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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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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쇼핑

쇼핑을 하는데 돈을 쓰는게 아니라 번다고? 터무니없는 낭설 같지만 쇼퍼홀릭에게는 진지한 이야기이자, 확실한 진리다.

2016.11.27

1 2000년대 초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디올의 가우초 백. 존 갈리아노가 이끌던 디올 시절, 가우초 백은 다양한 버전으로 매 시즌 출시되었다. 2 지금 봐도 전혀 촌스롭지 않은 디올의 2001 F/W 디올 캠페인. 가우초 백을 든 애티튜드가 쿨하다. 3 지난 9월, 모스키노 쇼 애프터 파티에서 베트멍 가죽 재킷에 20년 전 잇백인 디올의 가우초 백을 스타일링해 화제가 된 CL의룩. 4 막스막라의 캐멀 코트 역시 영원한 스테디셀러 아이템. 클래식하면서도 유행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모던함을 지녔다.

 

 

몇 달 전, 제레미 스콧이 디렉팅하는 모스키노 컬렉션의 애프터 파티가 열린 맨해튼의 한 클럽에 나타난 CL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 ‘베트멍’의 컬러 블록 라이더 재킷에 LA의 스트리트 브랜드 ‘1992’의 너바나 티셔츠를 스타일링한 채 등장했다. 그리고 요즘 제일 핫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스웨그 넘치는 룩에 20여 년 전 ‘잇백’인 디올의 새들 백을 포인트로 매치했다. 그 당시 새들 백과 갈리아노의 명성은 지금의 베트멍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 말안장 모양의 미니 백은 셀 수도 없이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었고, 모든 셀렙은 하나같이 한 손에 새들 백을 들고 다녔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말이다. 컬러풀한 패치가 덕지덕지 터프하게 붙은 20년 전 새들 백은 베트멍의 라이더 재킷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그날 찍힌 사진으로 존 갈리아노 시절의 새들 백은 CL의 룩과 함께 다시금 핫하게 떠올랐다. 그러고는? 이베이를 비롯한 중고 명품 사이트에서 금새 200~4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가방의 가격이 무려 4~7배 올랐다. 뮤지션이자 패셔니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CL의 위력 덕분이지만, 이건 쇼핑 좀 한다는 쇼퍼홀릭 사이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10여 년 전 ‘샤테크’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백테크의 위력을 떨친 샤넬 백은 2007년 당시 200만원대의 가격으로 판매되기 시작해 불과 4~5년 만에 2~3배 이상 가격이 뛰었다. 재밌는 사실은 가격이 오를수록 샤넬 백의 판매율도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샤넬 백의 가격이 오른다는 건 그 가치와 희소성이 상승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구입한 백의 가격이 몇 년 사이 2~3배 이상 올라서 되팔아도 몇 배가 남는 장사지만, 실제로 이윤을 남기려고 샤넬 백을 되파는 여자는 많지 않았다. 샤넬 백을 사랑하는 여자에게 백을 되팔아 기백만원의 이윤을 남기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껑충 뛰어오른 백을 보며 마치 주머니가 두둑해진 듯 마음으로 흐뭇해할 뿐.

 

에디터 주변에도 신상과 잇 아이템을 늘 주시한 채 해외 사이트 직구부터 멀티숍과 아웃렛 매장을 줄기차게 탐방하며 쇼핑하는 친구들이 있다. 지난달까지 신상으로 매장 쇼윈도를 장식하던 제품이 시즌에 밀려 아웃렛으로 신분 하락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잽싸게 구매하는 것 역시 스마트한 쇼퍼홀릭의 수법이다. 그들에 말에 의하면 잘나가는 아이템은 몇 시즌이 지나도 리바이벌되어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출시되므로 유행에 뒤처지거나 싫증이 날 걱정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템은 2~3시즌 질리도록 착용해도 ‘여전히’ 유행하기 때문에, 중고 사이트를 통해 판매해도 손해를 보지 않고 팔 수 있어 끊김이 없는 돌림 쇼핑이 가능하다는 것. 10여 년 전 사둔 A.P.C.의 블라우스부터 프라다나 질샌더의 베이식한 코트, 그리고 마르니의 신발 등 비교적 유행을 타지 않는 시그너처 아이템이나 몇 시즌 이상 지속될 유행 아이템은 제값을 주고 사두어도 가격이 떨어지는 법이 없다나. 에디터 역시 작년 봄, 한 아웃렛에서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의 J.W. 앤더슨 로고 백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싫증나지 않고 오래 들겠지’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적이 있다. 별 생각 없이 반값을 주고 산 가방이 스트랩만 살짝 변형되어 세 시즌째 똑같은 디자인으로 재발매 되는 덕분에(물론 가격은 구입 가격의 2배!) 몇 시즌째 신상 가방을 메는 기분을 누리고 있다(에디터 역시 그 가방을 구입한 값의 2배를 주고 되팔 수 있다 해도 팔 생각은 없다. 이미 싫증날 리 없는 나의 소중한 백이니까!).

 

 

사실 어떤 물건을 반값에 샀거나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물건이 2배 이상 가격이 올라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해도, 본래 주고 산 값보다 더 비싸게 받고 파는 건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패션 아이템은 소모품이고 시간이 지나면 낡기 마련이다. 샤넬 백역시 제작된 해의 고유번호가 있기 때문에 오래된 백이 신상 가격을 받기는 어렵다.

 

그저 패션 빅팀이자 쇼퍼홀릭의 달콤한 자기 최면이기 십상이다. 본인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가격의 무언가를 살때면 그 위험 부담과 불안감을 해소해줄 장치가 필요한 법. 쇼핑하면서 ‘이걸 되팔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자 보험 같은 것이다. ‘내가 이걸 이렇게 비싼 값을 주고 사더라고 유용하게 잘 쓰다가, 팔면 그게 돈 버는 거지, 안그래?’ 하는 정당화 말이다. 그러니까 패션 재테크는 신기루 같은 것인 셈.

 

좀 더 자신의 확실한 취향과 정확히 트렌드를 짚고 멀리 볼 수 있는 심미안이 있다면 잘 사고 잘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인 패션 테크 아닐까. 언제 팔려고 내놔도 누구라도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을 보는 매의 눈을 가진다면 말이다. 설령 팔지 않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입고 즐긴다면 그것만큼 큰 패션 이윤도 없을 테고. 그런 의미에서 에디터는 이번 시즌 셀린느의 맥킨토시 코트를 노리고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지만, 확신한다. 언제 어디서 꺼내 입어도 후회 없고, 그리고 언제 되팔아도 제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아이템임을 말이다. 입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당장 사서 입을 수 있는 ‘SEE NOW, BUY NOW’ 세상인 만큼, 지금 구매 욕구와 애정이 몇 시즌 뒤에도 지속될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BUY NOW, RESELL ANYTIME’ 마음으로 쇼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패션 테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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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쇼핑,해외 사이트 직구,쇼퍼홀릭,패션테크

CREDIT Editor 정희인 Photo PR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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