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프렌치 스타일 프랑스 브랜드가 아니었다면 이런 얼굴이 나올 수 있었을까? 옆구리에 큼직하게 댄 에어범프는 또 어떻고? 칵투스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고르는 SUV다. 마음이 끌리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 

 

자동차를 단순히 운송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그냥 이 페이지를 넘기시라. 시트로엥 C4 칵투스는 그저 이동에만 충실한 기능적인 차가 아니다. 자동차로 표현할 수 있는 패션과 개성의 정점에 오른 차다. 심지어 콘셉트카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별로 밀릴 게 없다. 콘셉트카를 거의 그대로 양산모델로 옮긴 시트로엥의 두둑한 배짱 덕이다. 재킷 팔꿈치에 덧댄 패치처럼 차체 곳곳에 붙은 에어범프(Air Bump)는 C4 칵투스의 핵심이다.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능적으로도 그렇다. 일상 중에 생기는 사소한 흠집을 방지한다. C4 칵투스의 출발점이 바로 ‘문콕’ 방지였으며 시트로엥 디자인의 근원이 아방가르드란 걸 생각하면 왜 에어범프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가느다란 LED 주간주행등을 헤드램프처럼 보이게 배치하고 실제 헤드램프는 그 아래에 넣어 독특한 인상을 만들었다. C4 피카소와 지프 체로키에서 이런 유형의 스타일을 이미 보긴 했다. 얼마 전 출시된 현대 코나도 같은 구성을 따랐다. 하지만 스타일의 완성도는 C4 칵투스 쪽이 좀 더 높아 보인다. 에어범프와 커다란 루프레일 같은 독특한 디자인 요소와 맞물려 좀 더 경쾌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독특한 건 외모뿐이 아니다. 실내도 그렇다. 하지만 그저 독특하기만 한 건 아니다. 명품 가방 스타일을 차용해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뚜껑이 위로 열리기 때문에 톱 박스(Top Box)라 부르는 8.5리터짜리 글러브 박스는  여행용 가방의 모양새를 본떴다. 도어 손잡이도 고급 가방 손잡이의 디자인을 가져왔다.

 

 

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뒤창이 열리지 않는다. 사진처럼 뒷부분이 살짝 들릴 뿐이다.

계기반에서는 기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아날로그 계기를 모두 없앴다. 작달막한 화면을 숫자와 선으로만 깔끔하게 구성했다. 공조장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복잡한 버튼도 모두 7인치짜리 터치스크린 속으로 몰아넣었다. 기계를 조작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변속기 레버도 버리고 버튼 방식으로 바꿨다. 주차브레이크 레버는 끝내 남았지만 막대 모양이 아니다. 형제 브랜드인 푸조에서 먼저 선보인 사자의 발 모양으로 처리했다.

C4 칵투스는 기계적인 느낌이 드는 것들은 가능한 한 숨기고 바꿨다.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른 차란 얘기다. 달리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에 방점을 꾹 눌러 찍었다. 국산은 물론 수입차에서도 생소한 스타일이 안팎으로 촉촉이 스몄다. 이런 점에 끌린다면 잴 것 없이 선택해야 한다. C4 칵투스의 대안은 없다. 또 한 가지 매력은 로맨틱한 공간이다. 변속기 레버가 사라진 덕에 앞좌석을 소파처럼 만들었는데 이 공간이 아주 사랑스럽다. 팔걸이를 들어 올리면 운전석과 조수석이 연결돼 벤치형 소파가 된다. 조수석에 있는 연인을 무릎에 눕힐 수 있다. 그렇게 머리도 쓰다듬고 볼도 만지고 뽀뽀도 해줄 수 있다. 아으, 애정이 꽃피는 자리다. 머리 위로는 온 천장이 통유리로 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까지 자리하고 있다. 햇살 아래 빛나는 연인의 모습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단, 운전 중에는 삼가야 할 일이다.

공교롭게도 C4 칵투스는 떨어지기 싫은 사람과 멀리 떠날 수 있도록 기름도 별로 축내지 않는다. 공인연비가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7.5킬로미터다. 99마력을 내는 1.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이 조금 약해 보일 수 있지만 토크를 25.9kg·m나 발휘한다. 일상 주행에서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변속기다. 6단 ETG가 들어갔다. 수동변속기를 자동으로 변속해주는 방식으로 푸조에서는 MCP라고 부른다. 직결감이 좋고 연비에 커다란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확실하다. 변속충격이 크다. 변속하는 시간도 길다. 변속이 잦은 시내 구간에서 급하게 운전한다면 옆에 앉은 연인의 허리가 좀 뻐근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칵투스는 가능하면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 달리는 쾌감을 즐기는 이에게 칵투스를? 에이, 아서라.

C4 칵투스는 지난 3월 가격을 200만원씩 내렸다. 샤인(Shine)과 필(Feel), 두 가지 트림이 있는데 샤인이 2690만원, 필이 2490만원이다. 샤인이 최고급 모델이다. 필에 17인치 휠과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후방카메라 등을 추가했다. 물론 필에도 코너링 라이트와 빗방울 감지 오토 와이퍼, 자동제어 공조기 등 쓸모 있는 기능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샤인과 필 모두 가죽 시트는 선택할 수 없다. 통풍 시트도 기대할 수 없다. 뒷좌석을 앞으로 접을 수 있지만 358리터짜리 트렁크 바닥과 높이가 달라 살짝 턱진다. 참, 뒷문 위에 달린 창이 열리지 않는다. 뒤쪽 끝이 살짝 벌어져 트일 뿐이다. 중고로 내놨을 때 다른 차에 비해 값이 크게 떨어지고, 보험료 자차 요율이 1등급이란 점도 참고해야 한다(보험료 등급은 내신 성적과 반대다. 숫자가 작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진다). 확실한 스타일을 얻는 대신 포기해야 할 것도 없지 않다. 글_고정식(객원 에디터)

 

스타일에 죽고 사는 30대 패셔니스타 혹은 낭만을 꿈꾸는 세대 초월 사랑꾼. 주차에 서툰 혹은 문콕 테러에 치를 떠는 김여사와 김사장에겐 에어범프가 정말 고마운 존재일 거다. 단, 변속할 때마다 울컥대면서 머뭇거리는 변속기는 호불호가 갈리니 꼭 시승해보고 계약서에 사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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