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에서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까지 72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연비가 리터당 18.6킬로미터 나왔다. 공인연비 리터당 16.7킬로미터(17인치 타이어)를 훌쩍 뛰어넘는다. 물론 고속도로가 절반 이상이긴 했지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도 이렇게 높은 연비가 나왔다는 건 꽤 고무적이다. 7단 DCT는 엔진 회전을 1800rpm 밑으로 돌리면서 연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고 이런 움직임에 대한 저항감 같은 건 없다. 매끄럽게 변속하고 가속에선 빠르게 시프트다운하는 모습을 보였다. 느낌이 괜찮은 조합이다. 

엔진과 변속기 외에 가벼운 차체도 높은 연비에 큰 역할을 했다. 스토닉은 공차중량이 1270킬로그램이다. 경쟁모델인 쌍용 티볼리(1395킬로그램), 르노삼성 QM3(1305킬로그램)보다 가볍다. 

가벼운 중량은 다른 부분에서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좌우 움직임에서 부담이 적고 경쾌하게 움직인다. 코너에서 좌우 쏠림이 적고 차체가 수평을 잘 유지한다. 무게중심이 높지 않은 덕이다. 또 앞바퀴가 밖으로 밀리지 않게끔 안쪽 앞바퀴에 제동을 거는 방식으로 안정감을 챙겼고, 뒤쪽도 잘 따라온다. 짧은 휠베이스와 단단한 섀시 덕분이다. 코너링 중 운전대가 움찔거리거나 흔들리지 않았고 무게감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스티어링 피드백이 거의 없는 건 아쉽다. 노면 상태 등의 정보 전달력이 떨어진다.  

승차감은 탱탱함과 부드러움의 적당한 비율이 이상적이다. 처음 차를 움직였을 때 서스펜션 세팅이 약간 단단한 것이 아닌가 했다. 앞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너무 짧게 느껴졌기 때문. 그런데 쉽게 적응이 된다. 이 차는 약간 부드러운 앞 스프링을 사용했다. 이는 부드러운 승차감에 유리하지만 차체가 위아래로 너무 출렁이게 된다. 이때 댐퍼를 단단하게 하면 스프링 움직임에 저항이 커지면서 승차감이 흐트러지거나 서스펜션 움직임의 예측이 어려워진다. 기아차는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유압식 리바운드 스토퍼를 달았다. 스프링 바운드가 너무 튀지 않게 하는 장치로 댐퍼의 움직임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뒤쪽은 약간 단단하다. 덕분에 뒤쪽이 잘 따라오는 데 좋은 영향을 미쳤다. 

엔진 출력은 110마력으로 높은 편이 아니지만 디젤 엔진 특성상 토크가 높다. 1750~2500rpm의 실용 구간에서 30.6kg·m의 높은 토크를 내니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없고 가벼운 차체를 쑥쑥 밀어준다. 다만 최대토크 밴드가 좁은 것은 아쉽다. 영민한 7단 DCT가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을 잘 파고들기는 하지만 가속이 더딘 느낌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승회에서 느낀 스토닉은 차급을 생각할 때 괜찮은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을 지녔다. 기본기가 잘 다져진 차다. 하지만 노면이 잘 닦인 정해진 코스로만 달리는 시승회에선 승차감 및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다. 아스팔트에서 잘 달렸지만 노면이 거친 곳에선 그 움직임이 사뭇 달라지는 차들이 많다. 안정감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을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 섀시가 보디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섀시 때문에 말이 많은 스토닉은 어떨지 궁금하다. 만약 거친 노면에서도 예의 그 안정감을 끈끈하게 유지한다면 적자의 설움과 섀시 멍에를 한 번에 털어버리게 될 것이다.  
글_이진우

모터트렌드, 기아차, 스토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