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준비하고 떠날 때가 가장 설렌다. 그런데 이 차와 함께라면 가는 여정이 훨씬 더 즐거울 것 같다. 고급스러운 넓은 공간 안에서 가슴을 방망이질하며 달리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캐릭터가 분명한 차다. 바로 GT(그란투리스모)다. 장거리 여행에도 지친 기색이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다. GT의 뿌리는 2도어 쿠페다. 콰트로포르테는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4도어 세단이다. 유전자는 프레임 없는 양옆 4개의 유리창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을 열기 위해 도어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면 크롬 몰딩 안에 숨어 있던 유리창이 아주 조금 쓱 내려와 운전자를 맞이한다.

콰트로포르테가 3년 만에 얼굴과 내실을 가다듬고 새롭게 출시됐다. 기존 라인업과 동일하게 디젤, 가솔린, S Q4, GTS 네 가지 모델로 구성됐다. 가장 큰 변화는 그릴이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렉터 박사에게 씌운 강철 마스크가 생각나는 그릴이 더욱 날카롭게 조각됐다. 아래 범퍼의 공기흡입구는 넓게 키워 강한 인상을 더한다. 신형 콰트로포르테의 트림은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한 ‘그란루소’와 스포티한 캐릭터를 부각한 ‘그란스포트’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출시한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소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다녀왔다.

시동을 걸자마자 인사를 건네는 배기음은 마치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자,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달릴지 상상해봐.” 이 차를 제대로 즐기려면 엔진회전수를 4000~5000rpm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V6엔진은 5500rpm에서 최고출력 410마력을 발휘한다. 이 힘은 무게가 2톤에 가까운 백상아리와 같은 거구를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4.9초에 도달하게 한다. 차체 길이가 5265밀리미터로 긴 편이라 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도로에서 허둥댈 수 있다. 최대토크(56.1kg·m)가 발휘되는 영역은 1750~5000rpm으로 넓어 언제든 가속페달을 꾹 밟기만하면 빠른 응답성과 ‘으르렁’ 소리로 화답한다. 평소엔 뒷바퀴를 구동하다가 출발이나 언덕길 등 견인력이 필요할 때 자동으로 Q4 시스템이 개입해 구동력을 앞으로 보내 빠른 가속을 돕는다. 고정된 패들시프트로 직접 변속할 수도 있는데, 스티어링휠과 패들의 간격이 너무 멀어 변속할 때마다 손바닥을 쫙 벌려야 한다. 스포츠(Sports) 모드에서는 배기음부터 달라진다. 배기밸브가 최대로 열려 깊고 생동감 넘치는 배기음이 머리 뒤에서 울려 펴진다.

콰트로포르테 그란루소의 하이라이트는 실내에 있다. 시트와 패널을 두른 브라운 컬러의 가죽과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실크가 조화를 이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든다. 시트는 푹신하진 않지만 맞춤형 슈트를 입은 것처럼 몸에 착감기는 느낌이다. 다만 역동적인 드라이빙을 할 땐 몸을 꽉 잡아주지 못해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가장 아쉬운 건 수납공간이다. 컵홀더는 크기가 작고 센터 콘솔의 수납함도 지갑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얕다. 4개의 헤드레스트에 꽉박힌 포세이돈의 삼지창은 실내에서도 마세라티의 존재감을 피력한다. 그러고 보니 유독 삼지창 로고가 여기저기에 박혀 있다. 시승차에만 해도 실내외와 엔진룸, 휠, 키 등을 합해 총 25개의 삼지창이 새겨져 있다.

MASERATI QUATTROPORTE S Q4
기본 가격 1억8530만원 시승차 가격 1억992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410마력, 56.1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920kg 휠베이스 3170mm 길이×너비×높이 5265×2100×1475mm 복합연비 7.4km/ℓ CO₂ 배출량 22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