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 식물원
알프스 식물원(Alpine Botanic Garden)은 가장 ‘스위스’다운 식물원이다. 이곳에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동안 식물원에 대해 상상했던 그림은 완전히 지우는 편이 좋다. 이곳은 신이 조성한 자연 그 자체에 더 가까우니까. 융프라우요흐로 오르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산악 지대 쉬니게 플라테(Schnige Platte)에는 총 600종에 달하는 알프스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정원 뒤로 펼쳐지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봉우리까지, 알프스 고산 지대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져 감탄을 자아낸다. 알프스 최초로 조성된 이 식물원은 스위스 내에서도 흔치 않은 고산 식물원이다. 40분 정도 식물원 산책로를 걸으면서 이 지역 토종 식물군을 두루 둘러볼 수 있는데, 각종 야생 식물에는 상세한 정보가 더해져 탐색하는 재미가 있다. 

멕시코, 라스 포사스 
멕시코시티에서 차로 7시간을 달리면 실리틀라 마을에 다다른다. 이 고된 여정의 끝에 달콤한 상이 주어진다. 자연과 초현실주의의 경계에 선 아열대 우림 정원 ‘라스 포사스(Las Pozas)’가 그것. 영국의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아티스트인 에드워드 제임스는 1930년대에 멕시코의 광활한 대지와 자연에 매혹되어 이 마을에 정착한 뒤 마을 근처의 커피 농장을 개조해 자신만의 에덴동산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약 40년 동안 공을 들여 난초를 비롯한 2만9000여 종의 야생 식물을 심고, 자신이 기르던 야생 동물을 위한 공간도 만들었다. “초현실주의에서 영감받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달라”는 에드워드 제임스의 요청에 석공 장인 수백 명과 이 지역의 공예가들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정원을 완성했다. 32만 m2에 이르는 정원 내에는 자연 폭포를 비롯해 30점이 넘는 조각품, 4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 거대한 구조물이 자연의 일부인 양 자리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 식물원 
비엔나 도시 중심에 위치한 비엔나 대학교 식물원(The Botanical Garden of the University of Vienna).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이 전시된 벨베데레 궁전 인근에 있다. 옥색 지붕의 바로크·로코코 양식 건물과 프랑스풍 정원으로 유명한 벨베데레 궁전 옆에 자리한 식물원은 벨베데레 정원과 연결해 둘러보기 좋다. 대학교 내의 식물원이지만 규모와 모양새에서 짜임새가 있어 매년 1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1754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국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설립했다는 역사 또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독특한 온실 건축물의 형태도 보는 재미를 준다. 식물원 안에서는 6개 대륙에서 온 약 1만2000종류의 식물을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 

한국, 창경궁 대온실 
1909년에 탄생한 한국 최초의 양식 온실인 창경궁 대온실.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따뜻한 온기 속에 수많은 꽃을 피운다. 당시 일본 황실의 식물원 책임자가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에서 시공을 담당했는데, 철골 구조와 목재, 유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서양식 식물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에 의한 훼손과 침탈의 역사다. 조선의 상징인 궁궐의 존엄성을 훼손한 한편 가난한 서민에게는 꽃을 볼 수 있는 힐링 공간이 되었으니 말이다. 지어질 당시 동양 최대 규모의 식물원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은 아주 작은 규모지만, 궁 안에 이렇게 이국적인 온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방문할 가치를 지닌다. 한국의 자생난을 중심으로 세계의 각종 난을 전시한다. 

