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 
서울로7017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재생의 아이콘이다. 1970년에 지어진 차도는 2017년인 지금 차 대신 사람이 걷는 공중 정원으로 변신했다. 인근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나 고가 공원의 완성도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람을 들이고, 그로 인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건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로7017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로7017이 걸어갈 길은 멀지만, 고가 위에서 바라본 서울의 다채로운 얼굴은 분명 아름답다. 
서울로7017 공중 정원 사이에 놓인 빨간색 의자는 한스 베그너가 1951년에 디자인한 파파 베어 체어 by 빈트갤러리. 

선유도공원 
‘선유(仙遊)’는 ‘신선이 노닌다’는 뜻이다. 본래 정수장이던 곳을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은 건축가 조성룡이다. 최소한의 터치로 공간의 역사와 이야기를 더욱 명료하게 강조하는 건 조성룡의 특기다. 근사한 건축물이나 놀이터 대신 풍경으로서의 건축, 비워냄으로써 비로소 채워지는 건축의 미학이 담겨 있는 이 섬은 서울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좋은 자리다.
선유도 공원 끝 관수기계실 앞에 놓인 의자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1929년에 디자인한 바르셀로나 체어 by 빈트갤러리. 

문래동 비닐하우스  
익선동에 ‘식물’이라는 한옥 바를 고쳐 만들면서 이른바 익선동의 부흥을 이끈 젊은 건축가 중 한 명인 황현진은 최근 철공소로 가득한 문래동의 다소 음울한 골목 안에 흥미로운 공간을 완성했다. ‘비닐하우스’라는 이름의 공간은 얼핏 보면 술과 커피를 파는 상업적인 공간이지만, 사실은 공연, 전시, 그리고 그 어떤 것이든 열릴 수 있는 아트 플랫폼에 가깝다. 젊고 재치 있는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되었다는 건, 이 음울한 골목이 언제 어떻게 변신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비닐하우스 앞에 놓인 의자는 1942년에 에곤 아이어만이 디자인한 SE42 체어 by 이노메싸. 

DDP 
사실 DDP는 도시 재생으로 정의하는 데 무리가 있다. 그러나 패션과 예술을 아우르는 디자인의 랜드마크로서 주변 상권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겠다는 본래의 설계 의도에 따르면 도시 재생이 반드시 지녀야 할 면모를 지니고 있음은 분명하다. 광장과 공원, 건축을 통합하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DDP는 한때 ‘흉물’이라는 맹렬한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DDP 동굴 계단 앞에 놓인 의자는 1930년도 장 프루베의 시테 체어 by 보에. 

익선동 골목  
익선동은 자생적으로 피어난 도시 재생의 근사한 사례다. 감각적인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한옥을 고쳐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을 창조한 골목 안에는 신과 구의 명랑한 화학 작용이 있다. 전례가 없던 그 이국적인 풍경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감탄을 자아낸다. 하늘에서 바라본 익선동은 여전히 기와로 가득 찬 전형적인 한옥 마을이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꽤 흥미진진한 에너지와 소통이 넘쳐흐른다. 
익선동 골목 사이에 놓인 의자는 아르네 야콥센이 1958년에 디자인한 스완 체어 by 보에. 

Assistant 허재영 Cooperation 보에, 빈트갤러리, 이노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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