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8월 13일, 볼보는 위험한 자동차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3점식 안전벨트라는 걸 개발해 아마존 120에 적용했다. 인간의 몸을 시트에 고정해 사고 시 충격을 줄이는 아이디어다. 볼보는 이 획기적인 안전장치로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특허권을 사회에 기부했고 다른 브랜드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안전벨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유는 하나. 더 많은 자동차가 안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 후 지구를 굴러다니는 모든 자동차는 안전벨트를 사용한다. 안전벨트 이후 수많은 안전장비와 장치가 개발돼 자동차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안전벨트를 뛰어넘는 효과를 내는 장치는 없다. 1959년부터 안전벨트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지켰는지는 도통 가늠할 수 없다. 다만 미국고속도로안전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10년 동안 안전벨트가5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130만 명 정도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 예측했다.

어쩌면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자동차 브랜드는 볼보일지 모른다. 안전벨트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중한 생명을 지켜냈으니까. 그런데 잘 알다시피 볼보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를 매진하며 인류와 인간을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2020년까지 볼보로 인해 사망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엄청난 기치를 내걸었다. 그리고 이 ‘비전 2020’을 완성하기 위해 그들의 최신 제품 S90에 볼보 안전의 역사를 모두 담았다. 

 

| S80에 비해 앞 액슬을 앞으로 18센티미터 옮기면서 안정적인 비율이 됐다.

 

“편해야 안전하다.” 지난 6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있었던 S90 미디어 시승에서 볼보 관계자가 가장 먼저 한 말이다. 몸이 편해야 그만큼 더 안전하다는 건 일리가 있다. 승차감이나 시트 포지션이 불편하면 운전에 집중이 안 되고 그만큼 조종성도 떨어질 테니까. 인간의 척추 모양으로 설계한 S90 시트는 마치 북유럽의 가구 장인이 만든 최고급 암체어처럼 기분 좋은 편안함과 안락함을 지녔다. 가죽도 질 좋은 앙고라 스웨터처럼 보들보들하다. 등받이와 지지대, 쿠션 등을 내 몸에 딱 맞게 다양한 방향에서 조절할 수 있으니 어느 광고 문구에 나온 ‘천상의 편안함’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여기에 마사지 기능도 들어간다. 한번 앉으면 떼어다가 집이나 사무실에 가져다 두고 싶을 정도. 이 편한 시트는 사고를 감지했을 때 탑승자의 척추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충격량이 적은 각도로 조절된다.

몸의 편안함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안정도 큰 몫을 차지한다. S90의 실내는 나무를 많이 사용해 시각적, 촉감적 안정감을 준다. 그냥 나무가 아니라 추운 스웨덴에서도 가장 추운 지방의 나무라 높은 강도와 독특한 나이테 패턴을 지녔다. 도장도 얇게 해 냄새가 없고 나무 질감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평안과 평온을 위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심함도 있다. ‘실내공기 청정 시스템’이다. 아침에 리모컨으로 잠긴 차 문을 풀면 정체됐던 공기를 빨리 빼내고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주입한다. 그냥 공기를 넣는 게 아니라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은 차단한다. 여러 개의 카본필터와 활성탄이 꽃가루와 먼지, 배기가스 분진 등도 걸러내고 실내 악취도 제거해 탑승자 모두 언제나 깨끗한 공기로 숨 쉴 수 있도록 한다.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나 터널 등에선 아주 효과적이다. 

귀도 호강이다. 좋은 음악은 심신의 안정을 위한 좋은 수단이다. 그래서 볼보는 바우어스 앤드 윌킨스(B&W)의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넣었다. 스피커가 무려 19개다. B&W 엔지니어가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스피커와 트위터, 우퍼, 앰프의 위치와 출력을 조율하고 각 위치에 따라 케블라와 탄소섬유 중 어떤 것을 사용할지 세심하게 다듬었다. 덕분에 S90은 격이 다른 소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S90의 실내는 미각을 제외한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을 위해 배려했다. 마지막은 기계적인 엔지니어링이 제공하는 체감이다. S90의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 등도 편안한 주행에 최적화됐다. 디젤 엔진의 최대 단점은 터빈에 배기가스가 차는 시간 때문에 생기는 반응 지체 현상인데, 볼보는 이를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2.0리터 엔진 옆에 2리터 공기탱크를 달았다. 이곳에 공기를 압축해 저장했다가 엔진이 움직이는 순간 엔진으로 공기를 뿜는다. 덕분에 터보래그가없으니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이 ‘파워펄스’ 시스템은 차가 출발할때나 급가속할 때 등도 스스로 판단해 작동하고 공기를 채워 넣는다.

