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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좋아

크고 힘 좋은 국산 경차는 소형차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가치가 뛰어난 경차는 돈이 없어 타는 차가 아니다

2017.09.29

경차를 규정하고 우대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 아닌가 싶다. 이달은 A 세그먼트에 속하는 가장 작은 차, 경차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일본을 다녀보면 왜 경차가 필요한지 금세 알게 된다. 시골의 이면도로는 거의 1차로에 가까워 자동차 두 대가 지나가려면 한 대가 비켜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좁은 도로에는 정말 경차가 필요하다 싶다. 비좁은 도심 뒷골목에서도 경차의 크기는 도움이 된다. 장난감처럼 작은 경차에 많은 혜택을 주는 이유가 충분하다. 하지만 일본의 경차는 엔진 배기량도 660cc 이하로 제한되고, 최고속도도 시속 140킬로미터를 넘지 못해 혜택을 받는 만큼 포기할 것도 많다.
자동차의 성격을 나누는 덴 너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래 일본 경차의 너비는 140센티미터 미만으로 제한됐다. 우리나라도 이 규격을 그대로 따랐다. 1991년 출시된 우리나라의 첫 번째 경차 티코의 너비가 140센티미터였다. 그러다 경차 너비가 150센티미터로 넓어질 즈음(현대 아토스의 너비가 150센티미터였다) 일본도 148센티미터로 넓어졌다. 우리나라 경차에 자극받았을 것이다. 일본의 경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게 이때다. 너비가 넓어지면서 장난감 같던 차들이 제대로 된 차처럼 느껴진 거다. 일본은 지금 경차가 전체 자동차의 3분의 1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차 규격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처음엔 일본의 경차 관련법을 그대로 들여왔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의 너비 160센티미터 미만으로 넓어졌다. 유럽 시장의 작은 차들에 맞서려면 좀 더 커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넉넉한 크기의 ‘소형차’가 된 국산 경차에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공영주차장 할인 등 여러 혜택이 듬뿍 주어지니 황송할 따름이다. 엔진도 일본과 달리 1000cc까지 얹을 수 있고, 출력에도 제한이 없어 터보 엔진을 얹은 경차는 최고출력이 100마력을 훌쩍 넘는다. 일본의 경차와는 많이 다른 경차가 됐다. 크고 힘 좋은 국산 경차는 소형차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지금은 ‘경차 아닌 경차’를 마음껏 즐길 때라고 생각한다. 물론 경차 우대정책이 ‘작은 차 타기’를 장려한다는 데도 적극 공감한다.
가치가 뛰어난 경차는 돈 없는 사람들만을 위한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세계적인 명차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재미 때문에 작은 차를 찾을 때 만들어졌다. 로버 미니나 폭스바겐 비틀, 시트로엥 2CV, 피아트 500 등 자동차 역사에 남는 명차가 모두 그랬다. 기아 레이를 일상적인 차로 쓰는 나의 경우 가난해서가 아니라 작은 차가 좋아서 타는 거다! 작은 차를 좋아하는 나에겐 그래서 이번 시승이 더욱 반갑다.
 

 

장난감 같던 스티어링휠을 버린 게 반갑다. 스파크는 온전한 스티어링휠과 고급스러운 센터페시아를 챙겼다. 옵션을 두둑히 담은 시승차 스티어링휠에는 크루즈컨트롤 버튼도 달렸다.  

 

 

 

간결한 500의 실내. 보디 컬러와 같은 색으로 실내를 꾸민 센스가 맘에 든다. 스티어링휠은 심플하고 간단하지만 쥐기 편하다. 모서리를 둥글린 모니터와 둥근 버튼이 귀엽다.

 

 

 

FIAT 500C
피아트 500가 매력적인 건 작은 차에 레트로 디자인을 더했기 때문이다. 앙증맞은 차에 과거의 명차 1957년형 피아트 친퀘첸토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오리지널 친퀘첸토는 1957년부터 1977년까지 400만대 이상 생산된 이탈리아의 국민차다.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로 만들어졌는데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 덕분에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BMW에서 새롭게 태어난 미니는 지금 고급차가 됐지만 친퀘첸토는 여전히 가장 경제적인 차의 하나로 다가온다.
지금의 500와 오리지널의 가장 큰 차이는 차가 무척 커졌다는 데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안전 문제 등 법적인 요구사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500는 너무 작아서 덩치 큰 내가 운전석에 앉을 순 있지만 머리 크기가 차체와 균형을 이루기 어려웠다. 그렇게 작은 차를 점잖은 이탈리아 아저씨들은 즐겁게 탄다. 존경스러운 일이다. 지붕이 볼록한 500의 실루엣은 운전석 헤드룸에 여유를 가져왔다. 운전공간이 여유롭고, 시야가 넉넉하다. 보디 컬러와 같은 색으로 칠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195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 포인트다. 하얀 대시보드가 룸미러에 반사돼 뒤가 잘 보이진 않지만 상관없다. 하나의 원형으로 된 계기반도 옛날 계기반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비좁은 뒷자리 구조 역시 오리지널 친퀘첸토의 향수를 부른다.
피아트 500는 스파크보다 휠베이스가 짧지만 너비가 경차 제한을 4센티미터 넘어버렸다. 쓸데없이(?) 부푼 펜더 탓에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눈을 흘길 필요는 없다. 어차피 500는 엔진 배기량이 1400cc다. 국내에 수입되는 모델은 500 중에서 가장 큰 멀티에어 엔진을 얹었다. 작은 차체를 몰아가기에 충분한 힘이지만 가속페달과 변속기가 엇박자를 만들어 적응이 필요하다. 상당히 분주한 트랜스미션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차가 깡충깡충 뛰듯이 달리는 건 휠베이스가 짧고 키가 큰 차의 숙명 같아 보인다. 하지만 회전반경이 작아 골목길을 요리조리 가볍게 달려간다. 가벼운 스티어링 감각이 차를 민첩하게 한다. 덩치가 작은 차는 어디나 주차할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시승차는 작고 재미난 차에 지붕을 벗긴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향수 어린 차에 오픈카의 재미를 더한 거다. 과거 500 같은 소형차에선 기본 모델의 천장을 벗긴 경우가 많았다. 시트로엥 2CV는 천으로 된 지붕을 품은 모델도 있었다. 오리지널 친퀘첸토 역시 그랬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따지면 500보다 500C가 오리지널 친퀘첸토에 더 충실하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500에는 낭만이 듬뿍 담겨 있다. 배경은 서울 거리지만 마음은 ‘오 솔레미오!’를 부르며 이탈리아 해변을 달린다. 지붕을 젖히면 뒤 시야가 절반 이상 가려지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 지붕을 젖힌 자동차는 모든 게 용서되니까. 

