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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할 수 있을까

세제를 멀리하고, 전기를 아낀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가라앉는 지구라는 배 앞에 나오미 클라인은 이 책을 건넨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2016.10.19

 

여차하면 달아날 수 있다고 여겼다  이 글을 쓴 이명석은 문화 칼럼니스트이다. 

“2015년 우리 모두가 함께 느낀 세계는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습니다.” 책 앞 ‘추천의 말’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오스카 수상 연설이 소개된다. 처음엔 2016년의 오자인가 했다. 그러다 곧 깨달았다. 앞으로 우리는 저 연도를 2016, 2017, 2018로 매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기후 변화, 지구 온난화 문제에 나는 냉소적인 방관자다. 저자의 전작인 <쇼크 독트린>이 다룬 주제와도 통한다. 핵전쟁, 전염병, 지진 등 다가올 거대한 위험을 외치며, 공포 속에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는 동서고금 재앙의 서사를 분석해 아포칼립스를 만난 사람들의 행태를 탐구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거기에는 일종의 체념이 담겨 있다. 거대한 재앙은 예측하기도 막기도 어렵다. 내일 소행성이 지구를 궤멸시킨다? 오늘 나는 사과 주스를 마실 것이다. 그 대신 재앙 이후의 매뉴얼을 만들어두자. 몇 가지 면죄부의 증거를 챙겨두기도 했다. 나는 자가용도 없고, 집에 에어컨도 없다. 검소함과 귀찮음의 결합으로 소비 생활도 거의 미니멀리스트다. 만약 환경의 염라대왕이 화석연료 사용량을 체크한다면, 대한민국 성인 중에 나 정도는 용서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나에게 지난여름은 모진 회초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망치처럼 머리를 때렸다. 저자는 요란한 고함이 아니라 갖가지 증거로 지구라는 배가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준다. 침몰을 만들어내고 외면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다양한 세력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는지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지구 차원의 재난까지 ‘큰 판돈을 노릴 도박’으로 여기는 금융, 보험, 부동산 기업의 이야기도 놀랍다. 그리고 나 같은 인간이 취하는 태도가 어떤 지점인지 송곳처럼 찔러준다.
아직도 나는 저 거대한 위험에 맞서 싸울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것은 지구라는 큰 세계의 문제이고, 그걸 바꿀 힘도 아주 커야 한다. 내 마음은 여전히 ‘우리 지구의 회복력’에 기댄다. 빨리 통일을 이루어 개마고원으로 도망가야겠다는 농담도 던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말엔 고개를 숙이고 만다. “신용카드로 최신형 에어컨을 구입하는 방식으로는 고온과 가뭄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이 재난을 피할 수는 없다.”

 

손빨래와 걷기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 글을 쓴 박사는 북 칼럼니스트이다. 

스스로를 환경주의자라고 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왔다.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TV와 데스크톱을 버리고, 작은 냉장고를 고집하고, 손빨래를 하고, 가능한 한 새 물건을 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은 물물교환으로 구한다. 세제를 멀리하고 태양광 충전 램프와 텀블러를 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내 자부심은 산산이 부서졌다. 저자는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나 같은 사람도 지목한다. “기후 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뿐이라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명상을 하고, 농민 직영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자동차 운전을 그만하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기후 위기를 향해 치달아가는 시스템, 즉 ‘나쁜 에너지’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며 따라서 머지않아 작동을 멈출 이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예 잊고 만다. 물론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 역시 해법의 하나이므로 자신이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노라고 자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셈이다.(20p)”
내 경우는 다른 쪽 눈도 질끈 감고 있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나는 현재의 위기에 걸맞은 ‘공포심’이 없었다. 날이 더워지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되어가나 보네, 이제 열대과일을 쉽게 먹을 수 있겠네 했고,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를 물려주자는 구호에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지만 그건 후손이 하겠지. 슬쩍 미뤘다. 그러나 올여름 깨달았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다. 앞으로 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되리라는 그 나날 동안 나는 실제 누군가 내 목을 죄는 듯 숨이 막혀 발버둥쳤다. 이런 폭염을 또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은 내게 지금 필요한 ‘공포심’을 갖게 했고, 진부한 의미에서의 ‘위기를 기회로’가 아닌, 그렇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야 하는 전폭적이고 혁명적인 변화의 전망을 보여주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까지 해온 일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계속하는 데 더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한다. 실제적 행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이 책이 모든 것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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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설미현 Photo 홍지은 출처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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