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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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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이름의 GT

애스턴마틴을 제2의 전성기로 이끌 그란투리스모가 탄생했다

2017.07.25

혁신적인 차의 탄생은 종종 브랜드의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포르쉐 959가 좋은 예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한정판 슈퍼카였던 이 차는 20년 후에 본격 생산모델로 새롭게 태어났다. 2003년에 출시된 벤틀리 컨티넨탈도 마찬가지다. 그 전후로도 새롭게 등장한 벤틀리 모델이 있긴 했지만 컨티넨탈은 벤틀리라는 브랜드의 미래를 보여주는 로드맵이라고 할 수 있다. 토요타를 들으면 프리우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듯이 말이다. 어떤 차는 그야말로 회사의 사명감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출시될 모든 애스턴마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DB11을 소개하고자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여러 기사를 꼼꼼히 읽어보면 애스턴마틴의 CEO 앤디 팔머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말한 인터뷰를 찾을 수 있다. 디자인팀은 정말 일할 맛 날 거다. DB11이 이토록 아름다우니. 처음 DB11을 사진으로 봤을 땐 그저 예쁜 애스턴마틴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직접 봤을 때도 스포티하지만 충격적일 만큼 섹시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모터쇼는 사실 차를 제대로 구경하기에 최악의 장소 중 하나다. 전 크라이슬러 디자인팀 수장이었던 톰 게일은 디자인을 섣불리 판단하기 전에 무조건 햇빛 아래에서 차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 얼마 전 도로에서 흰색 DB11을 보고는 눈을 뗄 수 없어 최대한 오래 보려다 목을 다칠 뻔했다. DB11을 실제로 본 적 없는 이들에게 미국 LA의 부자 동네 베벌리힐스에서 하루만 보내고 오기를 간곡히 권한다. 실제로 본 적은 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한 이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가끔 사람들은 미래를 엿볼 기회 앞에서 눈만 끔뻑거리기도 한다. 


난 침을 흘릴 만큼 매력적인 모습을 계속 찾아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컬리큐(Curliques)’라고 불리는 디자인 요소다. 앞쪽 휠 아치를 감싸며 할퀸 자국처럼 나 있는 이 디테일은 가만히 서 있는데도 앞으로 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컬리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머렉 라이히만의 날카로운 눈썰미 덕분에 탄생했다. 트랙용 하이퍼카인 벌칸에 처음 적용했지만 도로 위를 달리는 차에 더 잘 어울리는 장식이다. DB11을 한층 더 빛내주는 요소를 또 꼽자면, 하나의 판으로 이뤄진 알루미늄 트렁크 덮개다. 이 덮개는 전 세계 모든 차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속 가운데 가장 크다. 트렁크 뚜껑이 워낙 넓어서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소프트 클로즈 기술을 적용했다. 그 알루미늄 아래에는 내가 DB11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소가 들어 있다. 바로 통풍구다. 트렁크 쪽으로 유입된 공기가 통풍구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시스템은 포르쉐 991 GT3 RS의 앞 펜더에 있는 통풍구와 매우 비슷하다. 고성능 차에 이런 통풍구가 필요한 이유는 휠에서 고기압 공기가 분출되면서 양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경우 미적으로 형편없지만 애스턴마틴은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지도록 녹여냈다. 

 

DB11은 미아타와는 다르다. 애스턴마틴에서 늘 선보이던 V8 엔진을 얹지도 않았다. 게다가 거대한 그란투리스모다. 얼마나 거대하냐 하면 무게가 약 1903킬로그램이다. DB9이 1765킬로그램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증량이다. 물론 DB11이 DB9에 비해 더 길고(더 낮고), 넓은 건 사실이지만 140킬로그램 남짓한 무게가 어디서 추가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차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DB11은 주행감이 끝내준다. 600마력의 컨티넨탈보다 0.5톤이나 가벼운 이 차를 미니 벤틀리라고 봐도 좋다. DB11의 주행 성능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나? 최고의 스티어링을 갖춘 이 차는 말도 안 되는 이름의 브리지스톤 S007 타이어를 신었는데도 접지력이 뛰어나고, 파워 또한 기대에 부응한다. 앵거스 매킨지가 처음 DB11의 운전대를 잡았을 때 그는 “전반적으로 최고의 서스펜션 세팅은 스포츠”라고 했다. 단순 주행을 위해서라면 그의 말이 맞지만 거친 길을 정복하기 위해선 스포츠 플러스가 정답이다. 만약 엔진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스포츠를(스포츠 플러스에서 엔진이 불안정한 것을 보면 터보 지체 현상을 성공적으로 줄이지 못한 듯하다), 트랙션 컨트롤이 필요하면 트랙 모드를 추천한다. 트랙으로 설정해도 충분히 뒤를 미끄러트리며 달릴 수 있다. 보모 같은 주행 안정장치가 끼어들기 전까지는. 트랙션 컨트롤은 표준 설정으로 해둬도 구불구불한 협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갈 때 속도를 늦출 만큼 충분히 자주 개입한다. 반면 트랙 모드일 때의 ESC 세팅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DB11은 일반 도로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트랙에서가 문제다. <모터 트렌드> 공식 레이서 랜디 포브스트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보기 전에 우리 테스트팀에서 어떤 결론을 냈는지 궁금하지 않나? DB11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97킬로미터까지 3.8초 만에 도달했다. 400미터 달리기는 시속 201킬로미터로 11.9초에 주파했다. 이건 최고출력이 600마력 정도 되는 차에서 기대할 만한 기록이다. DB11이라면 더 빨라야 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난 이렇게 말할 거다. “그럴 필요가 뭐가 있지?” 로드 테스트 에디터 크리스 월튼은 차에 론치 컨트롤이 없어 뒷바퀴 휠이 튕겨 나오지 않도록 하면서 동력을 조절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DB11의 시속 97킬로미터에서 제동 거리는 33미터다. 그립이 뛰어나다. 횡가속도는 0.98g인데 거대한 8자 트랙을 23.9초 만에 완주했다. 23초 안에 드는 차는 대단한 차다. 