 

 

CHEVROLET SPARK   
신형 스파크가 나온 지 꽤 오래됐는데 오늘 처음 만났다. 음,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구형 스파크가 도형적인 디자인이라면 신형은 상당히 점잖아졌다. 개성은 조금 덜해도 제대로 된 차를 모는 기분이다. 참, 뒷문 손잡이가 C 필러 쪽에 달려 쿠페 같은 멋을 내는 건 그대로다. 구형보다 낮아진 차는 안정감을 더한다. 흐느적거리는 헤드램프 디자인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전체적인 몸매와 짜임새가 마음에 든다. 문을 열고 닫는 감각에 절도가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시승차는 보디 컬러가 오묘한 분홍색인데(쉐보레에서는 이 색을 코럴 핑크라고 부른다) 거부감이 없어 나이 든 나도 탈 만하다는 생각이다.
경차는 두 명만 탈 수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스파크는 멀쩡한 뒷자리까지 마련됐다. 뒷자리는 덤이라는 생각을 하면 충분히 만족할 공간이다. 게다가 드나들기 편한 도어까지 달렸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운전석에 앉으면 앞으로 펼쳐진 대시보드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시보드에 포인트를 준 흰색 패널은 피아트 500에 적용된 레트로 디자인을 떠오르게 한다.
시승차는 옵션을 그득하게 실었다. 경차에 담긴 각종 송구스러운 장비를 보니 잠시 어리둥절하다. 후진할 때 뒤 시야를 보여주는 모니터부터 크루즈컨트롤과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마이링크, 열선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스마트키 그리고 오토 에어컨까지…. 이 차가 경차가 맞는가 싶다. 시동을 걸고 100미터 남짓 달렸을까? 난 감동에 휩싸였다. 작은 차의 주행질감이 놀라워서다. 지면을 다지는 감각이 탄탄하면서 음, 고급스럽다. 스티어링 감각은 날카롭기까지 하다. 75마력에 불과한 힘도 여유로워 보인다. 무단 변속기의 반응도 만족스럽다. 스파크는 고속으로 달릴 때 안정감도 뛰어났다. <모터 트렌드>에 굵직한 시승기와 자동차 칼럼을 기고하는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이 차를 산 이유를 알 것 같다. 
스파크는 재빨리 움직이고 다루기 편하다. 주차하기도 간단하다. 트렁크에는 어지간한 짐도 너끈히 실린다. 그래, 자동차란 이런 거다. 혹시 어디 긁히더라도 부담이 없다. 연비는 경차에서 기대하는 만큼이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경차를 살 땐 옵션이 거의 없는 깡통 차도 매력이 있다. 아무 옵션도 없는 차에선 경차의 경제성이 더욱 돋보인다. 힘이 빠듯한 차는 수동변속기가 나을 수 있다. 시승을 마치고 든 생각은 스파크가 꽤 괜찮은 경차라는 거다. 심플하게 산다는 미니멀리즘이 관심을 모으는 요즘, 자동차에서 미니멀한 삶을 생각해봤다. 스파크는 정말 알차고, 미니멀하다.

 

 

EPILOGUE
그랜저가 베스트셀러에 꾸준히 오르는 우리나라에서 작은 차 사랑을 강요하기는 어렵다.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가 잘 팔리는 강남 거리에서 경차를 논하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큰 차를 타면서 사회적 지위를 얻어간다. 많은 사람이 그랜저나 제네시스를 타면서 결국은 S 클래스 타는 삶을 목표로 한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한편으로 따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동차 마니아로 살기에는 조금 지루한 패턴이다. 이럴 때 자신의 능력보다 한 단계 차급을 낮추면 여유가 생긴다. 한발 물러서서 작은 차를 타는 여유를 누려보라 권하고 싶다. ‘있는 자의 여유’를 즐기라 하고 싶다. 

글_박규철(편집위원)

 

 

 

 

모터트렌드, 스페셜 리뷰, 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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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FIAT 500C,CHEVROLET SPARK,피아트,쉐보레

CREDIT Editor 서인수 Photo 김형영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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