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시대의 개막은 엄청난 교통 혁명을 일으켰다. 사고율은 급속히 낮아졌고 수많은 자동차 보험사와 수리업체가 문을 닫았다. 택시와 대리운전도 없어진 지 오래다. 시내 교통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교통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가 줄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문제시됐던 건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심리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즉 인류는 1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서 수톤의 기계 덩이를 무자비한 속도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나도 그 시대를 살면서 수많은 시간 동안 운전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고 오싹하다. 어쩌면 살아 있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운전대를 놓는 순간, 그러니까 완전 자율주행차와 준자율주행이 혼재하던 시대엔 여러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사고가 났을 때 인간의 잘못인지 아니면 컴퓨터의 오류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았고, 완전 자율주행차 제조사들은 그들의 제품에 오류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문제가 거의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자동차는 완전체이고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운전으로부터의 해방을 맛본 인간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운전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으니까. 2050년부터는 인간이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것이란 말도 있다.

아주 오래전 자동차는 자유와 해방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운전과 교통에 구속된 인간은 스스로 해방을 갈구하며 자율주행차를 만들었다. 그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어느 순간 준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스스로 운전하고 주차하는 차가 굴러다니 시작했다. 오늘 타게 된 2016년형 아우디 Q7은 준자율주행 기술의 초기 단계에 생산된 모델이다. 특정 환경이 주어지면 잠깐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운전대를 스스로 돌리고 가속과 감속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완벽한 환경’이 주어져야 한다. 희미한 차선을 읽지 못하고, 차선을 바꾼 후 다시 차선을 인지하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차선 변경은 내가 해야 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기능은 꽤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아주 부드럽게 제동하고 가속한다. 하지만 차선을 인지하고 운전대를 돌리는 과정에서 탑승자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리는 걸 느낄 수 있다. 운전대를 자연스럽게 돌리는 게 아니라 차선 안쪽으로 차를 밀어 넣는 느낌으로 돌린다. 차체가 움찔거리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선에 거의 닿을 정도가 돼야 운전대를 돌리니 불안감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코너가 급한 곳에선 차선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차는 앞서 말한 것처럼 준자율주행이다. 운전대를 놓아선 안 되는 기술로 운전자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사고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는 정도다. 즉 이 기능을 켜놓고 운전하면 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의도가 전제된다. 인간은 이때부터 자율주행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 아닐까? 편의를 위한 준자율주행 기능도 있다. 길이 많이 막히는 곳에선 ‘혼잡 보조 시스템’이 작동해 스스로 조향하고 가감속한다. 완전히 멈춘 후에 시동을 끄고 앞차가 출발하면 시동을 켜고 출발한다. 이때는 내가 개입해야 할 게 거의 없다. 속도가 느리니 불안하지 않고 오른발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편하다. 운전대를 놓아도 별문제가 없을 정도다. 

어느 정도는 운전에서 해방되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살피게 된다. 2030년은 운전대를 놓은 인간들이 통신 디바이스로 세상 모든 것에 쉽고 빠르게 연결돼 지루할 틈이 없다. 자동차 실내를 아예 3D 공간으로 만든 모델도 나올 정도다. 이것에 비하면 14년 전 차인 Q7의 실내는 고루할 수밖에 없다. 우선 모든 컨트롤러를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 음성인식은 아직 제한적이고 인식률이 낮다. 그래도 계기반을 통째로 모니터로 만든 건 꽤 진보적으로 보인다.

준자율주행이 가능한 Q7은 자율주행 시대로 가는 과도기적 산물이다. 이제 여기서 신호와 각종 표지판을 비롯해 주변 모든 것을 더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센싱 기술이 더해지고 교통을 통제하는 빅데이터 센터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Q7처럼. 글_이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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