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티액
폰티액이 국내 정식 수입된 적은 없다. 하지만 대우 르망의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 로고와 <전격 Z 작전>의 키트 등 30대 이상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폰티액은 GM의 스포츠성을 상징하는 브랜드였다. 북미 위주로 판매됐음에도 1926년 출범 이후 별다른 부침 없이 잘나갔다. 하지만 유가 상승에도 고출력만 지향한 데다 품질 저하 문제까지 겹치며 일본차들의 미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던 1980년대부터 판매량이 급감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며 GM이 파산하자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2009년 브랜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폐기됐다. GM의 전 부회장 밥 러츠는 당시 “숫자만 보면 폰티액을 접는 게 맞지만 직감으로는 살리는 게 맞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굼퍼트
굼퍼트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가장 빨리 달린 차로 무려 4년이나 이름을 올렸던 브랜드다. 아우디 전문 튜닝업체인 MTM(Motoren Technik Mayer)의 창업자 롤란트 마이어가 아우디 모터스포츠팀의 총괄로 재직 중이던 롤란트 굼페르트를 영입해 설립한 독일의 소규모 슈퍼카 회사로 2004년 출범했다. 하지만 경영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3년 도산하고 말았다. 그러다 2016년 1월 아이디얼 팀 벤처(Ideal Team Venture)라는 중국계 투자회사가 굼퍼트를 인수했다. 이후 아폴로로 이름을 바꾸고 새 출발 하게 됐다. 회사의 핵심인 롤란트 굼페르트 역시 새로 출범하는 회사에 합류했다. 아폴로는 굼퍼트의 대표 모델인 아폴로에서 이름을 따왔다.

 

머큐리
머큐리는 1938년 포드가 만든 브랜드다. 고급차 링컨과 대중차 포드의 중간쯤 위치한 준고급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기아에서 수입한 세이블로 잘 알려졌다. 머큐리는 2000년대 들어 판매량이 급감했다. 2000년만 해도 36만대 가까이 판매됐으나 2004년 19만대 수준으로 떨어지고 2009년 9만2299대로 최저점을 찍었다. 포드는 2010년 공식적으로 머큐리 브랜드 폐기를 선언했다. 마지막 생산은 2011년 1월 4일이다. 머큐리 폐기는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었다. 당시 포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애스턴마틴을 매각했으며 머큐리마저 폐기하고 포드와 링컨의 이원체제를 정립했다. 덕분에 포드는 미국의 BIG 3 중 유일하게 구제금융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아시아
아시아자동차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피아트가 프랑스에 세운 회사인 심카 등에 박정희 정부가 차관을 얻어 이문환이라는 사업가에게 설립하도록 한 회사다. 1965년 문을 열었다. 공장은 광주에 세워졌다. 현재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이 바로 이 공장이다. 초기엔 피아트의 124 같은 모델을 생산해 판매했다. 하지만 경영이 부실해지면서 동국제강에 인수됐다. 이후 1976년 다시 기아산업으로 넘어갔다. 가장 유명한 건 군용 지프를 민수화한 록스타와 경상용차 타우너, 15인승 미니버스 토픽이었다. 상용차를 주로 생산해 대중에 알려진 모델이 많진 않았다. 그런데 1998년 외환위기가 터지며 모기업인 기아자동차가 자금난에 시달려 도산하게 됐다. 이때 기아와 함께 현대자동차에 인수됐다. 그리고 1999년 6월 30일부로 기아자동차에 흡수되며 브랜드가 폐기됐다. 다만 아직까지 기아 그랜버드 버스 정도로 흔적이 남아 있긴 하다. 그랜버드는 1994년 아시아자동차에서 최초 출시됐었다.

 

허머
허머의 뿌리는 험비로 통칭되는 미군의 전술 차량이다. 험비는 AM제너럴에서 개발 및 생산했다. AM제너럴은 현재 FCA 산하의 지프에서 방산 부문이 분리 독립된 회사다. 하지만 허머 브랜드를 만든 건 GM이었다. AM제너럴로부터 험비의 민수용 차량 판매권 및 브랜드 사용권을 얻어와 1992년 론칭했다. 허머는 험비를 그대로 민간화한 H1과 크기를 줄인 H2, 가장 작은 H3 등 세 종류로 나왔다. H1은 AM제너럴에서 생산했고 H2와 H3는 GM에서 만들었다. H1은 미국에서조차 엄청나게 큰 차였다. 때문에 북미 이외의 수요는 거의 없었다. 허머가 수출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2002년 H2가 출시되고 2005년 H3가 나오면서 대중적인 수요가 늘었다. 덕분에 2006년 수출이 시작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 상승으로 대형 SUV 수요가 줄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때문에 GM은 파산에 이르기 전부터 이미 허머를 폐기하거나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끝내 인수자를 찾지 못했고 2010년 결국 브랜드가 전면 폐기됐다.

