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한 산길만큼 운전이 신나는 곳은 없다. 올라갈 때는 출력을 최대로 끌어내며 같이 숨을 헐떡이는 재미도 있고, 내리막에선 제동과 스티어링으로 그립과 횡가속도를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로는 수도권 어디서든 접근하기 좋고 길이 험하지 않아 초보 운전자도 이러한 운전 재미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닭죽촌 민속마을에서 시작해 남문안로터리까지 이르는 약 4.5킬로미터의 1차선 도로가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이 길은 주말이면 나들이에 나선 차들로 가득하다. 평소에도 버스와 자전거, 등산객이 같이 다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대로 된 운전 재미를 경험하려면 차와 인적이 뜸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찾는 게 좋겠다.

 

이곳을 어스름한 시간에 찾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남한산성에서 바라보이는 기막힌 야경이다. 특히 서문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은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와 뒤섞여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몽환적이다. 서문은 바로 근처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국청사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데, 주차 공간이 매우 좁다. 무엇보다 올라가는 길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험하다. 실제로 이 길을 차로 오르내릴 땐 마주 오는 차가 없기를 기도해야 한다. 섬세한 오프로드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북문이나 남문안로터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다녀오는 게 좋다.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남한산성은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성곽은 조선 시대 때 인조가 옛 성터의 흔적을 따라서 새롭게 지었다. 그 옛 성터가 통일신라가 당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쌓았다는 주장성이다. 이에 앞서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 때 이미 토성을 쌓아 올린 흔적이 발견됐다. 고려 시대에 증축된 흔적과 유물이 발견되면서 몽골군에 대항해 싸운 결전지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남한산성은 2000년 넘게 한강 인근 지역을 방어했던 거점이었다. 통일신라 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성곽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발달사를 이야기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고 있다. 혹시 모른다. 드라이브하다 유물이라도 발견할지. 

 

남한산성과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바로 ‘삼전도의 굴욕’이다. 때는 병자호란, 남한산성을 축조한 조선의 왕 인조는 청나라 군대에 밀려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그는 이곳에서 47일 동안 고립돼 있다 삼전도(서울 송파구에 있던 나루)로 끌려나가 청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굴욕적인 항복을 했다. 이를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한다. 당시 수많은 신하와 왕자가 인질로 붙잡혀서 갔고 삼전도엔 그때의 사건을 기록한 대청황제공덕비가 세워졌다. 이 비석은 현재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다.

 

남한산성 인근에는 맛있는 보양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주로 닭과 오리 요리다. 서문 초입엔 백숙을 먹을 수 있는 ‘보양 음식 거리’가 별도로 조성돼 있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엔 닭볶음탕으로 방송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됐던 낙선재가 있다. 남문안로터리 근처 고향산천의 효종갱도 별미다. 효종갱은 1800년대 서울 양반들이 즐겨 먹었던 보양 해장국으로 국물 맛이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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