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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피나’

그는 떠났지만 그의 무대는 더욱 뜨겁다. 20세기 무용 혁명가 피나 바우슈. 그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발표한 <스위트 맘보>가 무대에 오른다.

2017.03.22

무용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몸으로 말하는, 유구무언의 예술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오랫동안 생각했고, 그것이야말로 무용의 본령이라 믿어왔다. 이러한 믿음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리에 집착한 완고한 근본주의자들은 무용수들에게 함구령을 내려 입을 봉인했다. 그런데 말할 수 없는 것을 몸으로 말한다 하여,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해야만 하는 것을 몸으로만 표현해야 한다면 그것이 온당한 처사일까? 확인할 바 없지만, 무용의 태초 의미가 그리 옹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근본주의에 반기를 든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물꼬를 터준 이를 기억해야 한다. 무용수에게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준 이는 바로 피나 바우슈(Pina Bausch)다. 피나 바우슈는 ‘탄츠테아터’(Tanztheater)의 창시자로, 탄츠테아터란 독일어로 댄스(무용)와 테아터(극)의 합성어다. 한마디로, 무용의 외피를 두른 극, 혹은 반대로 극의 외피를 입은 무용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극’을 연극에 국한해 생각할 필요는 없겠다. 실제로 그는 음악(노래)과 미술, 영상 등 총체적 예술을 지향했다.


이렇듯 20세기 무용 혁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피나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터. 독일의 영화감독 빔 벤더스는 2011년 피나와 그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3D 영화 <피나>를 제작해 선보였다. 이에 앞서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2002년 영화 <그녀에게>에서 피나가 직접 출연한 <마주르카 포고>와 <카페 뮐러>, 두 작품의 장면을 삽입하여 그에 대한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이 두 작품은 국내에서도 공연됐는데, <마주르카 포고>는 2003년, <카페 뮐러>는 2010년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라 국내 관객과 만났다. <카페 뮐러>는 피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특히 2010년 공연은 공연 전년 세상을 떠난 피나를 기리는 작품이라 의미가 깊었다. 사족을 곁들이면, 피나는 2009년 6월 암 선고를 받은 후 5일 만에 타계했다.  천재 안무가의 부고를 접한 전 세계 예술가들이 애도를 표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작품인 <마주르카 포고>는 포르투갈 리스본을 테마로 한 작품으로, 피나는 특정 국가나 특정 도시를 주제로 한 ‘도시/국가 시리즈’로 유명했다. 그가 2005년 안무해 선보인 <러프컷>은 한국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는 우리와도 인연이 깊은 안무가였다. 


이런 피나의 유작 중 하나인 공연 <스위트 맘보>가 3월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스위트 맘보>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2008년 독일 부퍼탈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자신의 무용수, 특히 여성 무용수들을 위해 안무한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무용수 10명 중 7명이 여성으로, 남성 무용수 3명은 그들을 위한 조력자, 심지어 의자, 소파, 버팀목 등의 물질로 무대 위에 존재한다.


이들을 발판으로 여성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뛰고 솟고 눕고 구르고 노래하고 때로 악을 지르며, 심지어 술까지 마신다. 이런 행위를 통해 각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자신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과 열정, 희망과 절망, 외로움과 두려움 등의 감정을 분출한다. 그런데 그것이 피나가 평소 안무를 짤 때 유념한 철학을 상기시키는 듯하다. 


생전 피나가 즐겨 했던 말이 있다.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무용수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가가 아니다.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가이다.” 필자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한다. ‘신체적 표현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심정적 동인을 찾는 일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무용이다’라고. 비단 저 명제가 무용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3월에는 <스위트 맘보>를 보며 저 해석이 옳은지 확인해봐야겠다.

 

피나바우슈, 스위트맘보,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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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피나 바우슈,스위트 맘보,무용,LG아트센터

CREDIT Editor 김일송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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