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글러 언리미티드의 터프함이 부담스럽다면 체로키 리미티드의 액티브 드라이브Ⅱ 4WD 시스템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규제에 맞춘 EU6 기준의 디젤 엔진 체로키가 이제 나왔다. 폭스바겐에서 시작된 디젤 게이트는 폭스바겐 그룹 제품이 판매 중지된 것 이상으로 많은 곳에 영향을 미쳤다. 1년 넘게 체로키 디젤의 국내 데뷔가 미뤄진 것도 빡빡해진 국내 인증절차 때문이다. 디젤 모델에 대한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SUV는 아직 디젤이다.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차체를 끌기에는 휘발유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출력이 올라간 엔진이 반갑다. 이전의 2.0리터 디젤보다 배기량이 200cc 늘었다. 최고출력이 18퍼센트 좋아진 200마력, 최대토크는 26퍼센트나 올라 44.9kg·m가 됐다. 동급 최초 9단 자동변속기는 출발부터 빠르고 부드럽게 기어를 올린다. 교통 흐름을 따라가는 상황에서는 2000rpm을 넘을 일이 거의 없어 조용하다. 기어비가 넓은 편이어서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릴 때도 7단에 머문다. 칭찬하고 싶은 것은 출발부터 이어지는 변속기의 직결감이다. 초기 슬립이 거의 없이 바짝 붙여준다.

시승차인 리미티드 모델은 액티브 드라이브 Ⅱ 4WD 시스템이 포함된다. 동급 SUV 중에는 유일하게 2.92:1 감속비의 로 기어가 있다. 사실 SUV를 타면서 점점 더 험한 바위나 경사 급한 오프로드를 갈 일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2.92배만큼 차의 속도를 늦추고 엔진의 힘을 키우는 로 기어 사용 빈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견인을 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강에서 보트나 제트스키를 끌어낼 경우, 비포장도로에서 캠핑 트레일러를 끌어낼 경우라면 로 기어가 빛을 발한다. 물론 로 기어가 필요 없다면 좀 더 심플한 론지튜드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한편으로 아쉬운 것은 새로 구성된 체로키 전체 모델들의 가격이다. 요약하자면 휘발유 모델과 디젤 모델의 가격 차이가 너무 크다. 5580만원인 2.2리터 디젤 리미티드 모델과 겉으로 보이는 옵션 차이가 거의 없는(로 기어와 앞좌석 통풍시트, 18인치 휠· 타이어 등) 2.4리터 가솔린 론지튜드 하이가 4590만원이다. 아무리 디젤 엔진의 장점이 크다 해도 지금처럼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눈길은 1000만원이 더 싼 휘발유 모델로 쏠릴 것이다.

2.4 론지튜드 하이 모델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포함한 온갖 첨단장비에 끌린 사람이라면, 디젤 론지튜드 모델의 5130만원을 납득하기도 힘들 것이다. 본격 판매를 시작한 10월, 휘발유와 디젤의 판매량 차이가 거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엔진에 따라 마진 차이가 크다면, 차라리 휘발유 모델의 가격을 올리고 디젤을 낮춰 전체 수익을 조절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복잡하다. 디젤을 원하는데 휘발유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이해하기 힘들다면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 그간 FCA는 피아트 모델들의 가격 정책 때문에 여러 번 힘들어했다.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되묻고 싶다. 좋은 차를 많이 팔기 위해서 꼭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잘짜인 전략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

 

 

JEEP CHEROKEE LIMITED 2.2 4WD
기본 가격 55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직렬 4기통 2.2ℓ 터보 디젤, 200마력, 25.5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975kg 휠베이스 2720mm 길이X너비X높이 4620×1861×1710mm 연비 12.2km/ℓ CO₂ 배출량 158g/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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