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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 스타일

연극, 라이브 음악,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극단 ‘1927’이 9년 만에 내한한다. 신작 <골렘>과 함께.

2017.11.13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가 ‘연극의 미래’라 극찬한 극단 1927의 <골렘>. 연극의 미래. 역설은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과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극단명이나 작품명에서 짐작되듯 말이다. 그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연다. 사실 극단명은 ‘1927’이나, 그들의 역사가 그렇게 유구한 건 아니다. 2005년 창단했으니, 올해 12년인 셈. ‘1927’은 창단 연도가 아닌 창단 이념을 담은 이름이다. ‘1927’의 창단 멤버인 작가 수전 안드레이드는 작명의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927년은 최초의 장편 유성 영화 <재즈 싱어>가 선보인 해로, 그 당시의 영화야말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학이라는 것. 그러나 그들이 추구하는 미학이 단지 ‘유성’ 영화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에 빚을 졌다면, 그들이 ‘무성’ 영화에 진 빚이 더 크다. 실제로 그는 다른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꿈꾸는 극장의 모습은 오래전 무성 영화 시절의 극장과도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스크린에서는 흑백 무성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연주자들이 영상에 맞춰 음악을 연주하는, 그런 오래된 뮤직홀과 같은 극장. 그래서인지 ‘1927’의 공연은 대체로 그런 분위기를 가져온다. 데뷔작인 <비트윈>부터 최근작 <골렘>까지. 사족을 붙이면, 그들이 12년 동안 제작한 작품은 8편에 불과하다. 그마저 단편 영상 3편과 음악 작업에만 참여한 <크레이지 캣 프로젝트>를 포함해서다. 실제로 그들이 제작했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은 4편. 2007년 <비트윈>과 2010년 <동물과 아이들이 거리를 점거하다>, 2012년 <마술피리>, 그리고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될 <골렘>이 전부다. 작품들은 무채색에 가까운 복식과 세트, 극도로 절제된 대사와 마임, 라이브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모두 흑백 영화를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여기 하나를 더 보태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이야말로, ‘1927’의 작품을 여타 극단의 작품과 차별화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는 ‘1927’의 공동 창업주인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폴 배릿의 공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보통의 동화 같은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르다. 익숙한 예를 들어 설명하면, 팀 버튼의 기괴한 동화와 닮았달까.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면, 체코의 영화감독이자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얀 슈반크마예르의 초현실적 그로테스크한 세계와 닮았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다. 사실 팀 버튼 역시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자장 안에 있는 감독이다. <골렘>은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목의 ‘골렘’은 ‘생명을 불어넣은 점토 인형’이라는 뜻이다. 이는 유대 신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탈무드>에 의하면 랍비가 점토 인형에 생기를 불어넣어 인간처럼 숨을 쉬게 되었다고 한다. 폴 배릿은 저 원의를 살려 <골렘>에 실제 점토 인형을 이용한 클레이메이션을 이용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우연히 점토 인형 골렘을 손에 넣으면서 시작된다. 단순 노동을 하던 주인공은 골렘에게 그 일을 시켜 여유로운 삶을 누리게 된다. 그는 스스로 학습해 진화하는 골렘 덕에 관리자로 승진까지 하는데, 작품은 도구적 존재에 불과하던 골렘이 점차 인간과 대등한 존재가 되고, 종국에 인간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는 과정을 보인다. 골렘을 스마트폰, 알파고 등 문명의 이기로 대체해도 무방할 것 같다. ‘21세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더 타임스>의 평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골렘>은 ‘21세기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화’로 해석해도 좋을 듯하다. 골렘의 지배를 받을 것인가? 골렘을 지배할 것인가? 그리고 하나의 질문이 더 남아 있다. 우리는 창조주인가? 아니면 신의 피조물인 골렘인가? 연극의 미래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이 글을 쓴 김일송은 공연 칼럼니스트이다.

 

 

 

 

더네이버, 연극, 골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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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영국 극단,1927,수전 안드레이드,LG아트센터

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LG아트센터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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