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공산품이라도 판매하는 곳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물건을 만들거나 수입해 시장에 내놓는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팔고 싶을 것이고, 그래서 원가와 본인 마진, 세금 등을 고려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한 값을 매긴다. 여기에 판매하는 사람이 유통 마진을 붙여 최종적으로 우리가 사는 가격이 된다. 때문에 구매자는 이 가격이 옳고 그르다는 판단이 아닌 비싸거나 싸다고 생각한다. 개인끼리의 중고 거래도 마찬가지다. 물건의 질이나 필요성도 그렇지만 눈에 보이는 물건의 상태에 적당한 값일 때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물건을 산다. 즉 구매 만족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적당한’ 가격이다. 

문제는 ‘적당한’의 기준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이익을 내야 한다. 소비자는 좋은 물건을 가능한 한 싸게 샀을 때 만족한다. 실질적인 구매 가격은 유통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즉 제조사-도매-소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을 조절하면 최종 소비자 가격이 바뀐다. 같은 과자라도 대형 마트와 24시간 편의점, 전통시장의 값이 다른 이유다. 

물론 예외도 있다. 제조사가 직접 유통망을 만들고 판매 가격을 완전히 통제할 때다. 소비자는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 값을 흥정할 여지도 선택할 방법도 없다. 이런 불합리를 확실하게 볼 수 있는 건 국내 자동차회사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유통 및 판매까지 직접 챙기는 현대, 기아, 르노삼성, 쌍용, 한국GM이 그렇다. 물론 모두가 직영 판매망이 있는 건 아니다. 대리점과 직영 판매망이 공존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를 함께 운영하는 현대차그룹이라도 전국 어디서나 매월 동일한 가격과 할인 행사를 한다. 왜 그럴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유통 과정에서 가격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리점이 공급받는 차값이나 직영 영업소에서 받는 차값이 동일하다. 제조사 내부에서 그 차에 붙는 원가, 수익과 수수료, 비용을 합친 금액을 모두 묶어 공장도 가격이 된다. 차가 판매되면 그에 맞춰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중간 유통 마진이 아니라 판매 수수료를 받는 이런 방식은 물건을 팔아 생기는 모든 수익을 제조사가 컨트롤할 수밖에 없다.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뜻이다. 도매가+마진이 소매가가 아니기 때문에, 값이 바뀔 여지가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부분의 다른 물건은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과정에서 판매 형태나 소비자의 선택 여부에 따라 실제 구매 가격이 바뀐다. 이건 1000원 주고 과자를 살 때나 수천만원짜리 수입차를 살 때도 마찬가지다. 임포터(수입사)가 수입한 자동차는 딜러사(판매사)에 일정 마진을 붙여 전달된다. 딜러는 이 마진 범위 안에서 판매를 위한 노력을 하고, 고객에게 가격 할인이나 사은품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판매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다. 차를 팔아서 생기는 수익은 떨어지겠지만 다른 프로모션을 통해 더 많이 팔려고 노력해서 채운다. 회사 운영과 판매 활성화 사이에서 판매 가격을 조절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싸게 살 기회를 얻고 회사도 계속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게 정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물건을 판매하는 이익을 어느 한 곳이 독점하고 나눠주는 구조다. 게다가 수수료율과 지원 방법까지 모든 것을 자동차 제조사가 틀어쥐고 있다. 당연히 물건과 가격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는 제조사에 모든 것을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이 사실상 독과점으로 운영하면서 이걸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해 똑같은 가격으로 파는 것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소비자들의 가격 선택권을 없애놓고 이게 당연하고 옳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다. 시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소비자가격은, “원래 높은 가격으로 매겨놓고 싸게 파는 시늉을 한다”고 비틀어버리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만 다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물건과 판매 장소에 따라 관점이 크게 바뀐다. 전통시장에 가면 당연히 가격을 흥정하고 수입차는 무조건 할인을 받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왜 같은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달라야 할까. 유통 구조가 다르다고 하지만 잘못된 쪽은 유동적인 가격을 가진 수입차 쪽이 아니다. 

얼마 전, 국내 자동차 관련 기업 1000여 곳을 조사한 자료가 발표됐다. 영업 이익이 1조를 넘은 곳은 딱 세 곳인데 1위는 4조2600억원의 현대차, 2위 기아차(2조2900억원), 3위 현대모비스(1조9200억원)였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 평균이 5.3퍼센트인데 현대모비스는 8퍼센트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고 현대차도 6.9퍼센트였다. 제품을 직접 만들고 해외시장까지 있으니 직접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국내에 차를 들여와 유통시키는 수입차 임포터들이 2~3퍼센트대이고 딜러사의 수익률도 비슷하거나 훨씬 더 못한 것에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물건값을 얼마 받을지, 어떻게 팔지 등은 파는 사람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특히나 불합리한 유통 과정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