 현상이 커 접지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리지드 액슬이다. 제동 과정에서의 노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접지력을 제동력으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GLS도 강한 초기 제동력 때문에 다이브 현상이 큰 편이다. 그래서 제동 초기에 ABS가 강력하게 개입하지만 안정성이 확보된 후에는 강력한 제동력을 계속 유지한다. 주행 안정성에서 느껴진 것이 제동 성능에도 그대로 적용된 셈이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터치 패널로 이뤄진 센터페시아와 칼럼 타입 기계식 변속레버의 조합은 우리를 ‘컬처 쇼크’에 빠뜨렸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운전석은 에스컬레이드가 좀 더 넉넉하고 풍요로운 느낌이야. 양쪽 팔꿈치를 각각 창틀과 센터콘솔에 올려놓고 운전할 수 있거든. 내 어깨가 더 넓어지는 느낌이야.” 이진우 기자가 거만한 자세로 에스컬레이드 운전석에 앉아 말했다. “엄청난 센터콘솔을 좀 봐. 이 안에 500밀리리터 맥주 캔 열 개도 들어가겠어. 얼마나 공간이 남아돌면 이런 수납공간을 만들까?”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센터콘솔 덮개를 열고 놀란 얼굴로 말했다. 에스컬레이드 실내는 모든 게 큼직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르는 센터터널도 널찍하다. 두 개의 컵홀더 사이엔 손가락 세 마디쯤의 여유가 있어 컵이 부딪힐 걱정 따윈 하지 않아도 된다. GLS 역시 널찍한 운전석을 자랑하지만 센터콘솔 수납공간만큼은 에스컬레이드에 밀린다. 이렇게 에스컬레이드의 센터콘솔을 강조하는 건 앞자리에서 이것 말고 GLS보다 나은 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드는 가죽과 나무, 플라스틱, 스웨이드 등 소재가 너무 많은데 그 소재를 적절히 배치하지 못했어. 중구난방이지. 적당한 콘셉트를 잡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때려 넣은 것밖에 안 돼. 조립품질도 형편없고.” 이진우 기자가 에스컬레이드의 앞자리를 찬찬히 살피며 말했다. “GLS는 도어를 여는 순간부터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에스컬레이드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센터페시아도 버튼 대신 터치 방식으로 바꿨는데 반응도 굼뜨고 시인성도 떨어져요. 차라리 버튼이 낫겠어요.” 김선관 기자 역시 에스컬레이드의 투박한 실내에 불만을 나타냈다. 


편의장비에서도 에스컬레이드가 GLS에 밀렸다. 두 차 모두 앞자리에 열선과 통풍시트, 열선 스티어링휠을 품었지만 GLS는 운전석과 조수석 모두에 메모리 시트가 있는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운전석에만 메모리 시트가 있다. “GLS 실내가 에스컬레이드보다 다섯 배쯤 고급진 건 사실이야. 하지만 운전석 자체는 에스컬레이드가 좀 더 편한 것 같아. 시트가 엉덩이를 좀 더 푸근하게 감싸준다고 할까?” 내가 애써 에스컬레이드의 시트를 칭찬했지만 이미 판정은 기울고 있었다. “에스컬레이드에도 시크릿 큐브가 있어! ‘V’ 모양 알루미늄 장식 아래를 쓱 문지르면 비밀 수납공간이 나타난다고.” 나의 이 말에 김선관 기자가 입술을 비쭉거리며 말했다. “수납공간이 이렇게나 많은데 시크릿 큐브까지 필요할까요?” “GLS의 실내가 매우 훌륭한 건 아니야. SUV의 S 클래스라고는 하지만 이젠 은퇴할 때가 된 것 같아. 고급스럽지만 고루한 느낌도 들거든. 시선을 잡아끄는 디자인이나 편의장비도 없고. 하지만 에스컬레이드와 비교하면 GLS가 좀 더 나아. 상대를 잘 골랐지.” 이진우 기자의 말에 우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2열은 어떨까? 에스컬레이드는 2열에 시트가 달랑 두 개다. 시트 사이엔 뒤로 드나들기 편하도록 통로가 있다. 반면 GLS는 2열에 세 명이 앉을 수 있도록 시트가 붙어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2열 가운데 빈 공간이 있어서 가방이나 짐을 두기가 좋아. 옆 사람이랑 어깨를 부딪칠 염려도 없고.” 내 말에 김선관 기자가 반박했다. “그럼 2열에 두 명밖에 못 앉잖아요. 이 큰 차에 네 명밖에 못 탄다는 건 말이 안 돼요. 3열은 사람이 앉을 공간이 아니에요.” GLS 역시 3열 공간이 비좁았지만 에스컬레이드처럼 벌 서는 자세까진 아니었다. 에스컬레이드의 2열엔 또 다른 단점이 있었다. 시트를 앞뒤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과 완전히 시트를 접으려면 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GLS는 2열 시트 도어에 있는 버튼만 누르면 등받이가 접히면서 시트가 앞으로 움직여 접히는데 에스컬레이드는 C 필러 안쪽에 있는 버튼으로 등받이만 접을 수 있다(단, GLS는 2열 시트 등받이만 접으려면 손으로 해야 한다). 

