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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턴마틴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애스턴마틴은 외모를 보고 판단할 차가 아니다. 이탈리아 경쟁자와 같은 과장된 맛은 없지만 독일 라이벌보단 훨씬 탄탄하다. 이게 바로 영국식 GT 스포츠카다.

2017.10.16

사실 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스턴마틴이 만든 차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전혀 몰랐다. 국내에서는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연히 느긋한 GT카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솔직히 관심도 별로 없었다. 현대 쏘나타(터보)마저 요란한 범퍼와 머플러 팁 
4개를 다는 시대라 멀끔하기만 한 쿠페에 좀처럼 가슴이 뛰질 않았다. 007 시리즈의 본드카? 영화를 보며 환상을 가질 나이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 
하지만 애스턴마틴의 국내 판매가 시작되고 핵심 모델들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애스턴마틴은 어떤 모델이건 하나같이 탄탄했다. 라피드 S와 같은 GT 계열 역시 마찬가지. 미국이나 독일 브랜드의 GT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날렵했다. 애스턴마틴은 결코 늘씬한 차체와 귀족적인 분위기만 보고 판단할 차가 아니었다. 
이런 애스턴마틴의 핵심은 12기통 엔진이다. 고유의 날카로운 반응과 웅장한 가속, 그리고 피를 들끓게 하는 사운드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애스턴마틴 역시 12기통 엔진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한다. DB7의 후속을 DB9으로 출시한 이유가 ‘DB8은 8기통 엔진을 연상시키니까’라니 말 다했다. 밴티지 V8과 같이 8기통 엔진을 올린 모델의 이름에만 엔진 형식을 붙이는 것도 희한하다. 마치 ‘8기통은 특별 케이스’라는 의미처럼 보인다. 또한 애스턴마틴은 르망 24시 LMP1 클래스에 참가했던 DBR1-2나 브랜드 최초의 하이퍼카 발키리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이끄는 모델에도 12기통 엔진만 고집해왔다.
라피드 S의 엔진은 애스턴마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5.9리터 V12 자연흡기의 최종 진화형이다. 도입 초기 버전은 477마력을 냈지만 두 번의 개선을 거친 지금은 560마력을 낸다. 가변 밸브로 효율을 높인 신형 헤드에 세심하게 다듬은 블록과 흡기 다기관을 맞물린 결과다. 참고로 ZF사의 8단 자동변속기는 뒤 차축에 붙는다. 앞뒤 무게배분율을 51:49에 맞추기 위해서다. 엔진과 변속기는 알루미늄 튜브에 넣은 카본 샤프트로 엮여 있다. 
대부분의 12기통 모델이 그렇듯, 감동은 시동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스타터의 매끈한 회전 소리에 이어 쏟아져 나오는 풍성한 사운드만으로도 아주 특별한 차를 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가속페달은 굉장히 민감하다. 오른발의 움직임과 앞머리가 반응하는 간극이 너무 빠듯해 적응이 필요할 정도다. 최고출력이 6650rpm에서 나오는 고회전 엔진이라 속도에 살을 잔뜩 붙여도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라피드 S의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시간은 4.4초며 최고속도는 시속 327킬로미터다. 
사실 이 5.9리터 V12 엔진은 DB11을 통해 데뷔한 5.2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에게 곧 자리를 내어줄 예정이다. 하지만 현행 엔진의 은퇴를 슬퍼할 필요도, 새 엔진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두 엔진의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5.2리터 V12 트윈 터보 엔진은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반응한다. 급격한 토크 변화가 없어 언제 어디서든 가속페달 조작에 부담이 없고 최고출력 600마력(DB11 기준)도 무려 6500rpm에 다다라서야 뿜어낸다.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겼을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상황에서 애스턴마틴은 왜 8기통이 아닌 12기통 엔진을 또 개발했을까? V8 엔진이 당장의 수익에는 더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메르세데스 AMG에게 4.0리터 V8 바이 터보 엔진을 공급받기로 결정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아마 그들은 당장이 아닌 미래를 걱정했을 것이다. 12기통 엔진은 지금 자동차업계에서 아주 소중한 존재다. 스포츠카나 럭셔리 브랜드의 고유 영역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8기통 엔진을 개발하고 12기통 엔진을 사장시켰다면 애스턴마틴은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애스턴마틴과 같은 소규모 스포츠카 브랜드에겐 이런 희소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나마저도 그렇다. 만약 12기통 엔진이 아니었다면 애스턴마틴에 바로 흥미를 잃었을 것이다. 12기통 엔진은 애스턴마틴을 귀족의 스포츠카로 만드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애스턴마틴은 현재 작은 엔진 대신 전동화를 준비 중이다. 2019년 라피드의 EV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것도 참 뜬금없다. 12기통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 또는 전기모터라니. 이런 극과 극이 또 있을까? 지난여름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만난 애스턴마틴의 COO이자 디자인 디렉터인 마렉 라이크만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라피드 EV의 생산 이유요? 우리는 12기통 엔진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전기차는 우리가 12기통 엔진을 계속 생산할 수 있게 만들어줄 겁니다. 평균 이산화탄소량을 낮춰주거든요”   글_류민

 

 

 

 

 

 

 

모터트렌드, 12기통 엔진, 애스턴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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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CAR,Aston Martin,Rapide S

CREDIT Editor 류민 Photo 최민석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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