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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는 아름다워

작고 멋진 차가 많은 이탈리아지만 알파로메오는 그중 더욱 특별하다. 이탈리아의 연인이라 불린 1950년대 줄리에타 운전석에서 미소를 날리던 그녀가 문득 그립다

2016.10.12

 

 

지난번 이탈리아 여행길에 만난 차들은 영국이나 독일과 또 달랐다. 그곳의 작은 차들은 한결같이 앙증맞고 오랜 역사만큼 종류가 많았다. 이탈리아의 오래된 자동차 역사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문화이자 산업이다.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에 작은 차를 타겠지만, 작은 차를 타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그중 유독 눈에 들어온 브랜드는 알파로메오였다. 대부분 빨간색인 알파로메오 차들은 작고 멋지다. 우선 앞에 달린 프런트 그릴이 너무 멋있다. 방패형 그릴은 어느 차에 붙여놓아도 대충 예쁜 차가 된다. ‘호랑이 주둥이’ 프런트 그릴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기아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알파로메오는 또 십자가와 ‘사람 잡아먹는 뱀’이 들어간 엠블럼도 개성 넘친다. 고성능 차를 뜻하는 네 잎 클로버도 빼놓을 수 없겠고. 알파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만으로 남들보다 앞서간다. 

 

1910년 시작된 알파로메오는 처음부터 레이스에 참가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름다운 차를 만들었다. 회사 주인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경영진은 끊임없는 열정을 불어넣었다.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만들어간 역사는 작은 차를 예술로 승화시키고, 레이스카를 시판차로 만들었다. 1930년대 초까지는 부자들을 위해 비싼 차를 연간 몇백 대 만들었다. 이때는 차를 손으로 만들던 시절이라 쇠파이프로 스페이스 프레임을 만들고, 정성껏 다듬은 알루미늄 판을 그 위에 덮어씌웠다. 피닌파리나, 자가토 같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해 스페셜 에디션도 많던 시절이다. 알파는 대공황으로 1932년 이탈리아 정부에 팔리고, 다시 1935년 군부에서 인수해 비행기와 트럭 엔진을 생산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알파로메오의 역사는 더욱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알파로메오의 황금기는 2차 대전이 끝나고 1950년부터 20년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전쟁 후 경영이 어려워져 작은 차를 대량생산하면서부터다. 1950~58년엔 1만8000대를 생산했는데, 이는 지난 40년 동안 만든 차보다 많았다. 1954년엔 줄리에타 쿠페와 세단을 내놨고 이윽고 줄리아가 뒤따랐다. 바로 나의 젊은 날이었다. 한국에서 알파로메오를 볼 수는 없었지만 영화 속에서 앵앵거리는 작은 차는 자동차에 심취한 내 가슴을 뒤흔들었다. 

 

알파로메오의 많은 차들은 베르토네, 이탈디자인 등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카로체리아가 참여했다. 베르토네 시절의 젊은 주지아로가 줄리에타 쿠페를 디자인했고 크리스 뱅글이 알파로메오 147을 그렸다. 발터 드 실바는 156을 내놔 이름을 알렸다. 어떻게 차마다 유명 디자이너가 했을까 싶은데, 알고 보면 유명 디자이너들이 모두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구성 요소였다. 이탈리아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디자인 교육기관이 없었다. 디자이너마다 선배 장인으로부터 천부적인 소질을 인정받고 성장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예술혼이 불타는 것 같았다. 우리에겐 없는 그들만의 자산이다. 다른 회사와 비교해 알파로메오는 유난히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나오는 차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내세웠다. 레이스를 바탕으로 스포티함을 간직한 건 물론이다. 2000년대 들어 눈에 들어오는 알파로메오는 156과 8C였다. 뒤이어 4C, 미토, 줄리에타 같은 작고 예쁜 차들이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1987년 피아트에 합병된 뒤 많은 부침을 겪은 알파로메오는 최근 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으론 피아트 경영진의 무리한 욕심에 자칫 알파로메오 이미지에 생채기가 남지 않을까 걱정도 없지 않다. 최근 데뷔한 중형차 줄리아의 디자인은 삼각형의 프런트 그릴을 떼어내면 별 개성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알파로메오 역사의 모든 차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모두 천재는 아닐 것이다. 천재가 디자인하는 모든 차가 명작은 아닐 것이다. 마쓰다 MX-5 미아타를 이용해 만든 신형 피아트 124의 디자인 역시 미아타만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마주한 알파로메오엔 이탈리아 사람들의 사랑이 깊었다. 우리에겐 많이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지만 그들만의 자부심은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1950년대 데뷔한 작은 컨버터블 줄리에타는 ‘이탈리아의 연인(Italy’s Sweetheart)’이라 불리며 시대의 아이콘이 됐다. 줄리에타 운전석에서 내게 미소 짓는 왕년의 영화배우 지나 롤로브리지다의 눈빛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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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S 알파로메오,피아트,이탈리아,줄리에타

CREDIT Editor 박규철 Photo PR 출처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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