엔진과 8단 아이신 변속기의 연결도 매끄럽다. 평상시는 1500rpm 정도로 유지하면서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스로틀 개방량이 커지면 최대토크(48.9kg·m)가 나오는 1750~2250rpm을 찾아 들어간다. 급가속에선 5000rpm 부근까지 엔진 회전을 높이면서 최고출력(235마력/4000rpm)을 종용한다.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충격 없이 매끈하고 빠르게 변속된다. 

승차감은 부드럽다. 노면 충격을 잘 걸러내고 기분 좋은 약간의 낭창임을 지녔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운데도 스티어링이 정교한 것이 신기할 정도. 낭창임이 싫다면 드라이브 모드를 돌리면 된다. S90은 총 다섯 개의 드라이브 모드가 있다. 하지만 각 모드의 승차감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건 아니다. 그저 진동의 폭이 약간 늘고 주는 정도다. 

S90을 스페인 말라가가 아닌 서울에서 만나니 차가 더 크게 느껴진다. 도로는 좁고 차가 많으니 당연하다. 실제로 이 차는 크다. 차체 길이만 4963밀리미터로 BMW 5시리즈(4899밀리미터), 아우디 A6(4933mm)보다 길다. 차폭(1879밀리미터)도 경쟁자들보다 넓다. 그래도 운전이 쉽고 편해서 다행이다. 이 큰 덩치를 부담 없이 움직일 수 있으니까. ‘편해야 안전하다’는 말을 현지가 아니라 고향에 돌아와 뼈저리게 체감했다. 

 

 

| 뒷모습은 차체 모든 면에서 선과 볼륨이 가장 많다. 뒤차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VOLVO THE NEW S90 D5 AWD INSCRIPTION

기본 가격 미정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235마력, 48.9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1800kg 휠베이스 2941mm 길이×너비×높이 4963×1879×1443mm 복합연비 TBA CO₂ 배출량 TBA

 

 

 

크기가 부담된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것도 없다. 이 차는 세계 최초의 안전 기술을 20개 이상 보유한 볼보니까. S90은 최신의 자율주행 기술(파일럿 어시스트 Ⅱ)이 들어갔다. 초음파, 카메라, 레이저, 레이더, GPS가 차선과 앞뒤 양옆의 자동차를 감지해 시속 130킬로미터까지 스스로 조향한다. 이제 완전주행을 위해 남은 건, 다른 자율주행차의 주행 방향과 속도 패턴 등이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빅 데이터와의 접속이다. 이 시스템만 구축되면 인간은 이제 운전대를 놓을 수 있다. 그런데 볼보는 다른 패턴도 숙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바로 보행자 움직임 예측 시스템이다. 2020년까지 사망자와 중상자를 내지 않겠다는 다짐에는 탑승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포함된다. 

 

볼보가 자율주행에 선도적인 기술을 지닌 건 자율주행이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은 대기질과 연료효율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율주행은 인간의 안전뿐 아니라 지구환경 개선에도 일조할 것이다. 

 

스페인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볼보 자율주행 기술은 논리와 작용이 빈틈없이 연동한다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운전대를 놓는 것에 대한 공포가 쉽사리 없어지지 않아 감히 손을 놓지 못했다. 볼보는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말했다. 자동차의 역사 동안 인간은 운전대를 놓은 적이 없으니 그 신뢰를 쌓는 시간이 녹록지는 않을 듯하다. 그래도 마음 편히 S90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영위하는 시간이 있다. 색전증이 걸린 것처럼 꽉 막힌 도로에서다. 생각해보자. 앞차가 서면 서고, 가면 따라가니 출퇴근길 막히는 도로에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고 운전대를 돌리는 수고가 없다. 이 얼마나 은혜로운 기술인가. 이렇게 편하게집이나 회사에 도착하면 주차도 해준다. 평행주차, 직각주차 모두 가능하다. 난 그저 360도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큰 모니터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듯 신기함의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다.

 

볼보 S90에선 시간이 균질하고 매끄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이동 중 온전한 여유와 평온이 보장되는 덕분이아닐까? 어쩌면 이게 세단이 지녀야 할 가장 큰 무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무기는 모두 안전으로 귀결된다. 감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정도로촘촘한 편의장비들은 모두 안전을 위한 필요 조치였다. 그렇게 S90에는 인간과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볼보의 신성함이 또렷하게 각인돼 있다.