 

트렁크 공간도 GLS의 승리다. 특히 3열 시트를 모두 세웠을 때 에스컬레이드는 20인치 여행 가방을 세로로 싣지도 못할 만큼 좁았다. 그렇다고 GLS의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에스컬레이드보단 조금 나았다. “에스컬레이드는 트렁크 입구 높이도 높아 무거운 짐을 싣기도 불편해 보여요. 내가 짐 실을 일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요.” 김선관 기자가 허리춤까지 오는 에스컬레이드의 트렁크 높이를 보고 볼멘소리를 했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에서 캐딜락은 결국 꼼꼼한 벤츠의 벽을 넘지 못했다. 1억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였으면 그에 맞는 품질을 갖춰야 한다. 서인수

 

 

연비
“덩치가 이렇게 큰 차들의 연비를 따지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기름 먹는 하마들일 텐데.” 구본진 기자가 GLS 500과 에스컬레이드 가운데에서 두 차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GLS 500과 에스컬레이드는 각 회사의 플래그십 SUV다. 배기량도 크고 출력도 높아 좋은 연비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거대한 SUV, 그것도 가솔린 모델이라면 연비 비교는 의미 없을 수도 있지. 그래도 에스컬레이드의 연비는 꽤 인상적이야.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치고는 의외로 좋아. 6.2리터짜리 엔진이 2.7톤에 육박하는 차체를 끌고 가는데도 복합연비가 리터당 7킬로미터 근방이라니.”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GLS 500의 복합 표시연비는 리터당 6.7킬로미터, 에스컬레이드는 리터당 6.9킬로미터다. 에스컬레이드의 연비가 GLS 500보다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 없어서였을까? 두 차의 공인연비를 확인한 우린 모두 놀랐다. 그럴 만도 한 게 사실 제원만 보면 에스컬레이드가 불리하다. GLS 500보다 배기량이 약 1.5리터나 많고, 무게도 35킬로그램이나 더 무겁다. 변속기도 GLS 500(9단)보다 기어가 하나 적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의 엔진 회전수 역시 에스컬레이드(1700rpm)가 GLS 500(1350rpm)보다 높다. 도무지 에스컬레이드의 연비가 더 좋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시내 30퍼센트, 고속도로 70퍼센트 정도 비율로 측정한 실제 연비 역시 결과는 비슷했다. 큰 차이는 아니었지만 에스컬레이드의 연비가 근소하게 높았다. “에스컬레이드의 엔진은 기통당 밸브가 2개씩이야. 밸브가 4개 이상인 DOHC 엔진보다 고회전 출력은 낮지만 회전감각이 매끄럽고 저회전 토크가 풍부해. 크루징에서는 확실히 장점으로 작용하지.” 류민 기자가 GLS 500을 등지며 말했다. “실린더 디액티베이션도 분명 역할을 할 거 같은데?”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한마디 거들었다. 에스컬레이드는 액티브 퓨어 매니지먼트(AFM)라는 가변 실린더 시스템을 사용한다. 항속 주행 또는 내리막 주행과 같은 상황에서 4개의 실린더에 공급되는 연료를 차단해 효율을 높이는 장치다. 도심 주행에서는 큰 효과가 없지만 고속도로 주행이나 연비 테스트에서는 꽤 큰 역할을 한다. 


