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르노 트위지 같은 초소형 전기차가 합법적으로 달리게 됐다. 이런저런 보조금을 받아 500만원 정도라면 나도 당장 한 대 갖고 싶다. 집과 사무실 거리가 멀지 않은 나의 경우 출퇴근 용도로 충분해서 세컨드카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겠다. 트위지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다. 물론 아파트에서는 아직 충전이 문제지만 일반 전기 콘센트라면 사무실에서 충전할 만하다. 비교적 만들기 쉬운 차는 많은 중소기업에서 소량 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다양한 차를 기대해볼 만하다. 중국에도 비슷한 제품이 많아 수입도 가능하겠다.

지난 서울모터쇼에도 몇 군데 국산 초소형 전기차가 나왔다. 그 차들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디자인의 중요성이다. 내가 트위지에 관심이 가는 것은 디자인이 좋아서다. 중소기업은 좋은 디자인을 내놓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단숨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제작이 비교적 간단한 차는 경쟁이 심할 텐데 아주 멋지게 만들어 꼭 갖고 싶은 차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품질이다. 작고 간단한 차지만 제대로 된 차를 갖고 싶다. 중국의 많은 ‘짝퉁’과 소형 전기차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만듦새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트위지만큼 깔끔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선보인 국산 초소형 전기차는 트위지만큼 깔끔하지 않았다.

초소형 전기차가 현실이 되면서 트위지보다 더 재미난 차를 상상한다. 예를 들어 세 바퀴 차가 있다. 토요타 i-로드처럼 앞에 바퀴 두 개, 뒤에 하나인 차는 코너를 돌 때 차체가 심하게 기울어져 균형 잡는 데 훨씬 유리하고 무엇보다 재미날 듯하다. 역시 몸체가 기울지만 앞바퀴 하나에 뒷바퀴가 2개인 카버(Caver)라는 차도 있다. 또 미국에서 한국인이 개발 중인 LIT 모터스의 C-1 같은 차는 두 바퀴인데 자이로스코프를 써서 넘어지지 않는다. 무척 재미날 듯하다. 초소형 전기차로 가득한 서울 거리를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전기로 움직이는 차들은 공기를 맑게 하고, 크기가 작은 차들은 거리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재미난 차를 타는 사람들은 생각도 여유로울 것 같다.

2 전기차의 문제는 ‘주행거리 불안(Range Anxiety)’에 있다. 언제 전기가 떨어질지 모르고, 전기가 떨어져도 충전할 곳도 모르겠고, 충전을 할 수 있어도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 전기의 잔량을 알려주는 연료계(?)도 정확한 것 같지 않아 언제 어느 순간에 바늘이 훅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싸인다. 목적지에 충전소가 없다면 내가 탄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계기의 절반을 바닥으로 봐야 한다. 주행거리가 150킬로미터인 전기차는 절반인 75킬로미터를 목적지로 하고, 다시 여유를 좀 두면 50킬로미터까지 갔다 올 수 있다. 가다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해 30킬로미터에서 되돌아오게 되고 집에 돌아와 계기를 보면 아직 80킬로미터는 더 갈 수 있다.소심한 성격의 내 경험은 그랬다. 전기차를 타는 내 친구는 내일의 동선을 전기차 주행거리에 맞춰 그려보는 습관이 들었다. 가솔린 엔진 차를 탈 때는 하지 않던 일이었다. 그러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전기차를 팔아버렸다. 전기차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전기모터로 달리다 전기가 떨어지면 엔진이 차를 굴린다. 전기차의 문제인 주행거리 불안을 한 방에 날려버린다. PHEV는 배터리 용량이 어느 정도 커서 40킬로미터 정도는 전기로만 달린다. 회사가 그렇게 멀지 않다면 이론적으로 전기로만 차를 운행할 수 있어 전기차의 경제성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가솔린은 아주 가끔 한 번씩 채워주면 된다. PHEV는 또 엔진의 힘에 전기모터의 힘을 순간적으로 더할 수 있어 고성능 차로 변신도 가능하다. 언젠가 시승한 골프 GTE는 골프 GTI가 부럽지 않은 성능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미세먼지 문제가 시급하다면 먼저 PHEV를 늘려야 한다. 좀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친환경차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수한 전기차의 보급은 지금보다 주행거리가 늘어난 다음에 활발해질 거다. 외국에서는 PHEV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우리는 PHEV에 주는 보조금이 전기차보다 적어 판매가 신통치 않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정책이 전체 시장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다. 먼저 PHEV로 세계적인 흐름에 같이한다면 친환경차의 보급이 좀 더 순조로울 것 같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폭스바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