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이 어렵다고? 사실 나도 10년 넘게 봐왔지만 아직도 어렵다. 서킷에 따른 타이어 운용 및 피트인 전략, 드라이버의 성향, 경주차 성능 그리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경주 양상 등을 파악해야 F1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또 규정은 매년 달라져 골수팬조차 짜증날 때가 있다. 더군다나 국내에선 F1 중계를 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해설자도 없다. 여기까지 말하니 굳이 F1을 봐야 할 필요가 없을 거 같기도 하다. 맞다. F1을 꼭 봐야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게 F1의 매력이다. 매년 투덜대면서도 10년 넘게 F1을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정상의 서킷 레이스를 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아주 기초적인 F1 상식 몇 가지를 소개한다.  

 

 

1 START
자! 우선 단 하나만 기억하고 시작해보자. 이 세상 모든 모터스포츠는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규정에서 시작한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놈이 1등.’ F1도 정해진 랩을 가장 먼저 돈 차가 1등이다. 그리고 1~10등까지 점수를 준다.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20번의 경주를 펼친 후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드라이버가 시즌 챔피언이 된다. 출발 방식은 모든 경주차가 한꺼번에 출발하는데 출발 순서(그리드)는 결승 전날 예선(퀄리파잉)으로 결정한다. 1랩을 가장 빨리 돈 순서대로 출발선에 선다. 출발 순서는 아주 중요하다. 가장 앞에 설수록 첫 번째 코너에 가장 빨리 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F1에서 모든 차가 일렬로 줄지어 달리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 순서가 대부분 첫 번째 코너에서 결정된다. 당연히 출발이 가장 다이내믹한 순간이다. 아주 짧은 순간에 추월과 사고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2 OVERTAKEN
첫 번째 코너 이후 경주차들이 일렬로 나열하면서부터는 추월이 어렵다. 그래서 F1 조직위는 뒤차의 추월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규정을 마련했다. 자고로 경주는 추월이 많아야 재미있으니까. 앞차는 뒤차를 한 번만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뒤차가 왼쪽으로 움직여서 이를 막았다면 다시 오른쪽으로 빠져 앞으로 나오는 걸 막으면 안 된다. 또 DRS(Drag Reduction System)라는 게 있다. 차체 뒤에 있는 큰 날개의 각도를 조정해서 다운포스 양을 조절하는 장치로, 이걸 열면 다운포스 양이 감소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DRS 구간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1초 이하일 때 사용한다. 뒤차에 너무 유리한 거 아니냐고? 걱정 마시라. 앞차도 DRS를 열 수 있다. 
시속 30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경주차 간격이 1초 이하라는 건 아주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 F1에서는 이보다 더 가깝게 달리는 경우가 많다. 슬립스트림(Slipstream)을 타기 위해서다. 차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면 그 뒤는 진공상태가 된다. 진공상태는 주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덕분에 뒤에 바로 붙으면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저장된 에너지를 추월에 사용한다. 이때는 앞차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3 ACCIDENT
추월에서 주의해야 하는 건 접촉. 앞날개가 앞차 뒷바퀴에 닿으면 부러지기 십상이다. 윙이 부러지면 다운포스 양이 줄어 코너에서 빠른 속도를 내기 어렵다. 또 접촉에 따른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고 앞차 타이어가 터지기라도 하면 경주가 중단될 수 있다. 가장 아찔한 사고는 앞차 뒷바퀴를 뒤차 앞바퀴가 타고 오르는 순간이다. 이때는 엄청난 양력이 차체를 들어 올리면서 뒤집어지기도 한다. 2010년 유러피언 GP에서 마크 웨버가 이와 같은 상황을 맞아 차체가 5미터 이상 떠올라 광고판을 들이받기도 했다. 경주 중 경미한 사고는 그냥 진행하지만 경주차의 파손된 부품 등이 경주에 방해된다고 판단하면 황색기를 발동하고 사고가 클 경우엔 적색기와 함께 경주가 중단된다.

한국어 해설이 필요해? 현재 국내 방송사는 F1 중계를 해주지 않는다. 유료 채널 스카이스포츠를 통해서 볼 수 있는데 스마트폰 옥수수 앱을 깔면 무료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 한국어 해설이 필요하다면 유튜브에서 ‘F1KR’을 검색하면 된다. 전 SBS 스포츠 F1 해설위원 윤재수 씨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든 GP를 실시간으로 해설하고 있다. 경주가 끝난 후엔 리뷰까지 하니 F1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SAFETY CAR
사고나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등 정상적인 경주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황색기를 발동한다. 그러면 모든 경주차는 세이프티카(SC) 뒤를 따라야 한다. 1바퀴 이상 뒤처진 경주차(백마커)는 세이프티카를 추월해서 대열 맨 뒤에 붙어야 한다. SC 상황에선 추월이 금지되고 모든 경주차 간격이 줄어든다. 때문에 선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급격히 달라진 경주 양상에 따라 전략에 변화를 주기 위해 피트인해서 타이어를 교체하는 경주차도 
많이 볼 수 있다.  

 

 

5 TIRE
현재 F1은 다섯 종의 드라이 타이어와 우천 시 사용하는 두 종의 웨트 타이어를 쓴다. 드라이 타이어는 콤파운드 함유량에 따라 울트라 소프트(보라), 슈퍼 소프트(빨강), 소프트(노랑), 미디엄(흰색), 하드(주황)로 나뉘는데 울트라 소프트가 가장 접지력이 좋아 속도가 빠르지만 그만큼 마모도 빨라 10바퀴를 돌기 힘들다. 반면 하드 타이어는 속도가 느리지만 오래 쓸 수 있다. 타이어 공급업체 피렐리는 그랑프리마다 두 종의 타이어를 선택해 공급한다. 여기서 소프트한 것을 옵션 타이어, 하드한 것을 프라임 타이어라고 부른다. 모든 팀은 경주에서 두 종 모두 사용해야 한다.
F1에서 타이어 전략은 아주 중요하다. 하드 타이어를 끼우고 느리지만 오래 달리면서 피트인 횟수를 줄일지, 아니면 소프트 타이어를 끼우고 빠른 속도로 달리되 피트인을 한 번 더 할지 결정해야 한다. 경주 중에도 타이어 사용량과 잔량, 경쟁자와의 거리, 경쟁자의 교체 시기, 일기 등 수많은 변수를 계산해 타이어 교체 타이밍을 결정한다. 드라이버들이 어떤 타이밍에 어떤 타이어를 끼우는지로도 그 팀의 전략을 알 수 있다.   

 

 

6 PIT IN
타이어나 파손된 부품 등을 교체하는 곳을 피트(Pit)라 하고 이곳으로 들어가는 걸 피트인(Pit In), 나오는 건 피트아웃(Pit Out)이라고 한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데는 보통 3초 내외가 걸린다. 각 팀의 크루들은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매일매일 연습을 한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젠 GP에서 윌리엄스 팀이 세운 1.92초의 피트스톱은 F1 역사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어느 팀의 피트스톱이 가장 빠른지 보는 것도 F1의 볼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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