“타이어도 연비 차이에 한몫하는 것 같아. GLS 500에는 피렐리 P제로가, 에스컬레이드에는 브리지스톤 듀엘러 H/L 아렌자가 끼워져 있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서인수 기자가 이렇게 말했다. 피렐리 P제로는 스포츠 타이어로 브리지스톤 듀엘러보다 접지력이 좋아 연비 면에서 조금 불리할 수 있다.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처음 가졌던 의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더 우람하고 더 웅장한 에스컬레이드의 연비가 더 좋다니. 이번 ‘헤드 투 헤드’ 최고의 반전이었다.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덩치에 비해 저렴해 보이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1억2980만원). 그와 반대로 덩치에 비해 비싸 보이는 벤츠 GLS 500(1억5100만원). 안과 밖 사이즈는 대동소이하지만 신차 가격 차이는 2120만원으로 크다. 
GLS 500은 단일 트림 모델이다. 아쉽게도 기본 옵션 외에는 다른 장비를 추가할 수 없다. 하지만 둘 다 1억원이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만큼 운전석뿐만 아니라 뒷자리까지 다양한 옵션이 들어가 있다. 시승 내내 아쉽거나 추가하고 싶은 옵션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에스컬레이드는 기본 트림 외에 코나 브라운 가죽이 적용된 상위 트림 모델이 있다. 가격은 1억3500만원이다. 기본 트림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아 주문은 적은 편이다.


GLS 500의 취등록세는 약 1057만원, 에스컬레이드는 894만6000원이다. 공채 할인(서울)은 각각 262만4510원, 222만1670원 정도다. 부대 비용은 둘 다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보험료는 GLS 500이 172만6480원이며, 에스컬레이드는 166만9140원이다. 소모품 비용은 GLS 500이 82만1780원 높다. GLS 500의 구매 소유 비용이 대체로 높은 편이다. 특히 브레이크 패드(앞, 뒤) 가격이 3~4배나 더 비싸다. 공임은 제외한 비용이다. 


GLS 500은 자체 파이낸스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선수금 30퍼센트 납부, 36개월 기준으로 할부 이율이 약 6퍼센트다. 같은 조건으로 할부 구매 시 에스컬레이드는 KB와 농협에서 약 5퍼센트 이율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두 브랜드 모두 딜러사나 계약 시기에 따라 할부 이율이 달라질 수 있다. 1월 기준으로 공식 프로모션은 없다. 


구매와 소유 비용 표를 받아본 이진우 기자는 “신차 가격이 2120만원이나 차이가 나잖아. 세금과 보험으로 상쇄하려면 한 20년은 타야겠는데? 에스컬레이드는 20년 후에도 웅장한 카리스마를 뽐낼 거 같지만 GLS는 그만큼의 아우라가 없을 거 같아”라며 에스컬레이드의 손을 들어줬다. 나 역시 전적으로 그의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서둘러 벤츠 전시장을 방문한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시승 때 에스컬레이드 편이었던 나도 구매 비용 취재 중 마음이 흔들렸다. 2018년형 출시를 앞두고 2017년형 GLS 500 4매틱에 큰 폭의 비공식 할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도 GLS 500 4매틱의 기본 가격에 고개를 저었다. “자동차세는 에스컬레이드(6162cc, 160만2120원)보다 GLS 500(4663cc, 121만2380원)이 저렴해. 하지만 자동차세 아낀 것으로 3000만원 할부금을 감당할 수는 없지.” 두 사람은 3000만원 할부금이 해결된다면 존재감이 압권인 에스컬레이드 대신 평온하고 편안한 GLS 500을 선택할까? 최종 선택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GLS 500 2018년형 출시 날짜는 미정이며, 20대로 예정된 에스컬레이드 추가 물량은 곧 국내에 들어온다. 구본진


 

 

