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월 국내에서 생산된 현대차는 77만9528대였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64만1406대로 17.7퍼센트 줄었다. 기아차 또한 지난해 79만5529대에서 올해는 66만241대로 17퍼센트 감소했다. 반면 해외 생산은 현대차가 200만대로 지난해 191만대와 비교해 4.8퍼센트 증가했고, 기아차는 88만대를 달성해 6.8퍼센트 늘었다. 그런데 국내 생산이 감소할 때 해외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난 5월에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10월에는 현대차 중국 4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는 등 생산을 점차 해외로 바꾸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돌아가는 해외 공장의 가동률은 100퍼센트를 넘어서는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찾은 현대차 체코 공장은 30만대 생산 규모에서 35만대를 뽑아낼 만큼 바쁘게 돌아간다.

 
이런 사실은 현대차 노조도 잘 알고 있다. 높은 임금 구조와 떨어지는 생산성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 기반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해외 증산의 흐름은 자신들이 막을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현대차라는 우산 아래 있을 때 회사로부터 최대한 많이 얻어내야 노후가 보장된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회사가 보험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자녀들의 미래 취업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들을 뒷받침하려면 얻을 수 있을 때 얻어야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확신한다. 파업으로 기업 이미지가 현저히 나빠지고, 판매가 줄어들 것을 뻔히 아는데도 그들에겐 기업보다 자신의 미래가 우선이다. 받을 것 다 받고 퇴직할 때까지만 회사가 버텨주면 된다. 이후 기업의 주인이 바뀌든 회사가 사라지든 알 바 아니다. 노조는 이미 금전적인 이익을 충분히 확보했으니 걱정 없다. 애사심 따위는 없고 개인 이기주의만 남았다.  

이렇다 보니 회사도 독기(?)를 품는다. 여기서 독기란 해외 증산의 가속이다. 외형상 국내에서 파업이 벌어지면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힘의 논리는 어쩔 수 없다. 노조의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주되 이를 악물며 해외 생산을 확장한다. ‘그래, 파업해라. 해외 생산을 더욱 늘려 기업을 유지할 것이다. 언젠가는 파업해도 회사가 끄떡없는 날이 온다.’ 이런 생각 말이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사의 생각이 끊임없이 충돌한다는 점이다. 파업과 임금 인상, 해외 생산 증가 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생산이 자꾸 줄어 일감이 감소하고, 취업난으로 젊은 층이 힘들어하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부가 옥죄어 채용을 늘릴 수 있지만 한시적일 뿐 일자리는 자꾸 줄어든다. 

몇 년 전에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취업난이 자동차 수요를 줄일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국내 공장 가동률의 저하를 가져와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물리력으로 어느 정도 임금 보전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줄어든 일자리가 내수 판매 위축을 다시 불러오는 빈곤의 악순환을 경고했다. 지금이 딱 그렇다. 

악순환이 계속될 때 미래는 어떻게 될까? 수순은 정해져 있다. 이미 보여준 사례도 있다. 바로 GM이다. 자동차 공룡인 GM은 고임금에 낮은 생산성으로 허덕였고, 결국 정부의 대수술이 가해졌다. 수술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떨어져나간 이들은 노조를 원망했다. 자신들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배신감도 있지만 결국은 근로자가 노조에 이용당했다는 실망감이 컸다. 

가까운 예도 있다. 공장이 물리적 충돌로 초토화됐던 쌍용차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쌍용차 사태의 본질은 판매 급감이다. 줄어든 판매가 비용 감축을 불러일으켰고, 무조건 많이 챙기려는 노조가 임금 동결 또는 삭감을 반대했다. 그래서 결국 충돌이 일어났다. 이후 당시의 노조 고위직은 직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변질된 파업이 여러 사람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여파가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지금 현대차의 미래는 암울하다. 당장 파업이 중단돼도 마찬가지다. 해외로 빠져나가려는 회사와 그걸 알고 최대한 임금을 늘리려는 행위는 반복이 불가피하다. 양쪽 모두 이익이라는 사활이 걸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걸 바라보는 소비자는 혀를 끌끌 찬다. 심지어 협력업체가 현대차 불매운동까지 펼치겠다고 한다. 무조건 현대차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부품은 공급하되 완성차를 사지 않겠다니 갈 데까지 갔다. 이들도 현대차로부터 오로지 납품 대금만 받겠다는 생각이다. 현대차 구매로 이익의 일부를 ‘갑’에게 건네도 협력업체로 되돌아오지 않음을 깨달았다. 

시장의 신뢰는 이미 잃었다. 그래서 최근 현대차의 점유율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국내에서 철옹성처럼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협력업체와 같은 의무 구매자 비중이 적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그것마저 무너질 기미가 보인다.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의무 구매자가 줄면 타격이 크다. 한마디로 밥그릇을 빼앗기는 형국이다. 제아무리 후속 제품을 잘 만들어 내놔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수 있다. 현대차의 미래가 암울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의 미래도 슬프기는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이걸 알면서도 떼를 써야 하는 노조도 불쌍할 따름이다. 여의도 1번지에 들어가기 위해 노조라는 발판을 디디려는 이들만 ‘야호’를 외칠 뿐이다.  
글_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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