 

매끈합니다 트렁크 뚜껑이 하나의 알루미늄판으로 이뤄져 있어 그 어디에서도 모양을 해치는 선을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애스턴마틴은 50번 이상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최고의 실내 블랙은 인테리어에 깃든 장인정신을 보여주기에 좋은 컬러는 아니다. 그런데도 검은색 가죽을 두른 DB11의 실내는 이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랜디는 DB11을 타고 약 4킬로미터에 달하는 빅 윌로 서킷을 완주하는 데 1분 30초 38이 걸렸다. 재규어 F타입 R AWD(1분 30초 48)나 닛산 GT-R 45주년 기념모델보다 빠른 기록이다. 월튼은 DB11의 5분의 1 값에 살 수 있는 쉐보레 카마로 SS 1LE가 1분 28초 29로 더 좋은 기록을 냈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걸 기준으로 차를 고를 거라면 다른 곳에서 알아보는 게 낫다(애스턴마틴은 최근 AMR이라고 불리는 트랙용 서브 브랜드를 출시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없지만 내 정보원에 따르면 AMR DB11 트랙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랜디는 DB11이 더 좋은 기록을 뽑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승마 용어를 사용하자면 약간의 종종걸음으로 시작했어. V12 트윈터보 엔진이 너무 매끄럽게 힘을 뽑아내서 600마력답지 않게 느껴졌지. 변속기 반응은 만족스러웠지만 자동으로 뒀을 땐 그만큼 영리하지 못했어. 길고 질척거리면서 그립이 부족한 페달 때문에 브레이크도 고생했고. 이건 아마도 앞서 진행한 테스트에서 차를 마구 몰아댄 탓인 것 같아. 타이어를 최대한 실제 테스트에서 시험해볼 수 있도록 몸풀기 시간을 여유롭게 가졌지만 소용없었어. 파워를 끝까지 끌어올렸을 때 난 이 차의 럭셔리한 미션과 무게가 단순 주행을 선호한다는 걸 알게 됐지. 


가속페달을 짓이겼을 때 보디롤이 극심해졌거든.” 우리는 DB11이 훌륭한 트랙용 차는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차가 가끔씩 내가 세팅한 설정을 초기화해버린다는 거다. 파가니 와이라가 갑자기 생각났다. DB11은 또 다른 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빨간 보디 컬러는 눈을 사로잡을 만큼 인상적이다. 지면이 넉넉하지 못해 인테리어가 얼마나 근사한지 언급조차 못한 게 조금 아쉽다. 고급스러운 가죽은 튼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DB11이 파산 위기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 100년 동안 하지 않기 위해 계획된 애스턴마틴의 일곱 형제들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미래를 위하여.   
에디터_서인수

 

 

디자인은 포기할 수 없어요
DB11에는 컬리큐처럼 디자인이 돋보이는 요소가 다분하지만 이 중에서도 에어로블레이드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라이히만과 그의 디자인 팀은 DB11의 뒤 라인이 리어 스포일러나 윙으로 방해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기울기를 유지하면서 뒤쪽 라인을 순수하게 유지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와 끊임없이 의견을 나눈 이들은 공기가 C 필러 안쪽 통풍구를 지나 트렁크 뚜껑을 통과해 나가는 공기 흐름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보이지 않는 스포일러가 생겨 저항을 줄여준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혹시라도 공기저항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에어로블레이드 구멍 앞에 얇은 거니 플랩을 달았다. 단, 이 거니 플랩에는 ‘BMW 모드’가 따로 없어 서 있을 때 거니 플랩만 들어 올리는 건 안 된다.

 

메르세데스의 향기를 느끼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그룹은 2014년 애스턴마틴의 지분 5퍼센트를 매입했다. 그 결과로 애스턴마틴은 다임러의 엔진(AMG의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으로 추측된다)과 정교한 전자 부품을 받게 됐다. DB11은 두 가지 가운데 다임러 그룹의 전자부품을 물려받았다. 누군가는 2억원이 넘는 차의 코어 부품과 보여지는 부품이 모두 영국산 순정이 아니라는 것에 이를 갈지도 모른다. 이 정도 가격대라면 그런 비난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애스턴마틴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부품을 위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E 클래스 왜건과 DB11을 모두 갖고 있다면(E 클래스 왜건 오너들이 메르세데스 고객 가운데 가장 돈 많은 사람들이다) DB11에서 커맨드(COMAND)를 단박에 알아볼 수 있을 거다. 그걸 크게 신경 써야 하느냐고? 전혀. 다임러의 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한다. 요즘 트렌드에 맞는 장치이기도 하다. 
참고로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조지 왕은 가문 이름을 삭스-코러브그-고타에서 윈저로 개명했다. 가장 영국적이라고 여겨지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피에도 약간의 독일 피가 섞인 셈이다. 그러니 애스턴마틴이 메르세데스의 부품을 이식했다고 너무 노여워하진 마시길.

 

모터트렌드, 애스턴마틴, 앤디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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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GT,애스턴마틴,DB11,앤디 팔머,애스턴마틴 DB11

CREDIT Editor 서인수 Photo Wes Allison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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