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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현대

현대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그 틈을 타 르노삼성이 맹렬히 기세를 올리고 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6.11.14

 

변화의 신호일까? 견고해 보이던 현대·기아의 내수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1.6퍼센트로 올해 첫 달을 상승세로 시작한 현대와 기아는 2월 69.2퍼센트를 기록하며 바로 70퍼센트 밑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3월에는 64.5퍼센트로 좀 더 떨어졌다. 이후 다시 회복하는가 싶더니 7월 66.6퍼센트, 8월 63.8퍼센트, 9월 62.1퍼센트로 점차 내려앉았다.


승용차 시장만 보면 하락세는 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히 현대가 그렇다. 현대는 내수 승용차 점유율에서 한 번도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져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7월 처음으로 28.7퍼센트까지 내려갔다. 8월엔 29.8퍼센트로 조금 회복하는가 싶더니 9월에는 역대 최저인 28.1퍼센트까지 주저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르노삼성은 부활의 날갯짓을 펼쳤다. 7월에 6.4퍼센트이던 내수 승용차 비율은 8월에 7.1퍼센트를 찍더니 9월엔 8.1퍼센트까지 솟구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수 승용차 판매량과 비중을 따로 집계해 발표하기 시작한 2014년 9월부터 따지면 역대 최고치다.


반면 기아는 30퍼센트 안팎을 오르내리며 평소 수준을 지켰다. 한국지엠도 평소와 비교해 커다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 연속 10퍼센트를 넘어섰고 그중 6월을 제외한 4개월은 11퍼센트를 웃돌았다. 이런 흐름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쌍용도 소폭 상승했다. 티볼리가 출시된 2015년 1월부터 한 번도 6퍼센트 아래로 내려간 적은 없었다. 하지만 8월과 9월처럼 2개월 연속으로 7퍼센트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그 전에 점유율 7퍼센트 대를 기록한 건 2015년 10월 단 한 번뿐이었다.

 

 

 

위태로운 현대
많은 전문가들은 7월부터 현대의 내수 승용차 판매 점유율이 떨어진 가장 큰 요인으로 파업을 꼽았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출고할 수 있는 차가 고갈돼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내수용 생산분 재고물량은 하루에서 이틀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현대의 파업은 7월에 36시간, 8월에 76시간으로 늘어나더니 9월에 정점을 찍어 100시간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기아의 파업은 각각 4시간, 68시간, 44시간 수준이었고 한국지엠은 각각 8시간, 96시간, 12시간 정도로 마무리됐다. 3개월간 각 회사별 파업 시간을 합하면 기아와 한국지엠이 116시간으로 동일한 데 비해 현대는 212시간으로 가장 길다. 거의 100시간 가까운 차이다.


그러면 모든 제조사가 임단협(임금·단체 협상)을 마무리한 지금 다시 현대의 강세로 돌아설까? 박상원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그렇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현대의 주요 모델이 노후했거나 실패작에 가깝게 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강세가 이어지는 SUV 라인업도 부족한 편이죠. 내수 승용차 시장 1위를 3개월이나 연속으로 기아에 내준 건 SUV 라인업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르노삼성과 쌍용의 제품 수준이 정말 많이 향상됐습니다. 어지간한 신차 출시로는 두 회사의 판매량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티볼리가 그렇죠. 니로가 출시되고도 판매량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중형차 시장도 택시 판매량을 제외하면 SM6가 1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제 현대와 기아가 아니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차들이 생겨난 거죠. 현대가 소폭 회복할 순 있겠지만 전처럼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고태봉 선임연구원은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의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겠지만 당장은 회복하리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현재 현대 판매량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핵심 차종의 노후화와 취약한 SUV 라인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달에 신형 그랜저가 출시될 예정이고 내년 2분기에는 소형 SUV도 선보일 겁니다. 특히 그랜저를 주목해야 합니다. 쏘나타가 차지했던 중대형 볼륨 모델의 지위가 현재는 그랜저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출시될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도 지켜봐야 합니다. 현대는 현재 쏘나타를 실패작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완전변경에 준하는 부분변경을 감행할 계획입니다. 마치 캠리처럼요. 이렇게 되면 핵심 차종 중 싼타페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이 새 모델로 채워지는 겁니다. 부정 요소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죠.”

 

 

 

| 위 i30는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도 앞바퀴굴림 차에 걸맞지 않은 드리프트라는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바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운데 루크 동커볼케 전무와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전무. 제네시스의 성공을 청부받고 국경을 넘은 스타 임원진이다. 아래 내수 판매 부진은 곽진 국내영업본부장 부사장을 물러나게 하고 말았다.

