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본 전기차는 BMW i3였다. 시승을 마치고 사무실로 온 i3의 열쇠를 뺏어 운전석에 앉았다. 계기반에 ‘주행가능거리 150킬로미터’라는 문구가 떴다. 안심하고 시동을 걸었다. 잠실까지만 갔다 오자고 생각했다. 처음 타게 된 전기차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하지만 잠실역 사거리에 도착하기도 전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계기반에 나타난 주행가능거리가 터무니없이 빨리 줄어든 때문이다. 사무실이 있는 대치동에서 잠실까진 5킬로미터가 되지도 않는데 계기반에는 주행가능거리가 100킬로미터로 확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로까지 꽉 막혔다. ‘아아, 이대로 멈춰버리면 어쩌지?’ 그 생각을 스무 번쯤 하면서 겨우 사무실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손에 꼽히는 스릴(?) 넘치는 순간이었다. 

그 후로 전기차는 되도록 멀리하자고 생각했다. 또다시 그런 스릴을 경험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고, 전기차도 달라졌다. 요즘 전기차는 주행가능거리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어떤 모델은 짜릿한 달리기 실력까지 발휘한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녀석도 있다. 테슬라 모델 S 얘기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400킬로미터를 넘게 달릴 수 있고, 자율주행 모드를 누르면 스티어링휠을 부여 쥘 필요도 없다니. 게다가 가장 화끈한 P 100D 모델은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이 2.5초에 불과하다. 바로 아랫급인 P 90D의 0→시속 97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2.8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다. 이건 우리가 꿈꾸던 미래 차의 모습 아닌가! 

모델 S를 기대하게 된 데는 김형준 편집장의 말도 한몫했다. TV 프로그램 <드라이브 클럽> 촬영을 위해 인제 스피디움 주차장에서 모델 S를 몰아봤다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치도록 빨라.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머리가 헤드레스트에 쾅 부딪힐 정도로 쏜살같이 튀어나간다고. ‘터무니없는 모드(Ludicrous)’를 선택할 필요도 없어.” 화끈한 성능에 비해 브레이크 실력이 모자라 불안하게 멈춘다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미치도록 빠른 전기차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만 자꾸 커졌다. 

사실 모델 S는 병행수입 업체나 렌터카 업체를 통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출시하는 건 내년이다. 테슬라 한국 법인은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하남 스타필드에 전시장을 열 준비도 마쳤다. 비록 어떤 모델이 들어오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사전 예약금 200만원을 걸고 예약을 받고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하지만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진출하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최근 1~2년 동안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먼 미래 이야기인 것만 같던 자율주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을 내는 전기차도 등장했다. 이런 변화를 불러온 건 모델 S, 나아가 테슬라의 역할이 상당하다. 모델 S는 지난해 미국에서 큰 바람을 일으켰다. 판매량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폭발적이었고, 2016년 미국의 리서치 회사 스트래티직 비전이 조사한 결과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모델에도 올랐다. 이런 모델 S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모르긴 몰라도 전기차 시대를 5년, 아니 10년 이상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얼마나 화끈할까? 모델 S는 얼마나 화끈할까? 화끈한 전기차를 타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모터트렌드, 전기자동차, 환경자동차, 테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