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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써 내려간 시

사진작가 정희승. 그의 아틀리에 풍경은 그의 작품과 오차 없이 닮았다.

2016.11.15

 

사진작가 정희승. 그의 아틀리에 풍경은 그의 작품과 오차 없이 닮았다. 군더더기 없는 정물 사진 같은 작업실. 조명 없이 데이라이트로만 촬영하는 그의 작업 특성을 반영하듯 작은 통창 너머로 그윽한 햇살이 깊게 들어와 있다.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이곳은 그의 집이자 작업실로, 2년 전 역시나 작가인 남편과 함께 지은 공간이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하얀 벽뿐이던 작업실에는 애묘 호두와 만두가 새 가족으로 들어왔고, 낯선 피사체도 하나 더 늘었다. 그의 사진 프레임을 홀연히 채우고 있는 장미 한 송이다. “2~3주에 한 번씩 꽃을 2~3단씩 사다 놓고 세 계절에 걸쳐, 4~5개월은 족히 찍은 것 같아요. 다른 거 없이 그냥 쌓아놓고 매일 한 송이씩 찍었어요.” 한데 수많은 꽃 중에 왜 흔한 장미였을까. “제가 스타인의 시에 관심이 많아요. 물론 시적 의미의 이해보다는 언어가 가진 다양한 측면에 관심이 크죠.

 

단어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지점, 그것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주목한달까요. 그래서 시의 의미보다는 문장 단어의 구성, 배치가 중요해요.” ‘장미’는 그가 좋아하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에 등장한 단어로, 그것도 여러 번 나온다. ‘Rose Is a Rose Is a Rose’.  ‘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 이는 정희승의 신작 제목이자, 스타인의 시 제목이기도 하다. 장미라는 단어의 반복. “프레임 안에서 장미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에디팅이 더 중요하죠.” 사실 그 역시 장미를 찍으면서도 진부하고 전형적인 소재라 여겼다. 그런데 오히려 그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문득 든 한 가지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말 우리는 장미를 보고 있는 걸까? “우리는 사물을 통해 무언가를 보려고 하는데 결국 모르잖아요.” 우리가 다 안다고 여긴 장미. 그러나 그것이 반복될수록 장미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우리가 몰랐던 낯선 장미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보는 그것이 본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깨달음의 과정인 셈이다. 근작인 고양이 시리즈 역시 그만의 시적인 내러티브가 담뿍 밴 작품이다. “‘고양이 1’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고 ‘고양이 2’에는 흐릿한 고양이 사진이 소멸되듯 작고 희미하게 벽면을 채우고 있어요. 그 옆에 놓인 ‘고양이 3’은 제목만 있을 뿐 사진은 없고요.” 모든 것이 사라진 ‘고양이 3’엔 하얀 백지만 프레임을 채우고 있다. 단어의 반복처럼, 반복적으로 들여다볼수록 결국 형태는 사라지고 무언지 모를 희미한 이미지만 남는다. 그의 피사체는 보통 사물이나 정물일 때가 많지만 인물도 예외는 아니다.

 

 

 

 

1 정희승 작가의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놀고 있는 애묘 만두.2 책들로 가득 채워진 정희승의 아틀리에

 

 

 

군더더기 없는, 정물 사진 같은 정희승 작가의 작업실. 거트루드 스타인의 시에서 모티프를 얻은 정희승의 신작 ‘Rose is a Rose is a Rose’ 연작도 함께다. 이 아틀리에 사진은 정희승 작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아틀리에인지 혼돈스러운 풍경이다.

 

 

 

1 ,2 Untitled (Kansong Museum of Art), Archival Pigment Print, <문화보국(文化保國): 간송 컨템퍼러리>, 2016 3 Untitled(Phrenology) from the series Disappearance, 2016 4 Untitled(Palmistry) from the series Disappearance, Archival Pigment Print,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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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홍장현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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