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1 두툼하게 나온 범퍼 위로 바닥과 평행을 이루는 날카로운 선이 있다. 이런 강한 직선은 차가 더 넓고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낸다. 
2 이 크롬 선과 리어램프 옆 장식들 역시 차체가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3 뒤 펜더를 줄여 헤드램프와 방향지시등이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차체 넓이가 더 강조됐고 뒤쪽 모서리가 더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인다. 
4 옆 창문 아래의 수평선은 차 뒷부분 모서리를 감싸고 돌아 다시 수평으로 이어진다. 
5 앞에서부터 직선으로 이어지던 크롬 라인이 이 두 부분에서 위로 꺾인다. 
왜 이곳에서 각을 이루며 구부러져야 했는지 알 수 없다. 
6 차체 옆의 강한 선이 차 앞뒤를 확실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뒤 손잡이 부분에서 사라진다. 
7 이 각도에서 앞 펜더를 보면 거의 둥글게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인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튀어나온 건 사실이다. 
8 움푹 들어간 이 부분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도어를 부풀리고 그 밑으로 뒤로 가면서 솟아오르는 라인을 만들기 위해 이렇게 된 것이다. 
9 렉서스 디자이너들은 이 부분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위와 아래가 완벽하게 일직선을 이루다가 뒷부분에서 살짝 위로 향한다. 
10 바퀴를 감싸고 있는 이 부분이 바퀴 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다. 
11 역시 정교하게 다듬어진 이 부분도 차체의 아주 낮은 곳에서 수평선을 만들고 있다.
12 플라스틱 범퍼의 튀어나온 부분은 바로 아래 크롬 선 말고는 연결되는 곳이 없다. 
왜 이곳이 튀어나와야 할까?
13 저렴한 사출 방식이 아닌 주조로 만든 머플러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렉서스 LS의 주요 특징이었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좋은 품질은 인정한다.  

 

 

60년 전 일이다. 크라이슬러가 새로운 1957년형 모델들을 발표하자 경쟁자이던 GM과 포드 차들이 순식간에 낡고 지루한 모습이 돼버렸다. 주력 모델이던 플리머스의 광고 문구는 당시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갑자기 찾아온 1960년!’ 크라이슬러가 업계를 3년 이상 선도하고 있다는 뜻을 담은 문구다.

2018년형 렉서스 LS를 보자마자 ‘갑자기 찾아온 1957년!’이 떠올랐다. 1957년형 뷰익 로드마스터와 신형 LS는 특정 부분이 닮지 않았지만 인상이 강하고 단호하다. 그릴의 목적은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함인데, 두 차는 모두 이런 본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또 존재감이 또렷한 위압적인 인상마저 1957년형 뷰익과 꼭 닮았다. 그러면서 1957년을 대표하는 TV 드라마 <쾌걸 조로>도 떠올랐다. LS의 헤드램프는 마치 쾌걸 조로가 방금 다녀간 것처럼 ‘Z’ 자가 선명하다. 

뷰익과 렉서스가 크고 묵직하게 보인다면 그건 어떤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LS 500의 묵직한 모습은 설계 당시부터 의도된 결과물이다. 그건 로드마스터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해보자. 렉서스는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전자장비는 독일의 최고 세단들보다 믿음직스럽다. 그러면서 전체 모습은 전통적인 미국차와 완벽할 정도로 비슷하다. 넓게 쭉 뻗은 길을 편안하게 달리는 모습은 뉘르부르크링을 날렵하게 달리는 독일차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LS는 사진으로 보는 것처럼 특별히 날렵하거나 공기역학에 신경을 쓴 것 같지 않다. 빠른 차가 아니라 한적하고 멋진 거리에서 집처럼 편안하고 믿음직스러운 느낌을 주는 차다.

토요타는 이미 무색무취의 아발론이 지닌 편안함과 넉넉함으로 미국 시장을 평정한 바 있다. 때문에 머큐리, 올즈모빌, 폰티액 그리고 플리머스 같은 미국산 중형 세단들은 아발론에 거의 전멸당했다. 이제 렉서스라는 LS를 선보이며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LS의 납작하고 평평한 듯한 차체는 묵직한 무언가로 짓눌러 만든 것처럼 보인다. 수평으로 펼쳐진 듯한 인상을 주는 건 차체 앞과 옆의 바닥에 있는 크롬 장식이 큰 역할을 했다. 옆 창문과 도어 손잡이를 가로지르는 강한 선은 차체 아래 선과 함께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한 지점에서 휜다. 나는 이런 디자인을 미적인 감각의 결여라고 본다. 하지만 렉서스 디자이너들은 무언가 원하는 게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이런 방식으로 풀어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쨌든 미적 감각이 결여된 LS 500은 오히려 개성 없는 모습이라서 미국 시장에 먹힐 수 있다. 이미 아발론이 그랬으니까. 글_Robert Cumberford 

 

 

앞모습
14 ‘스핀들 그릴’이라고 부르는 윗부분 모서리가 정말 날카롭다. 
15 왼쪽의 헤드램프를 보면 마치 쾌걸 조로가 칼로 ‘Z’ 자를 새겨 넣은 것 같다. 물론 오른쪽은 ‘Z’ 가 반대로 새겨져 있다. 각기 다른 검객의 솜씨일까?
16 후드 마무리 선이 흥미롭다. 뒤로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꾸준하게 이어진다. 장식적인 면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17 사진으로만 보더라도 A 필러가 운전자 시야를 많이 가린다는 걸 알 수 있다. 
18 뒤쪽과 이어지는 지붕 라인이 A 필러와 만나는 부분에서 끊긴다. 
지붕은 낮고 평평하다. 
19 손잡이가 엄청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손에 들어맞는 크기다. 손잡이 안쪽 면이 너무 위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이 서서 손을 내리면 손바닥에 딱 맞는 각도다. 
20 양쪽 모서리의 작은 그릴은 가운데 스핀들 그릴에 비해 모양이 아주 단순하다. 그저 수평선 몇 개만 넣었을 뿐이다. 
21 이 수평 크롬은 안쪽 그릴이 수평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다. 
22 앞 그릴의 아래쪽 모서리가 상당히 깊게 들어갔다. 그릴이 수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릴 프레임을 둥글리면서 부드러운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절대 부드러운 인상은 아니다. 
23 LS의 그릴보다 1957년형 로드마스터의 거대한 그릴이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세월에 상관없이 그릴이 너무 크다. 

 

 

실내
24 도어트림을 감싸고 도는 스티칭 라인을 보자. 이런 종류의 차로서는 대담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25 차체 외관의 수평 테마는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도어 팔걸이가 리어램프와 비슷하게 쭉 뻗어 있다. 
26 운전대가 평범하다. 가죽을 충분히 썼고 각종 컨트롤러가 많다. 다만 우아함이나 혁신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27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이 회전식 컨트롤러는 아주 실용적이고 편하다.
28 아날로그 시계는 이 차에 잘 어울린다. 디지털 방식은 훨씬 저렴하지만 
보는 재미가 없다. 
29 여러 개의 수평선은 도어트림 스티칭을 포함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의 결과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제작 과정은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30 다시 여러 개의 수평선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중심에서 시작해 끝에서 하나로 모인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 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