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나올 차들 리스트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차는 쉐보레 볼트와 제네시스 G70, BMW 5시리즈였다. 한 번 충전했을 때 주행거리가 380킬로미터를 넘는 볼트는 전기차의 새로운 시작을 알릴 것이고, 제네시스 G70은 브랜드의 첫 오리지널 모델로서 의미가 크다. BMW의 주력 모델인 5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기아 프라이드를 선택한 건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소형차의 중요성은 몇 번을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문용으로 시작한 차의 브랜드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장이 참 힘든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라이드가 소형차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 예상하면 주목할 이유가 충분하다. 

또 하나는 ‘프라이드’라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붐이 일어난 때는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르던 시기다. 현대차의 엑셀과 프레스토, 대우 르망과 함께 이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프라이드였다. 경차와 크로스오버 모델을 제외하고 기아차 승용 라인업이 모두 K 시리즈로 이름을 바꾸는 동안에도 프라이드는 오히려 본래 이름을 되찾았다. 그만큼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름이자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파리 모터쇼 직전 발표된 신형 프라이드는 꽤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각이 살아 있는 차체는 특히 D 필러와 리어 펜더의 라인이 단단한 이미지를 준다. 1세대 프라이드의 상자 같던, 그래서 더 독특했던 모습이 떠오른다면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바람을 불어 넣은 듯 둥글동글한 지금의 프라이드보다는 훨씬 탄탄하다는 생각이다. 열선 스티어링휠과 풀 오토 에어컨, 스마트키 시스템까지 고를 수 있는 지금의 프라이드 수준의 편의장비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자신을 가져요 새로운 프라이드가 이름처럼 자신감을 되찾게 되기를….

한 가지 더 바라자면 기본형부터 고급형까지 LED 주간주행등이나 테일램프 등은 같았으면 한다. 윗급 모델로 넘어가도록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나 원가를 고려한 가격 정책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가뜩이나 소형차라고 놀림을 받을지 모르는데 겉모습까지 떨어지면 소비자는 더 구입을 망설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파워트레인은 1.0리터 직분사 휘발유 터보 엔진이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단가 때문에 국내 적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경쟁 모델이 터보 등을 달아 상대적으로 꽤 재미있는 달리기 성능을 보인다는 걸 고려하면 1.4리터 휘발유와 디젤 두 종류를 기반으로 역시 터보 엔진이 적용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수동변속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이런 욕심은 좀 부리고 싶다. 가볍고 잘 달리는 소형차는 스포츠 드라이빙 입문용으로도 좋으니까. 물론 지금 모델에는 없는 디젤에 자동변속기를 넣는 것이 판매에는 더 도움이 되겠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폴로나 포드 피에스타, 르노 클리오 등과 경쟁할 프라이드. 형님뻘이자 유럽에서 개발된 기아 씨드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처럼 상품성이 좋아진 프라이드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 팔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시 우리나라의 ‘모터리제이션’이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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