 

 

 

오스틴
오스틴은 1905년 영국에 설립됐다. 모리스와 함께 미니를 탄생시킨 회사로 유명하다. 오스틴과 모리스는 1952년 합병돼 브리티시 모터 코퍼레이션(BMC)이란 회사로 거듭났다. 1968년 BMC는 로버와 랜드로버, 트라이엄프를 거느린 레이랜드와 합병했다. 이렇게 브리티시 레이랜드가 탄생했지만 1974년 파산해 국유화됐다. 1980년에는 모리스와 트라이엄프를 폐기하며 오스틴 로버 그룹으로 재정비됐다. 재규어도 매각하고 오스틴과 로버, 랜드로버, MG만 남겼다. 1986년 오스틴 로버 그룹은 대중차 성향의 오스틴을 폐기하고 고급 브랜드 중심의 로버그룹으로 재편됐다. 오스틴과 모리스의 상표권은 현재 MG 로버 그룹을 인수한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있다. 한편 존 스텁스라는 영국인이 2014년 오스틴의 상호와 상표 사용 등록을 마치고 2016년부터 새로운 오스틴을 생산할 거라 했다는데 아직까지 소식은 없다.

 

사브
사브는 1937년 출범한 스웨덴의 비행기 및 방위산업 회사였다.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건 1945년이었다. 1989년 구조조정 여파로 승용차 부문만 똑 떼어 GM에 팔렸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GM의 파산으로 정리 대상 브랜드로 꼽히며 매물로 나왔다. 2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2010년 네덜란드의 슈퍼카 회사 스파이커로 넘어갔다. 하지만 2011년 스파이커마저 무너지며 다시 공중에 붕 뜨게 됐다. 그러다 2012년 NEVS(National Electric Vehicle Sweden)라는 전기차 회사에 인수된다. 2014년 사브의 스웨덴 트롤헤탄 공장까지 재가동되며 부활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NEVS는 2016년 6월 사브 브랜드 사용 포기를 선언했다. 전기차 특화 업체로서 전통의 브랜드보다는 새로운 브랜드로 승부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최소한 승용차 부문에서 사브 브랜드는 영원히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올즈모빌
올즈모빌은 1897년 창업한 브랜드로 1883년 창업한 벤츠, 1892년 시작된 푸조에 이어 세 번째로 오래된 브랜드였다. GM 산하로 편입된 건 1908년이다. 올즈모빌은 고급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졌다. 중형 세단 이상만 내놨고 GM의 신기술을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주요 고객층인 중산층이 미니밴이나 SUV 등으로 고개를 돌리고 일본과 독일의 고급차를 선호하기 시작하며 쇠락을 맞는다. 1990년대 들어 상태가 심각해졌다. 결국 GM은 2000년 12월 브랜드 폐기를 선언했고 2004년 4월 29일 생산이 종료됐다. 최종 생산 모델은 알레로 GLS 세단이다. 당시 모든 올즈모빌 생산 노동자들이 이 차에 사인을 남겼고 GM의 자동차 박물관 겸 기념관인 헤리티지 센터에 전시됐다. 올즈모빌의 정리는 2009년 GM 파산의 전조였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대우
대우자동차란 이름은 1983년 처음 등장했다. 대우그룹이 1978년 인수한 새한자동차가 전신이다.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이 여파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00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2002년 승용차 부문은 GM, 버스 부문은 영안모자, 트럭 부문은 타타그룹에 분할 인수됐다. 트럭과 버스는 타타대우, 자일대우란 이름으로 대우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지만 승용차는 쉐보레로 2011년 통합됐다. 그때 사명도 GM대우에서 한국지엠으로 변경됐다. 그런데 포스코에 인수되며 포스코대우로 이름을 바꾼 대우인터내셔널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최근 한국지엠에 대우차 상표권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동에서 명망 있는 대우 브랜드 사용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양측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들로리언
GM 출신의 존 들로리언(John Zahahry DeLorean)은 1973년 GM의 부사장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1975년 들로리언 모터 컴퍼니를 창업했다. 공장은 영국 정부가 약 1억2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해 실업난이 심하던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부근에 지었다. 들로리언 DMC-12가 출시된 건 1981년이었다. 파격적인 스포츠카로 추앙받았지만 잦은 고장과 부족한 힘, 다소 떨어진 주행감, 낮은 조립 품질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가격도 MSRP(권장 소비자가) 기준 2만5000달러 정도로 당시로선 고가였다. 당연히 판매가 미진했다. 도산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2007년 스티븐 와인이라는 사업가가 들로리언의 모든 권리를 사들여 재건 작업에 들어갔다. 그 성과로 2016년 연방정부로부터 소량생산 허가를 얻어냈다. 2017년부터 300대 한정으로 재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