 

변화의 시작?
현대는 지금 시장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현대차 내부 관계자는 “고위급에서 경질이나 문책이 있지 않겠냐는 의식이 팽배할 만큼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랜저나 쏘나타의 반응 여부에 따라 누군가 실제 책임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뤄진 국내영업본부장의 인사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는 10월 14일 국내영업본부장이던 곽진 부사장을 자문으로 위촉하며 물러나게 하고, 이광국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신임 국내영업본부장으로 발령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배경에 내수 판매 부진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통인 이광국 전무를 국내영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한 건 새판을 짜보자는 의미 아니겠냐”며 “어쩌면 내상을 입을 수도 있는 국정감사 출석이 곽진 부사장의 마지막 임무였음은 한참 전부터 정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상원 칼럼니스트는 변화를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실무 일선에 있는 직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금과 같아선 안 된다고 느꼈고 보고도 했지만, 현대처럼 상명하복 문화가 강하고 경직된 조직에서는 그런 보고가 윗선까지 전달되기 전에 묵살되는 게 큰 문제”라며 “기업 문화가 개선되고 체질이 바뀌어야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태봉 선임연구원은 그래도 세타 II 엔진에 대한 국내 대처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남은 기간 아무리 판매에 박차를 가해도 800만대 달성은 불가능한 일로 첫 번째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으로 보이고, 영업이익율도 매년 떨어져 올해는 더욱 쉽지 않은 마무리가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세타 II 엔진의 보증기간을 두 배로 연장하고 기존의 유상 수리했던 부분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나선 건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동안 소비자를 바보로 취급한 적도 있고 지금 결정도 유려한 모습은 아니지만 개선의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고 해석했다.

 

 

 

 

소비자는 봉
결국 현대의 이러한 움직임은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 것에서 기인했다. 제조사가 이끌어가던 시장에 이제야 소비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헤게모니가 이제 소비자에게 넘어가고 있는 걸까? 현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고태봉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판매량과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성능을 올려야 한다는 건 이제 분명히 인식한 걸로 보입니다. 전에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가격도 마음대로 올렸지만 이제 그게 안 된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거죠. 그런데 이들은 지금도 이미지를 높여 가격과 수익을 올릴 생각을 하고 있어요.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나 고성능 브랜드 N이 그런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겠죠. 생각해봅시다. 해외에서 영입한 스타급 임원들이 지금 어디 가 있나요? 전부 제네시스와 N에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소속이어도 그쪽에 집중하고 있어요. 거기서 이들이 하는 일은 디자인이든 주행이든 모두 성능을 높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작업이 성공한다면 그러한 이미지를 배경으로 현대까지 가격이 스멀스멀 올라가겠죠? 물론 당장은 가격에 영향 없이 성능만 쭉 끌어올리겠지만요. 어쨌든 전처럼 꼼수를 부려 가격을 올리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은 ‘가성비’를 올리는 데 매진할 거예요. 그래도 아직 시장의 헤게모니가 소비자에게 넘어왔다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들의 전략이 먹힐지 모르니까요.”


박상원 칼럼니스트는 좀 다른 입장이다. “르노삼성과 쌍용이 이렇게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요? 자신들의 약점과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FTA 이후로 소비자 취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수입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운전 경험이 다양해졌습니다. 제조사에서 공급해주는 대로만 타던 게 내가 원하는 걸 고르는 쪽으로 바뀌었죠. 르노삼성과 쌍용의 제품력이 이젠 현대·기아와 맞설 정도로 성장해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젠 내가 원하는 걸 스스로 고르는 데 점점 익숙해지며 르노삼성과 쌍용으로 옮겨간 사람도 많다는 겁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겁니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내놓지 못하면 도태하는 환경이 될 거란 얘기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판매 비중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거라 보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조사에선 점차 소비자가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겁니다. 그것은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좀 더 넘어갔단 걸 의미하는 거겠죠.”

 

 

고래 싸움에 새우가 득 볼까?
어쨌든 지금 제조사들은 후끈한 경쟁 속에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그 사이에서 떨어질 달콤한 꿀을 기대하고 있다. 당분간 가격은 붙잡고 성능을 올리는 싸움이 지속될 거라 전망되기 때문이다. 고태봉 선임연구원은 “경쟁과 위기의식 속에서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에 대해 확실히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대차 내부 관계자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잡아끌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그랜저의 출시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부디 고래 싸움의 승자가 새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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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현대자동차,르노삼성,드리프트,루크 동커볼케,맨프레드 피츠제럴드

CREDIT Editor 고정식 Photo 현대자동차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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