최종 결론 
트로피는 에스컬레이드에게 돌아갔다. 의외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역시 이 결과에 놀랐으니까. 사실 에스컬레이드가 그리 뛰어난 건 아니었다. 이성적 판단을 따르면 분명 GLS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번 대결은 이성보단 감성이 더 중요했다. 우리의 기준이 흔들린 건 아니다. 미국식 풀사이즈 럭셔리 SUV라는 장르가 그랬다. 생계와는 거리가 아득한 만큼, 납득보단 가슴이 뛰는 게 더 중요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최근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가는 가장 큰 비결은 뛰어난 균형 감각이다. 그들은 콤팩트카 A 클래스부터 하이퍼카 프로젝트 원까지 각 세그먼트에서 자신들이 지켜야 할 자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지나치게 고급스럽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구성에 시장 평균을 적절하게 상회하는 성능과 가격으로 이성과 감성 모두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런 공식에서 벗어난 모델은 그들의 아이콘인 S 클래스 정도가 전부다.


GLS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식, 미국식 가릴 것 없이 경쟁자라 할 수 있는 모델들을 모두 모아두고 보면 GLS만큼 상품성이 고른 차가 또 없다. 하지만 이번 ‘헤드 투 헤드’처럼 성격이 뚜렷한 상대와 1:1로 막장 대결을 벌여야 할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무모할 정도로 미국식 풍요로움을 강조한 에스컬레이드 앞에서 GLS는 뚜렷한 매력이 없는, 조금 큰 SUV에 불과했다. 입이 떡 벌어지게 화려하기라도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벤츠는 미국식 풀사이즈 럭셔리 SUV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 더 파고들었어야 했다. 어차피 그런 차로 승부를 보려 했다면 말이다. 세상 모든 이가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은 웰빙 푸드가 몸에 좋은 걸 알면서도 기름기 가득한 정크 푸드를 찾는다. 에스컬레이드는 투박하고 때론 불안하기까지 했지만 뚜렷한 존재감과 한없는 여유로 모든 것을 무마시켰다. 심지어 벤츠의 균형 감각마저. 


물론 차 장사 100년이 넘은 벤츠가 이를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다. 베이징 모터쇼에서 차세대 GLS의 콘셉트카를 마이바흐 버전으로 공개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지금껏 유지해온 미국적 색채를 버릴지 어쩔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급화로 판을 뒤엎겠다는 의지인 건 분명해 보인다.   류민

 

 

 

 

테스터의 선택

MERCEDES-BENZ GLS 500 4MATIC
나윤석_에스컬레이드는 상황이 조금 틀어지면 승차감과 조종 감각이 전부 무너진다. 난 믿을 수 없는 차는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GLS가 아주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GLS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서인수_GLS가 꼭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 건 아니다. 주행성능, 품질, 편의장비 등이 에스컬레이드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GLS는 매력도, 개성도 없지만 갖춰야 할 건 다 갖췄다. 10분만 말을 섞어도 하품이 날 것 같은 재미없는 모범생처럼.

 

CADILLAC ESCALADE
이진우_GLS는 실용성과 편의성에 중점을 뒀다. 반면 에스컬레이드는 덩어리감을 모두 ‘미친 존재감’으로 승화시켰다. 그렇다고 편의성이 딱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류민_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운전석에서 모든 걸 내려다볼 때의 기분이 끝내준다. 커다란 크롬 휠을 슬슬 굴리며 골목길을 유영할 때는 유명 래퍼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풀사이즈 SUV는 이런 맛으로 타는 거 아닌가?

구본진_에스컬레이드는 이런 말을 한다. “키 큰 오빠가 따라오라 해도 따라가지 마. 오빠는 다른 게 크니까.” 우월감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에스컬레이드가 답이다. 실용성, 편의성, 아늑함 이런 거 따지려면 GLS로 가야겠지만. 

김선관_생김새 하나로 끝날 게임이었다. 사실 난 이런 비이성적인 선택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라면 가능하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럭셔리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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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럭셔리 SUV,캐딜락 에스컬레이드,벤츠 GLS,수입 SUV

CREDIT Editor 류민 Photo 김형영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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