미국, 롱우드 가든 
필라델피아는 ‘미국 정원의 수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롱우드 가든(Longwood Gardens)이 있어서다. 오직 이 식물원을 보려고 이 도시를 찾는 여행자의 수가 엄청날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 첫째는 거대한 규모 때문이다. 총 면적이 무려 425만 m2(약 150만 평). 종일 걸어도 다 둘러보기 힘들 만큼 넓은 식물원 안에 실내외 정원과 온실만 40곳이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정원 양식으로 명성이 높은 유럽식 보태니컬 가든을 속성으로 둘러볼 수 있고, 인공 폭포와 연못도 핫 스폿이다. 올해에는 화려한 분수의 향연을 볼 수 있는 분수 정원이 재개장할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 님프의 정원 
비밀스럽기에 더 아름답고 매혹적인 정원. 프랜시스 버넷의 동화 <비밀의 화원>이 현실에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이탈리아 로마에서 남쪽으로 65km 떨어진 라티나 현의 사설 정원 ‘님프의 정원(Giardino di Ninfa)’ 이야기다. 님프의 정원은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한 정원’이자 2015년에는 ‘이탈리아의 가장 아름다운 사설 정원’으로 꼽혔고, 라치오 주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님프’라는 이름은 정원 자리에 있던 옛 중세 도시의 이름에서 따왔다. 님프는 14세기에 파괴되었다가 16세기에 이 도시를 지배한 카에타니 가문이 몇 세기에 걸쳐 여러 종류의 식물과 저수지, 분수를 가꿨다. 현재의 모습으로 정비된 때는 1921년. 현재 8만 m2의 정원 안에 약 13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정원의 보존 관리를 위해 4월부터 11월까지 특정한 날에만 대중에게 개방된다. 

프랑스, 자르댕 보타니크 드 파리
파리 시는 총 4곳의 식물원을 직접 운영하는데, 70만 m2의 규모를 자랑하는 식물원을 통틀어 ‘자르댕 보타니크 드 파리(Jardin Botanique de Paris)'라 부른다. 그중 눈여겨볼 곳이 파리지앵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주말 피크닉 지역인 뱅센 숲 안의 ‘플로랄 파크(Parc Floral)’다. 1969년에 문을 연 28만 m2 규모의 플로랄 파크는 도쿄 올림픽 당시 인기를 끈 일본식 건축 양식을 모티프로 해 조성했다. 일본식 정원 특유의 철저히 계산된 구조와 절제미가 특징인데, 봄이면 무려 1500가지에 달하는 붓꽃이 만발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붓꽃 외에 구근식물 초원, 꽃의 계곡과 수경 등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250종 이상의 튤립이 피어나는 봄 풍경도 아름답지만 여름에는 ‘파리 재즈 페스티벌’, ‘페스티벌 클래시크 오 베르’ 등 유명한 음악 축제가 열리고, 매년 가을에는 ‘달리아 국제 대회’가 열려 사시사철 지루할 틈이 없다. 

체코, 크로메르지시 정원
프라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 크로메르지시(Kromeríz)는 체코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도시의 명물은 단연 크로메르지시 성이다. 이곳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인간의 손으로 완성했으리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구도와 질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처음엔 후기 고딕 양식으로 축조된 성에 차차 르네상스 요소가 가미되었는데, 당시 대주교가 이곳에 꽃과 나무, 열매가 풍성히 자라는 정원을 조성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이 정원의 하이라이트는 초록색 담으로 이루어진 미로. 정교한 규칙과 패턴으로 짜여진 미로 속에서 관람객은 식물원 풍경의 일부가 된다. 

터키, 네자하트 괴키이이트 식물원
환경 운동에 관심이 컸던 터키의 사업가 알리 니하트 괴키이이트는 아내에게 가장 낭만적인 선물을 바쳤다. 아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식물원 ‘네자하트 괴키이이트 식물원(Nezahat Gökyigit Botanik Bahçesi)’이 그것. 2002년에 처음 공원으로 공개된 뒤 1년 후에 정식 식물원으로 등록된 이곳은 환경에 이바지하는 ‘도시의 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문을 열었다. 세계 여러 지역의 식물 컬렉션도 볼 만하지만 터키 특유의 야생 식물과 재배 식물을 보호하고 전시해 그 의미가 크다. 식물원은 여러 섹션으로 나뉘는데, 특히 ‘식물원 아일랜드’에서 터키 고유 수종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일본 사쿠라 재단이 기증한 벚꽃나무 587그루가 자라는 ‘에르트룰 아일랜드 섹션’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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