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콘셉트를 잊지 마세요 G70이 뉴욕 콘셉트처럼 나오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은 2015년 말 출시된 EQ900(해외명 G90)였다. 하지만 이 모델은 원래 에쿠스 후속으로 개발이 거의 완료된 것을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이 확정되자 최종 단계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걸맞게 각색한 모델이다. 그 다음으로 출시된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출범하기 이전부터 있었던 제네시스 세단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출시된 제네시스의 두 모델은 따지고 보면 진정한 제네시스가 아닌 셈이다. 그렇기에 미국 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 실적이 그리 뼈아프지는 않다. G90이 미국판 <모터 트렌드>의 ‘2017 올해의 차’ 최종 후보까지 올라갔던 것과 EQ900가 올해 국내 시장에서 2만대를 넘기며 폭발적인 판매 실적을 기록한 건 ‘신형 에쿠스’인 EQ900의 실력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에 출시될 중형 세단 G70은 이야기가 다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순수 혈통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준비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실력을 모두 모아 드러내는 모델인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가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곳이 바로 중형 스포츠 세단 시장이다. 아우디 A4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C 클래스가 진을 치고 있는, 재규어가 온갖 기술과 미케팅을 쏟아부은 XE로도 좀처럼 시원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독일 3사의 아성과도 같은 시장이다. 렉서스는 토요타 알테자라는 준수한 모델을 바탕으로 개발된 IS를 갖고도 이 시장에서만큼은 독일 3사와의 정면 대결을 피했고, 인피니티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기술을 받아 Q50을 개발하는 적과의 동침을 꾀할 정도로 어려운 시장이다. 이런 치열하면서 폐쇄적인 시장에 후륜구동 노하우와 든든한 협력자도 없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정면 도전을 하려고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큰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득은 있다. 일본 브랜드에 비해 유럽적인 분위기가 강한 모델 제네시스, 즉 현재의 G80이 닦은 이미지에 G90의 보수적이고 럭셔리한 이미지를 더한다면 G70은 보다 스포티한 감성으로 어필할 수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모델을 젊은 세그먼트부터 보수적인 세그먼트까지 스펙트럼처럼 배치해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에 균형을 잡는 방법은 이미 렉서스가 IS와 GS, LS의 라인업으로 성공을 맛봤던 방법이다. 만약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에 성공적으로 균형 감각을 제공한다면 본래의 유럽적인 취향은 일본산 럭셔리 브랜드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소중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G70의 플랫폼은 앞으로 추가될 G70 쿠페와 중형, 대형 크로스오버 SUV의 기반이 될 예정이다. 그러니까 G70은 미래 모델의 산파가 돼야 하는 중요한 모델인 셈이다. 그래서 난 떨리는 마음으로 제네시스 G70을 기다린다. 이런 출사표를 내놓는 자국 브랜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참고로 G70은 아직 디자인이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뉴욕 모터쇼에서 현대가 공개한 뉴욕 콘셉트는 G70의 미리보기 버전이라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콘셉트카는 어디까지나 콘셉트일 뿐이니까. 하지만 새로운 제네시스의 얼굴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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